북한 기업소는 어떻게 운영될까?

Print Friendly, PDF & Email

오늘(12월 15일)은 북한이 '대안의 사업체계'를 제시․도입한지 54주년을 맞는 날이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대안의 사업체계는 일종의 '북한식' 경제관리체계로 1961년 12월 김일성 주석이 대안전기공장(남포시 대안구역)을 방문하여 제시한 공업부문 관리방법이다.

김일성 주석이 대안의 전기공장을 현지지도하는 모습.ⓒkorealife.do.am

김일성 주석이 대안의 전기공장을 현지지도하는 모습.ⓒkorealife.do.am

김일성 주석의 현지지도 이전에 대안전기공장은 공장 지배인을 중심으로 한 지배인 유일관리제였다.

지배인 유일관리제란 공장 지배인이 생산을 포함한 공장관리운영에 대한 모든 권한과 책임, 그리고 최종결정권을 갖는 제도를 의미한다.

김일성 주석은 현지지도에서 지배인 유일관리제는 관료주의적·기관본위주의적·이기주의적 요소가 많이 남아있다고 지적하며, 공장관리운영에 관한 최종 권한과 책임을 공장 당 위원회로 넘겼다.

관료주의적 요소란 상급자에게는 약하고 하급자에게는 힘을 내세우려 하며, 자기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면서 독선적인 행동이나 의식을 보이는 것을 의미하며 기관본위주의적 요소란 나라 전체의 이익보다는 기관의 이익을 앞세우려고 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일성 주석은 이런 요소들 때문에 노동자들의 주인의식이 떨어져 지혜와 창의성이 발휘되지 않는다고 바라본 것이다.

한편 공장․기업소 당 위원회란 무엇일까?

당 위원회는 당 비서, 지배인, 기사장, 근로단체(직업동맹・청년동맹) 책임자, 노동자 대표, 기술자 대표 등이 참여하는 회의이다.

공장·기업소의 최고지도기관으로 만들어진 당 위원회는 기업소 운영에 관한 문제를 집단으로 토의·결정하는 자리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당이 공장 운영에 참여하는 것일까?

사회주의 체계는 기본적으로 노동계급의 정당이 사회 전반을 지도하는 체계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와 다르게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경제 전반도 당이 책임지고 또 지도하게 된다.

그렇다 보니 매 공장·기업소마다 당 차원에서 운영을 도와주고 지도하는 사람을 배치하게 되고 그 사람이 바로 '당 비서'인 것이다.

당이 공장을 지도하고 이끄는 역할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공장․기업소 당 위원회가 기업소의 최고지도기관으로 된 측면이 있다.

 

대안의 사업체계로의 전환은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일반적으로 자본주의 국가는 기업의 소유주인 회장이 경영 전반을 책임지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사회주의는 이와 다르다.

사회주의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바로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다.

사회주의 체제는 공장․기업소를 사회 전체가 소유하고 사회적 생산물의 분배는 '각자는 그 능력에 따라 일하고, 각자는 그 일에 따라서 받는다'라는 원칙에 따른다.

그렇다면 사회주의 북한은 어떻게 운영되어 왔을까?

일제 해방 직후 북한의 공장․기업소들은 기본적으로 소속 노동자들의 것이 되었다.

노동자들이 '자치위원회' 등을 조직하여 해당 공장․기업소를 자체적으로 운영했다.

60년대 복구건설에 나섰던 김정숙평양방직공장 노동자들

복구건설에 나섰던 김정숙평양방직공장 노동자들

그러나 공장운영을 총괄하는 노동자들의 대표라고 볼 수 있는 지배인이 '회사 사장'처럼 군림하는 폐해는 남아있게 된다.

따라서 김일성 주석은 발전하는 북한 경제의 흐름에 따라 모든 공장․기업소에서 지배인의 권한을 낮추고 '집단이 책임지는' 형태로 변화시킨 것이다.

건국대학교 교재 중 <제2장 북한의 경제관리와 체계>는 북한의 사회주의 건설 초기 단계에는 기업이 지배인 중심으로 운영된 것은 유효하게 작용했다고 주장한다.

생산능력이 낮고 관리역량이 부족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중앙의 의사결정이 기업에 신속․정확하게 전달되는 능률적인 운영체계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모든 권한이 지배인에게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기업운영에 노동자들의 집단적 지혜와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대안의 사업체계는 사회주의 북한 경제의 발전에 따라 도입된 체계로서 노동자들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확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도입한 지 54여 년이 지난 대안의 사업 체계, 아직 북한에서 유효할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북한에서 2002년 7.1사회주의경제관리개선조치, 2012년 12.1사회주의기업관리책임제 등 경제정책에서의 변화가 있어왔다.

그렇다면 이런 조치들로 인해 '대안의 사업 체계'가 폐기된 것은 아닐까?

민족21 50호는 7.1사회주의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대안의 사업체계가 폐기된 것이 아니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었지만 김지영 '조선신보' 평양지국장의 말을 인용하여 “대안의 사업체계는 결코 수정되거나 폐기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또한 2015년 1월 6일 통일뉴스도 2012년 도입된 12.1조치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의 경우도 역시 대안의 사업체계의 폐기라고 볼 수 없다고 보도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애초 대안의 사업체계는 노동자들의 지혜와 창발성을 높이고 기업 경영에 있어 노동자들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선 각종 조치들은 국가의 결정권한을 더욱 축소하고 노동자들의 책임을 더욱 강화하는 측면으로 도입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 구체적인 것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0025

우선 연간 계획수립과정부터 노동자들의 창의성을 더욱더 높일 수 있도록 변화되었다.

애초 공장·기업소는 국가의 계획을 상당히 반영해 연초에 연간 생산량 목표를 수립해왔다.

그러나 전년도 7월부터 기업 차원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노동자들과의 토의를 거쳐 확정하는, 이른바 기업의 독자성이 더욱 보장되는 계획수립형태로 변화된 것이다.

둘째로는 공장․기업소에서 생산 계획부터 물자 조달, 생산물 판매, 분배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보니 아예 기업경영지표 자체에서 새로운 지표가 도입되기도 했다.

이전까지 기업은 목표로 제시된 '생산량'을 채우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기업의 총 생산량에서 노동자 생활비를 제외한 '번 수입'(수익)이 새롭게 지표로 도입되었으며 또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생산량을 초과달성한 모습.

김정숙평양방직공장의 생산량을 초과달성한 모습.

셋째로는 독립채산제의 전면적 도입이다.

공장․기업소는 원자재 대금 등을 계약에 따라 지급하고 수입 중 토지 이용료와 설비 사용료, 전기료 등을 국가에 내고 남은 수익금을 노동자들에게 성과급 중심으로 노동(일한 양)에 따라 분배한다.

이를 독립채산제라고 하는데, 애초에 독립채산제는 대안의 사업체계의 일환으로 제시되었던 제도였다.

독립채산제는 북한의 경제 변화와 해당 공장·기업소의 현황에 따라 이중독립채산제, 반독립채산제 등으로 유연하게 적용되어 왔는데 현시기 이것이 전면적으로 도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김정숙평양방직공장

김정숙평양방직공장

이 모든 흐름은 기업의 독자성을 보장하고 기업 노동자들의 창의성과 지혜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대안의 사업체계'와 같은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외에 공장·기업소 뿐 아니라 지역 차원에서도 경제발전을 위한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 '경제특구'사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전체 13개 직할시.도와 220개 시군에서 당 위원장과 인민위원장이 주도권을 갖고 지역별 특성에 맞는 자체 '개발구' 개발이 가능하다.

현재 북한에서 경제특구로 지정한 크고 작은 지역은 황금평·위화도경제특구, 압록강경제개발구, 청진경제개발구, 와우도수출가공구 등 24개 지역이다.

그리고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지역, 라선경제특구 등 세 지역은 이미 외국 자본의 투자를 받은 상황이다.

경제특구의 도입은 공장·기업소의 독립적 운영과 맞물려서 함께 추진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참고자료

북한 「기업소법」에서 누락된 ‘대안의 사업체계’ – 북한 기업소의 관리개선과 「기업소법」정밀분석 (하) -, 통일뉴스, 유영구(민족21 편집기획위원), 2012.3.2.

북, 기업소독립채산제 ‘12.1조치’ 전면 실시 – <단독> 내년 특구.개발구 발표..경제발전에 총력- , 통일뉴스, 김치관, 2012.12.28.

‘김정은 5.30담화와 내각 상무조 -<신년기획> 김정은, ‘북한의 덩샤오핑’될 수 있을까? ①‘ , 통일뉴스, 김치관, 2015.01.06.

‘대안의 사업체계’, ‘계급노선과 군중노선’, 중앙일보 북한 백과.

‘독립채산제’, 통일부 북한지식사전.

‘공장을 이끄는 3위일체 – 북녘정보 |대안의 사업체계’, 민족21, 2005년 5월 1일(50호).

‘북한에선 남흥화학 공장 출신들이 출세한다’, SBS뉴스, 2013.06.21.

김혜민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