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선을 지켜라!]숙청? 혁명화? 북한의 간부 재교육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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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상식선을 지켜라 열 번째 시간입니다.

이 코너는 한국과 해외에서 보도되는 북한소식들이 과연 '상식선'을 지키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북한 뉴스의 단골 이슈인 '숙청설'의 비밀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진행을 맡은 이동훈 기자입니다. 오늘 내용은 문경환 기자님이 준비해 주셨습니다.

이동훈(이하 이): 안녕하세요?

문경환(이하 문): 안녕하세요?

: 지난 11월 7일 사망한 리을설 북한 인민군 원수의 장의위원회 명단에서 최룡해 노동당 비서 이름이 빠졌더니 또 숙청설이 나왔네요.

: 네, 한때 북한의 '2인자'로 손꼽히던 최룡해 비서 이름이 보이지 않자 숙청됐다는 보도가 쏟아지다가, 나중에는 혁명화 교육을 받는 것 같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 최룡해 비서가 북한의 2인자인가요?

: 북한에서 2인자라는 개념은 사실 별 의미가 없고요, 다 외부에서 그렇게 부르는 것일 뿐입니다.

한때 2인자로 꼽히던 장성택이 하루아침에 사형당한 것만 봐도 2인자 개념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알 수 있습니다.

: 그렇군요. 그런데 숙청이라고 했다가, 혁명화 교육이라고 했다가 보도가 좀 정신이 없는데 뭐가 맞는 건가요?

: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북한에서는 간부들의 신상 문제에 대해 일일이 공개하지 않거든요.

언론들도 다들 가능성이 높다는 식으로 추정하는 보도만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이유도 제각각이라 그다지 신빙성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 그런데 숙청은 많이 들어봤는데 혁명화 교육이란 건 뭔가요?

: 이게 북한의 독특한 제도라고 할 수 있는데 이걸 이해하지 못하니까 언론에서 자꾸 간부들이 숙청됐다는 보도들을 내놓는 겁니다.

혁명화 교육이란 한 마디로 사상적으로 문제가 있는 간부를 일반 노동자, 농민들이 일하는 곳으로 보내 혁신을 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 일종의 처벌 같은 거군요. 법으로 정해진 건가요?

: 혁명화 교육이라고 명시된 법조항이 있는 것은 아니고 다만 행정처벌법에 관련 내용이 있습니다.

: 행정처벌이 뭔가요?

: 2008년 개정된 행정처벌법에 따르면 행정처벌이란 "형벌을 적용할 정도에 이르지 못한 위법행위를 한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에게 지우는 행정적 제재"라고 합니다.

: 아, 그러니까 형법 상 처벌할 정도로 심각한 범죄는 아니지만 그래도 문제는 있으니까 제재를 가하겠다 그런 거군요?

: 맞습니다.

: 그럼 행정처벌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 행정처벌법 제14조에 따르면 ▲경고, 엄중경고 ▲무보수노동, 노동교양 ▲강직, 해임, 철직 ▲벌금 ▲중지 ▲변상 ▲몰수 ▲자격정지, 강급, 자격박탈로 총 8가지 종류의 처벌이 있습니다.

: 공무원이 잘못했을 때 해임이나 자격정지, 변상, 경고 이런 건 우리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다 있을 것 같은데요.

무보수노동, 노동교양 이런 건 처음 봅니다.

: 그렇습니다.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에도 이런 게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북한은 간부들의 관료주의를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관료주의를 없애기 위해 간부들이 서민들 속에 들어가 노동체험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형법 상 처벌 종류에도 우리와 달리 '노동단련형'이라는 게 따로 있는데 이건 우리 징역형과 달리 감옥에 가는 게 아닙니다.

우리의 징역형에 해당하는 건 '노동교화형'이라고 해서 따로 있습니다.

: 그럼 노동단련형은 우리로 치면 사회봉사명령 같은 건가요?

: 사회봉사명령은 교통안전 캠페인같이 단순하고 편한 건데 그런 건 아니고 공사장에서 도로 닦고 건물 세우고 하는 거니까 훨씬 힘들죠.

또 감옥에 가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집에서 떨어져 공사장 주변에서 합숙을 해야 합니다.

: 그렇군요. 그런데 무보수노동이나 노동교양은 어떤 사람들이 받는 건가요?

: 행정처벌법에 따르면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무거운 위법행위를 한 자"가 한 달에서 반년 까지 무보수노동을 하게 됩니다.

무보수노동은 어렵고 힘든 노동을 시키는 방법으로 하고 무보수니까 당연히 월급을 주지 않습니다.

또 노동교양은 "직무수행과 관련이 없는 무거운 위법행위를 한 자"가 5일 이상 반년 이하로 하는 건데 나이든 사람이나 장애인 같은 사회보장자, 산전 3개월에서 산후 7개월 기간에 있는 여성, 중환자, 전염병 환자는 제외라고 합니다.

: 행정처벌도 사면 같은 게 있나요?

: 네. 행정처벌법 제25조에 따르면 "자기의 과오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생활을 특별히 잘한 경우에는 기한 전에 처벌을 해제시켜줄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다만 집행기간의 절반이 지나야 합니다.

: 그럼 이번에 최룡해 비서도 행정처벌을 받은 걸까요?

: 리을설 원수의 장의위원회 명단에 빠진 걸 보면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행정처벌법 제26조에 따르면 경고, 엄중경고, 무보수노동, 노동교양 처벌을 받은 자는 처벌기간 안에 국가표창도 받을 수 없고 중요행사에 참여할 수 없으며 외국에 출장갈 수도 없게 되어 있습니다.

: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최 비서가 사업상 문제가 있어서 행정처벌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 때문에 중요행사에 참여하지 못했고 그래서 언론에서는 숙청됐다고 보도했다, 뭐 이런 거죠?

: 그렇습니다.

: 그럼 언론에서 얘기하는 숙청설이 다 이런 건가요?

: 전부 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혁명화 교양이 북한에서는 특이한 일이 아니라 꽤 자주 있는 일입니다.

이걸 알아야 언론에서 신물 나게 보도하는 '숙청설'의 실체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북한의 고위직들은 거의 대부분 혁명화 교양을 받았다고 주장할 정도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북한은 간부들이 관료화되는 걸 대단히 경계하고 있고요, 특히 고위직으로 갈수록 사소한 문제라도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철저히 관리하는 것 같습니다.

또 특이한 건 행정처벌이 아니라고 해도 간부들이 서민들 속에 들어가도록 각종 제도를 만들어놨다는 겁니다.

: 그래요? 어떤 제도들이 있나요?

: 일단 금요노동이라는 게 있습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이 금요노동은 당과 국가 간부들과 공무원들이 매주 금요일 농장이나 건설현장에 나가서 일을 하는 겁니다.

북한은 금요노동을 통해 고위간부들과 서민들의 관계를 개선하고 간부들의 사상강화, 사업작풍을 유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얘기합니다.

수산성 공무원들의 금요노동 장면 [출처: 인터넷]

수산성 공무원들의 금요노동 장면 [출처: 인터넷]

: 우리는 금요일을 불타는 금요일이라고 해서 불금이라고 하는데 북한도 좀 다른 의미로 불타는군요.

: 심지어 금요일에는 관용차 운행도 중지한다고 합니다.

이런 비슷한 게 군대에도 있습니다.

'전사생활'이라고 하는데 연대장 이상부터 2주에서 6주 정도 신분을 숨기고 일반 사병들 속에 들어가 똑 같이 생활하고 훈련하는 겁니다.

북한은 이를 '관병일치', 그러니까 지휘관과 사병이 하나가 되기 위한 노력이라고 합니다.

: 그렇군요. 북한만의 특이한 제도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연대장이면 꽤 높은 지위 아닌가요?

: 그렇습니다. 북한에서 연대장이면 상좌인데 우리로 치면 중령에 해당하니까 엄청나게 높은 지위죠.

: 그러면 나이도 꽤 있을 텐데 사병들 속에 섞여서 훈련 받으려면 고생 좀 하겠습니다.

: 그렇겠죠. 또 가끔 눈치 없는 사병들이 사회에서 뭘 했기에 나이 먹고 군대 왔냐고 면박을 줘서 지휘관들을 난처하게 한다고도 합니다.

이 '전사생활' 제도는 1992년에 중단되었다가 2013년에 다시 부활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 아무튼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이 한번씩 서민들, 사병들 속에 섞여서 체험하는 건 정말 특이한 제도인 것 같습니다.

: 네, 북한이 오래 전부터 '일심단결'을 강조해왔는데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로 이처럼 관료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제도들을 운영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그렇군요. 오늘은 언론에 끊이지 않는 '숙청설'의 실체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자체 혁신 프로그램으로 고위간부들의 관료화를 막기 위한 북한의 특이한 제도를 알면 더 이상 '숙청설'에 속지 않겠네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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