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목사 방북기12]평양 우표애호가들의 놀라운 수집 열정

[최재영 목사 방북기12]평양 우표애호가들의 놀라운 수집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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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번 방북 기간은 2014년 9월 25일 부터 10월 6일 까지 이며 내가 설립한 NK VISION 2020의 중요 기관 중에 하나인 손정도목사기념학술원 원장의 자격으로 방문을 했다. 특히 이번 방북에는 평소 중국과 북한 문제에 관심이 많은 미국 시민권자 신분의 목회자 부부가 학술원 회원의 자격으로 나와 함께 동행을 했다. 

이번에 나의 방북 목적은 종교적인 업무와 학술적인 업무를 비롯하여 남과 북의 양측 사회가 서로 소통하고 통합 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 일행 세 명은 매우 차분하면서도 기대감이 넘치는 마음으로 중국 심양에 당도하여 북한 영사관측으로부터 비자를 받고 평양발 고려항공편에 몸을 실었다. (필자)

편집자 주: 통일뉴스 동시 게재


나의 초등학생 시절은 좀 내성적인 성격 탓이었는지 무언가를 수집하는 취미를 조용히 즐겨왔다. 특히 여름방학이 되면 학교 과제물인 ‘식물 채집’과 ‘곤충 채집’을 충실하게 제출하여 매번 선생님의 칭찬과 상장을 휩쓸었으며 어느 때인가부터 거기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읍내와 동네 인근 구멍가게를 돌아다니며 껌종이를 수집했다. 껌을 구입하면 껌 자체를 씹는 것보다 껌을 감싼 은박지위에 포장된 상표 종이를 모으는 이른바 ‘껌종이 수집’에 푹 빠진 것이다. 다양한 디자인과 광고문구가 적힌 껌종이를 수중에 넣으면 마음이 뿌듯해졌고 사진용 앨범에 가지런히 넣어 정리하면서 껌종이 하나하나에 담겨진 사연과 추억에 매료되며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것이 지루해질 무렵 곧이어 도전한 것이 바로 ‘우표 수집’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시절부터 시작한 우표수집은 고등학교 진학 직전까지 지속되었다. 틈만 나면 면소재지 우체국과 군청이 있는 읍내 우체국을 열심히 드나들며 지니고 있던 용돈을 모두 쏟아 부으며 수집에 몰두했다. 시골 소년에게 있어 우표는 미래가 그려진 작은 화폭이자 호기심의 박물관이었으며 상상의 나래로 이끄는 신기한 존재였었다. 흰 습자지가 삽입된 우표수집 전용 앨범을 구입해서 제법 전문가 흉내를 내며 시리즈우표나 기념우표를 모으는 정도의 수준까지 도달했다. 우리 집에 편지가 도착하면 제일 먼저 달려가 봉투에 붙어 있는 우표딱지부터 조심스레 뜯어낼 정도로 당시에는 극성맞게 우표를 모았다. 그러던 나는 고향을 떠나 타지로 고등학교를 진학하며 고향집 다락방에 보관했던 앨범들을 방치하여 외지에서 방문한 일가 친척들의 손을 타거나 어느 해인가 대홍수로 물난리가 나는 과정에서 유실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서 나의 우표수집 취미도 중단되고 말았다. 

성장한 후에는 ‘화폐 수집’에 잠시 취미를 둔 것 외에는 수집에 취미를 가져본 적이 없이 평생 목회활동에만 전념하며 바쁘게 살아왔다. 그런 나에게 최근 들어 다시 우표수집의 추억으로 강하게 이끈 계기는 당시 개관한 지 몇 달 안 된 ‘조선우표박물관’과 평양시내의 우표 수집가들 때문이었다. 내가 처음 접한 북한우표들은 전통적인 강한 색채와 북한 특유의 고유한 멋스러움을 풍기고 있어 나의 눈길과 발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때부터 나는 북한우표에 관한 궁금증과 더불어 우표수집이라는 취미에 다시 서서히 빠져들었다. 특히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없는 북한우표와의 만남은 마치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다 신세계를 발견한 듯한 스릴과 쾌감을 안겨주었다. 

오늘은 북한유일의 우표박물관을 방문하여 그곳에 전시된 다양한 종류의 우표들에 얽힌 이야기와 실제로 우표를 구입하는 과정, 평양의 우표 애호가들과 만난 이야기 등을 나누고자 한다. 북한의 우표들은 나에게 분단 이후 쪼개진 반쪽 조국의 근현대사를 자연스럽게 배워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주었고 아울러 우표 속에 담겨진 각각의 의미를 파악할 때마다 우리나라 남북 전체 역사의 퍼즐이 동시에 맞취지도록 하는 역사 선생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기에 나는 방북할 때마다 새로 발행된 우표를 구경하거나 새로 구입하는 습관을 지니게 되었다.

평양 우표애호가들의 수집열정에 놀라다 

내가 처음 ‘조선우표박물관’을 찾은 시기는 박물관이 준공된 직후인 2012년 10월이었다. 박물관이 2012년 4월 9일에 개관을 했고 나는 10월 초순경에 그곳을 찾았다. 그리고 이듬해인 전승절 60주년(정전협정 60주년)을 기념하는 ‘승리의 7·27’이라는 우표전시회 개막기간(2013.7)에도 방문을 했으며 그 이후로도 방북할 때마다 틈을 내서 박물관을 꼭 찾았다. 전시된 일반 우표들은 독립운동 시절의 우표를 비롯해 분단 이후 70년에 이르는 동안 한반도 북쪽의 역사를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특히 이번 일정에는 ‘조선우표박물관’에만 국한하지 않고 평양역 부근에 있는 우표수집 상점들과 개성에 있는 ‘조선우표전시장’ 등을 찾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현재도 평양과 개성에 있는 우표박물관과 전시장은 평양역 부근의 우표수집 상점들과 함께 외국의 우표수집상들과 북한의 우표애호가들이 매우 즐겨 찾는 곳으로 이미 소문이 나 있었다. 

현재 북한 우표는 전 세계 우표상들과 애호가들에게 점점 인기와 관심이 치솟고 있는 추세이며 북한우표는 실제로 각종 국제우표전람회나 대회에서 상장을 휩쓸고 있었다. 고려호텔 옆에 우표박물관이 세워지기 전에는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다. 2011년 7월 중순, 네덜란드의 어느 우표상이 우표 수집차 보름 일정으로 방북을 했는데 예정일이 지나도록 암스테르담으로 귀국하지 않자 조급해진 가족들은 경찰과 대사관에 실종신고를 했다. 나중에 확인한 결과 그 화란인은 평양 시내를 다니며 우표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안내원을 따돌리고 혼자 돌아다니며 우표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외국 첩자로 오인을 받아 보안당국에 구금되어 2주 동안 조사를 받았다. 다행스럽게도 그의 누명이 벗겨져 무사히 풀려났으나 이와 같이 북한 내부에서의 우표수집에 관한 기초 상식을 모르거나 해외방문객으로서의 규정을 위반하면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소지가 있는 것이 북한에서의 우표수집 활동이다. 

3년 전인 정전협정 60주년 행사기간에 개최된 ‘승리의 7.27’ 우표전시회장에서 내가 만난 ‘조선 우표애호가동맹’의 최철만 부위원장의 설명에 의하면 북한 전역에도 상당히 많은 우표 애호가들과 수집 마니아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귀띔해주었다. 

“부위원장님. 조선(북한)에도 이처럼 수천 종류의 다양한 우표가 발행되는 것이 처음에는 참 놀랍기도 했고 더구나 우표수집을 하는 분들이 의외로 상당히 많다는 것을 보니 저는 참 신기하게만 느껴집니다”

“최선생님이 잘 모르셔서 그렇습니다. 우리 공화국의 우표는 이제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명성이 높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우표 애호가들 중에는 30년 이상 수집한 분들도 상당히 많고 그중에는 의사, 교원, 로동자, 농민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있으며 지어(심지어) 소학교 학생들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합니다. 우리 애호가들이 제일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우표는 백두산 3대장군님들의 영상을 모신 우표들입니다”

“네. 그렇군요. 여기 조선우표박물관 말고 또 평양시내 어디를 가면 우표를 구경하거나 구입할 수 있습니까?”

“평양에도 아주 많습니다. 우편국에 가면 당연히 우표를 판매를 합니다. 여기서 가까운 개선문에 가면 거기서도 애호가들을 위한 우표책을 팔고 있으며 평양시내 참관지나 많은 상점에서도 외국인과 해외동포들을 위해 우표를 팝니다. 뿐만 아니라 평양역 부근에는 전문적인 우표 상점들이 있는데 거기는 우리 공화국의 우표애호가들이 가장 많이 찾아와 리용하는 곳입니다”

흔히 북한의 우표는 혁명정신과 주체사상을 담은 정치적이거나 사상적인 우표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을 영웅시하는 우표들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으며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을 전후하여 우표의 소재가 매우 다양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북한 우표동호회 책임자에게 우연히 들은 정보를 근거로 나는 이 무렵부터 틈나는 대로 북한우표에 대한 감상과 구입에 구체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고 방북 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날은 평양시내의 기념품점에서 일반 귀국선물을 구입하기보다는 주로 새로 나온 우표책자를 구입하고 있다. 이번 방문기간에도 개선문을 참관하는 도중에 우표책자를 구입했고 우표박물관에서도 시리즈 소책자를 서너 권 구입했다.

북한우표의 발전역사를 보여주는 ‘조선우표박물관’

나는 새로 발행된 우표를 구경할 것에 대한 기대감을 품으며 일행과 함께 우표전시와 판매를 동시에 하고 있는 조선우표박물관을 향했다. 이곳은 각국의 우표 애호가들을 위한 다양한 종류의 우표들이 전시되어 있어 수집가들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줄 뿐 아니라 우표를 사지 않는 사람들도 매우 유익한 구경거리가 될 만한 곳이다. 마침 평양고려호텔과 붙어 있다시피 한 곳에 위치하고 있어 어느 때나 편리하게 찾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박물관은 2층 구조였으며 입구를 들어가면 작은 로비에 김일성 김정일 두 지도자의 대형 벽화가 있고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300평 남짓 되는 전시실과 우표 판매대가 나온다. 전시실에는 일제강점기 이전의 우표와 해방 후 북한우표의 탄생과정에 대해 벽면 가득히 전시해 놓았으며 심지어 6.25 전쟁 사흘 만에 서울을 점령한 기념우표도 전시되어 있었다. 서울점령 직후 1주일도 채 안 돼 기념우표가 발행된 것으로 보아 북측이 철저하게 준비한 전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알 수 있었으며 남북정상회담 관련 기념우표들을 통해서는 남북 관계의 굴곡까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선생님 반갑습니다. 지난 봄에도 여기를 오셨더랬지 않습니까? 혹시 이번에도 찾으시는 우표가 있으십니까?”

“아. 반갑습니다. 그동안 잘 계셨지요? 천천히 돌아보고 맘에 드는 책자가 있으면 구입하려 합니다. 혹시 바쁘시지 않으시면 처음 방문한 저의 일행을 위해 전시실을 한 바퀴 돌며 간단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곳은 원래 다른 참관지처럼 방문객들을 위해 해설사가 따로 배치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전협정 60주년에 개막했던 우표전시회처럼 이곳에서 특별한 전시회가 개최될 때는 여성 해설사들이 방문자들을 위해 친철한 해설을 해준 적이 기억나서 요청한 것이다. 

“일없습니다. 잠깐 한 바퀴 돌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우리 조선의 130년 역사를 고스란히 지닌 채 조선우표의 발전력사를 모두 보여주고 있는 조선우표박물관은 우리 장군님의 깊으신 배려와 사랑으로 이곳에 새로 꾸리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귀중한 문화적 재부를 보존하고 인민들이 문화정서 생활을 다양하게 누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설명하는 봉사원의 눈길을 따라 내 시선도 자연스레 유리전시관안에 우표첩으로 향했다. 그 우표첩은 김정일 위원장이 옛날 청소년 시절에 취미로 수집했다는 여러 권의 우표수집첩들이 서너 권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 조선에서는 우표를 단지 통신에만 리용하는 증권으로만 보지를 않습니다. 오늘날의 우표는 그야말로 ‘꼬마 외교관’이자 ‘종이 보석’으로 불리울 정도로 그 가치는 실로 대단합니다. 왜냐하면 우표는 그 나라들마다 주권국가의 상징물이며 그 나라의 정치를 반영하며 경제, 군사, 문화의 발전 수준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표는 각 나라마다 그 나라의 력사와 전통은 물론 인민들의 감정과 정서도 잘 나타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서 ‘증권’이라는 자본주의 경제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듣고 매우 신기하게 여겨 질문하고 싶었으나 해설을 끊을 것 같아 질문을 절제하고 그냥 넘어갔다.

“지금까지 조선(북한)에서는 대략 얼마나 많은 종류의 우표가 발행되었습니까?”

“우리나라에서는 해방 직후인 1946년 3월에 위대한 김일성동지의 세심한 지도 속에 첫 우표인 ‘삼선암’이 발행되었으며 그 이후로 지금까지 6,000여종의 우표가 다양하게 발행되었습니다. 우리 조선우표가 걸어온 력사가 집대성된 곳이 바로 이 ‘조선우표박물관’입니다. 1884년에 부르조아혁명과 더불어 발행된 ‘문위우표’로부터 지금까지 발행된 모든 우표들이 모두 다 전시되어 있는 이곳을 돌아보노라면 우표야말로 력사의 기록자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실 겁니다”

“저는 ‘꼬마 외교관’이라는 말과 ‘종이 보석’이라는 표현이 참 맘에 듭니다”

“이곳을 찾는 외국의 우표애호가들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우리 민족만의 독특한 색채와 조선의 우표에서만 느낄 수 있는 멋스러움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조선우표에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정신을 맑게 해주는 매력이 있으며 우리 민족성을 뚜렷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해내외 동포들과 외국인들은 한결같이 우호적인인 평가를 내려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비교적 자세히 들여다보니 매번 방문할 때마다 전시물들이 조금씩 업그레이드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시실에는 외국에서 개최된 국제우표전람회에 출품하여 받은 다양한 상장과 메달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이태리의 릿치오네 ’90대회와 ’91대회, 국제우표경쟁대회에서 받은 특별권위상을 비롯해 프랑스에서 개최된 ’92세계우표대회에서 받은 아시아상 등이 눈길을 끌었다. 

“이곳은 시기별로 각종 우표와 우편봉투, 엽서들이 정치, 군사, 경제, 문화 등 분야별로 종합적으로 전시되어 있으며 조선우표의 발전력사를 보여주는 수천여점의 우표와 유물자료들이 년대별, 내용별로 진렬되어 있습니다. 저기 벽면에 보이는 우표가 바로 1884년 11월에 처음으로 발행된 2종의 문위우표와 1900년 1월에서 1901년 5월에 만들어진 리화보통우표, 고종황제즉위 40돐기념우표를 비롯한 조선봉건왕조시기에 발행된 수십종의 우표입니다. 또한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가 해방된 이듬해인 1946년 3월 12일에 나온 조선의 첫 우표인 ‘무궁화’와 ‘삼선암’입니다”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 우표는 아무래도 조선시대의 우편제도와 근대화 과정을 담은 우표들과 북한 최초의 우표인 ‘무궁화’ 시리즈였다. 푸른색과 붉은색 바탕에 무궁화가 도안된 이 우표에는 발행 연도가 표시되어 있지 않았으며 한문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었다. 일제침략으로 우편제도가 말살되고 일제의 우표와 엽서가 강압적으로 사용된 자료들도 보존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세계 각국과 문화교류를 통해 발행된 우표들과 양각 음각이 뚜렷한 입체우표를 비롯해 우표카드, DVD우표 등 희귀한 우표 버전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또한 다양한 종류의 천공우표와 무공우표 등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특이한 점은 천공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시절에 발행된 우표의 천공들이 톱니바퀴처럼 일정하지 않고 쥐가 뜯어먹은 것처럼 구멍의 크기가 일정하지가 않은 것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최근에 발행된 김일성·김정일 두 지도자의 초상이 들어간 120원짜리 고액우표에는 세계유일의 둥근 원형의 천공우표로 제작된 것도 눈에 띄었다. 

우표수집 마니아와의 우연한 만남

오늘따라 박물관 내부에는 평일이라서 그런지 의외로 한가하고 조용했다. 한 바퀴 설명을 마친 선임 봉사원은 두 명의 다른 여성 봉사원과 함께 우리 일행을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들의 업무에 전념하느라 정신없어 보였다. 나는 우표구입을 위해 최신 발행 시리즈 우표들을 살펴보다가 이번에는 문화재와 동식물, 자연시리즈물을 구입하기로 결심하고 계산대로 향했다. 우표 낱개의 가격은 천차만별이었다. 북한 주민들이 사용하는 일반적인 보통 편지봉투에 사용하는 우표 값은 10전부터 90전까지 다양했고, 그 다음 단계의 가격은 1원부터 10원까지, 20원~100원, 110원~200원까지 매우 다양했다. 그러나 수집가나 외국인들은 낱개보다는 시리즈나 책자를 통째로 구입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매입 후 그 가치는 더 올라갈 것이다.

“평양시내에 사는 우표애호가들은 요즘 이곳에 자주 들리는 편입니까?”

“물론 꾸준하게 찾아오는 편입니다. 평양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찾아 오는 경우도 아주 흔합니다”

때마침 한가해 보이던 전시실에 평양 시민으로 보이는 서너 명의 남성들과 또 다른 외국인 일행들 서너 명이 통역 안내원과 함께 각기 시차를 두고 입장하여 전시실을 둘러보는 것이 눈에 띄었다. 우표책자를 뒤척이고 있던 방문객 중에 한 명은 봉사원과 나의 이야기를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다가 대화에 날름 끼어들어 나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미국에서 오신 동포십니까? 저도 우표애호가입니다만 우리나라 애호가들은 우표수집을 단순히 취미나 흥밋거리로 하지 않습니다. 우표를 수집하게 된 경위나 사연이 모두 저마다 다르지만 모든 애호가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된 심리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조국의 발전력사가 함축되어 있는 조선우표를 더 없이 소중히 여기는 마음입니다”

우표수집을 매우 즐거워한다는 그는 어쩌면 그리도 반듯한 마음 가짐으로 우표수집에 대한 유익한 말들을 이어가는지 마치 착한 모범생 같은 느낌이었다. 인쇄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그는 27년째 우표를 수집하고 있다며 은근히 자랑했으며 과거에 우표를 수집했던 나의 경험에 비춰 볼 때 그의 말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우표를 하나 하나씩 모을 때마다 우리나라와 세계 여러 나라들의 력사와 전통, 문화들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며 제가 인쇄분야에서 일할 때마다 더 깊은 안목과 조예를 가질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제 우표수집은 나의 생활에서 뗄 수 없는 한 부분이 되었으며 수집한 우표를 우표첩에 끼워 넣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나와 대화를 나누며 계산과 포장작업을 하고 있던 판매 봉사원은 당시에 공개되지도 않은 박물관 프로젝트를 나에게 무심코 알려주었다.

“우리 인민들 사이에 우표가 얼마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지 선생님도 점차 아시게 될 겁니다. 우리 박물관에서는 다음 달부터 우리나라 전 인민을 대상으로 해방이후 지금까지 우리 조선에서 발행된 모든 우표와 우표 관련 유물수집과 발굴사업을 진행합니다”

“아 그래요? 주로 어떤 것들을 수집합니까? 만일 인민들이 유물을 가져오면 돈을 줍니까?”

“그렇습니다. 당연히 제 값을 주고 매입합니다. 사용된 우표든 사용하지 않은 우표든 모두 매입할 것이며 우표가 붙어있는 엽서와 편지봉투들도 모두 수집합니다”

“아. 웬만한 집에는 편지 봉투들을 모아두고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모두 집안에 있던 옛날 물건들을 내다 버려서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지방에 있는 옛날 우편국 물품들도 저희가 몽땅 수집을 합니다. 우편도장이나 우편통신원(우체부)이 입고 다녔던 복장과 들고 다니던 통신원 가방은 물론 거리에 놓여졌던 우편함까지도 모두 수집을 하며 우표를 찍는데 리용된 인쇄장비들과 각종 수송기재들도 여기에 속합니다.”

“그런 유물들이 모아지면 박물관을 또 하나 건축해도 되겠는데요? ”

“그럴 계획입니다. 그뿐 아닙니다. 각지에 있던 체신소들과 통신원들이 리용하던 여러 가지 유물과 발굴품들을 수집할 뿐 아니라 우리 인민들이 개별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우표와 유물자료들도 우리 박물관에서는 공식으로 수집합니다”  

내가 볼 때 북한의 국가우편발행국이나 우편당국에서 과거 북한의 우편역사를 체계있게 정리하여 제대로 된 우편박물관을 건축하려는 듯 보였다. 이제 나와 일행들이 우표 구입을 마치고 박물관을 떠나려 하니 판매대에 비치된 품격 높은 각종 시리즈물과 책자들이 눈에 밟혔다. 마치 자신들을 찾는 손님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듯 보였다. 아무쪼록 많이 팔려서 국가재정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오늘 방문하여 접한 북한우표들에 대해 종합적인 평가를 내려본다. 우선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우표들은 각별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화려하게 발행되어 가장 눈에 띄었으나 종류와 분량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두 지도자에 대한 내용은 오히려 갈수록 더 화려하고 고급화되는 추세였으며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우표도 부친과 함께 등장한 우표가 두 세장 눈에 띄었다. 그리고 나머지 모든 우표들은 최고지도자들에 관한 내용에서 벗어난 일반 우표들이 대부분이었다. 70~80년대 초반부터 우표의 소재와 장르가 일반화되고 다양해지면서 해외로 진출한 흔적이 많아 보였으며 해외에서 단독으로 우표 전시회를 개최하거나 국제우표대회나 전람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가장 내 마음을 사로잡는 우표들은 북한을 대표하는 동식물과 자연 시리즈물들이었다. 특히 스포츠, 역사적 인물, 음악과 악기, 문화 유적과 사적지, 국보급 유물, 우주, 과학, 선박과 비행기, 기차 등 교통수단, 수예, 미술, 영화 등을 소재로 한 우표들이 매우 다양하게 발행되고 있었고 한일 간의 국제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독도관련 우표가 눈길을 끌었다. 독도지도우표는 서도와 동도를 중심으로 지네바위, 군함바위, 닭바위, 초대바위, 얼굴바위 등 바위섬들이 표시되어 있어서 매우 특이하게 보였으며 북한에서도 독도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 고마웠다.  

또한 각종 역대 올림픽과 월드컵 등을 비롯한 국제 스포츠대회 시리즈는 물론 북한의 애국가 악보와 가사를 넣어 만든 50원짜리 우표를 비롯해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 500주년 기념,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의 탄생 190돌 기념, 노벨 탄생 150주년 기념,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사진과 악보를 넣은 우표, 피카소 탄생 100돌 기념 등을 소재로 한 특별한 우표들이 많았다. 이순신 장군이나 강감찬 강군 같은 역사적 인물과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발행 150돌 기념우표와 12간지에 등장한 동물들과 태양계 행성시리즈, 최근의 인공위성 등을 소재로 한 시리즈 우표들도 나의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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