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된 역사전쟁, 그리고 "인물로 본 북한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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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선인

ⓒ도서출판 선인

이동훈(본지기자)

최근 국정교과서 문제로 시끄러운 와중에 기사를 하나 봤다. 북한이 교과서에서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주장의 근거는 연합뉴스 기자 출신의 서옥식 박사가 북한의 역사교과서를 분석한 '북한 교과서 대해부'라는 책이었다. 연합뉴스가 이 책을 바탕으로 기사를 낸 것이었다.

그런데 서옥식 박사의 주장은 이미 예전에 학계에서 설 땅이 없어진 김일성 가짜설을 보는 것 같은 주장들이었다.

이런 주장을 보고 떠올린 책이 '인물로 본 북한현대사'였다. 북한 김일성 주석에 대한 논란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느꼈던 책이기 때문이다.

원래 이 책은 북한 전문가 정창현 교수가 2002년 기존 언론이 북한을 다루는 태도에 대해 문제점을 느끼고 중국과 러시아에서 나오는 문건과 관련자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낸 책이라고 한다.

그런데 약 10년이 지난 후 책을 재출간하는 과정에서 내용을 보강해야겠다는 문제의식이 들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중심으로 책을 서술하게 되었고 이 두 사람을 중심으로 북한과 관련한 논란의 인물들을 다루었으며 김정은 제1위원장까지 다루게 되었다고 한다.

 

연합뉴스는 서옥식 박사의 주장을 빌려 김일성 주석이 1930년대 중국공산당에 가입하고 1932년 반일인민유격대를 창설했다거나 이를 모태로 1934년 조선인민해방군을 창설했다는 북한 측 주장을 중국 자료에서 발견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인물로 본 북한 현대사'에 이 부분이 언급되어 있다. 1990년대 공개된 '펑강(중국 공산당 동만주 특별위원회 서기 위증민) 보고서'에 김일성 주석을 언급한 내용이 있는데 "1932년 입당"이라고 보고되어 있다. 김일성 주석이 코민테른의 1국 1당의 원칙에 따라 공산당을 별도로 만들지 않고 중국공산당에 입당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1934년에 조선인민해방군(북한에서는 조선인민혁명군이라고 부른다)을 창설했다는 것과 관련된 내용도 언급되어 있다. 1930년대 중반 중국에서 출간된 '동북의용군'이라는 책에는 “1934년 7, 8월경에 활약하고 있었던 간도 3,000명의 의용군은 조선인민혁명군이다”라는 글이 실려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주보중 문선'이라는 책에 따르면 동북항일연군 지휘관인 주보중은 “동북항일연군 제2군은 동시에 '조선인민혁명군'”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이는 김일성 주석이 있었던 부대가 중국인들은 동북항일연군 제2군 독립사라고 부르지만 조선인들은 조선인민혁명군으로 불렀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 측의 자료를 인용하여 간도에서 1930년대 중반 국면에서 "조선항일혁명당"을 수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한 문건을 소개하며 당시 만들어진 동북인민혁명군 제2군의 주요임무가 조선의 혁명이었다는 사실을 소개하기도 한다.

즉, 여러 가지 명칭으로 불리고 있긴 했지만 '조선인민혁명군'이라는 명칭은 있었고, 이 부대는 조선의 독립을 위해 싸우는 부대였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외에도 서옥식 박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출생과 관련해 1942년 2월 16일 백두산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1941년 2월 16일 연해주의 우수리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 사이 하마탄이란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고 주장했다.

'인물로 본 북한현대사'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출생연도와 출생지를 정확하게 특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관련한 여러 가지 설 중 1941년 출생설 및 소련 출생설의 결정적인 증거가 부족하고 몇몇 핵심 증언자들의 증언에 잘못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확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백두산출생설의 경우 중국과 소련문헌을 토대로 김일성 주석이 최소한 1941년 봄부터 가을까지 만주 지역에 다녀오는 비밀활동을 하긴 했지만 중국 측 공식자료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역시 북한의 주장에도 근거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만 정창현 교수가 1996년 중국 하얼빈에서 만난 리민 씨는 자신이 1943년 북야영에서 김정숙 김정일 국방위원장 모친을 만났는데, “다른 곳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낳은 후 안고 북야영에 왔다”고 증언했다고 한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북한 주장을 뒷받침한다고도 볼 수 있다.

크게 두 가지의 사례를 살펴봤지만 나를 황당하게 만들었던 기사와 '인물로 본 북한현대사'를 비교해 보며 우리가 정말로 북한을 더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관계만 알아도 해소될 수 있는 오해가 꽤 많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그런 사실관계 확인도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북한에 대한 오해가 더 많이 쌓인다. 악순환이다.

이 책 하나로 70년 된 악순환을 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이나마 약하게 만들 수는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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