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절을 맞아 개성식 만둣국을 맛보다

설명절을 맞아 개성식 만둣국을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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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에 우연히 개성식 만두를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어떤 가게에서 사먹은 것이 아니라 친척 분이 직접 만드신 개성식 만둣국입니다.

어머님을 찾아뵙기 위해 부산을 찾았습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잠깐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 어느 덧 점심시간, 어머님과 함께 계신 어머님의 친척, 저에게는 5촌 이모뻘 되시는 분이 만둣국을 먹자고 제안하십니다.

5촌 이모님은 원래 부산 분이시지만 결혼을 북한 개성에서 내려온 집안과 하셨습니다. 그래서 만두를 빚을 때 개성식 만두를 만들어 드십니다.

“제가 북한전문통신 기자인데, 만둣국 만드시는 것 사진 찍어도 되나요?”

“뭐 이런 걸 찍고 그러니? 얼굴은 나오지 않게 찍어라”

이모님은 냉장고에서 밀가루 반죽을 꺼내 길쭉한 원통모양으로 만드십니다. 그리고 조금씩 잘라 놓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잘려진 반죽에 밀가루를 묻혀가며 나무 봉으로 얇게 폅니다. 만두피를 만드시는 겁니다. 밀가루를 뿌리는 것은 달라붙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만두피를 만드시던 이모님은 냉장고에서 통 하나를 꺼내십니다. 통 안에는 뭔가 가득 들어있습니다. 만두속입니다.

“만두속 미리 만들어 두신 거예요?”

“응, 원래는 만들어서 바로 먹는데, 미리 준비해야할 필요가 있어서 했다.”

“무슨 만둔가요? 안에는 뭐 들었어요?”

“김치만두다. 안에 김치랑 두부랑 숙주, 돼지고기, 당면, 계란, 파, 마늘, 깨, 참기름 이런 거 들었다. 당면은 원래 이북식에는 안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뭐 굳이 그렇게 따지고 먹을 필요 있겠나?”

“개성식 만두에는 원래 꿩고기 넣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긴 한데, 꿩고기를 구할 수 없으니까. 꿩대신 닭고기 쓰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그냥 돼지고기로 했다.”

어느 덧 수십 개의 만두피가 만들어졌습니다. 

“반죽이 남으면 어떻게 해요? 만두속도 많긴한데, 반죽이 더 많아 보이는데요? 혹시 수제비를…”

“반죽 남으면 칼국수 해먹지.”

이런, 보기좋게 틀렸습니다. 약간 쑥스러워 하는 사이 이모님은 얇게 편 만두피에 만두속을 수북하게 담으십니다.

“원래 만두속 이렇게 많이 넣습니까?”

“응, 이북식으로 만두 만들 때는 만두속을 많이 넣는다. 만두를 만두속 맛으로 먹지 무슨 맛으로 먹겠니? 겨울에는 꿩고기 넣어서 먹고, 여름에는 애호박 채썰어 소금에 절인 다음에 만두속에 넣어서 먹고.”

“호박을 만두속에 넣어요?”

호박을 만두속에 넣는다는 말은 처음 들어보았네요. 맛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이모님이 만두를 빚으시는데 만두가 커 보였습니다. 여쭈어보니 개성만두는 서울과 가까워 오히려 작은 편이라고 하십니다. 함경도 쪽으로 하면 만두가 정말 크다고 하시네요. 그리고 개성식 만두는 만두속을 만두피 안에 넣고 끝을 붙여 둥글게 만들어 주는데, 함경도 쪽은 그냥 송편처럼 길쭉하게 놔둔다고 합니다.

어느 덧 수십 개의 만두가 만들어 졌습니다. 이제 국물을 끓일 시간입니다. 원래는 국물을 낼 때 꿩의 뼈를 이용하여 육수를 내는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국물은 다시마, 무 등으로 내셨다고 합니다. 육수가 아니라 채수(菜水)인 셈입니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고 끓는 국물에 만두를 넣습니다. 약 5분에서 7분가량 팔팔 끓인 뒤 만두와 국물을 건져내고 따로 끓여둔 떡국과 같이 담습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둔 고명을 넣습니다. 간단히 먹는 것이니 고명이라고 해 봤자 계란 지단과 김가루 정도일 뿐입니다.

“이거는 먹을 때 방법이 따로 있다. 먼저 앞접시에 만두를 하나 올리고, 만두 위에 양념간장을 조금 올린다. 그리고 숟가락으로 만두를 반으로 쪼개고 국물을 좀 부어주고… 자, 먹어봐라.”



약간 배가 고파서 그랬을까? 만둣국은 금새 사라졌습니다. 정식 개성식 만둣국이 아닌데도 이정도 맛인데, 준비를 많이 한 진짜를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통일이 그리워 지는 맛입니다.

이동훈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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