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없인 대안도 없다

이해없인 대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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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외교관, 평양에서 보낸 900일

정욱 실천자산관리연구소 소장

2003년 이맘때,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의 귀국 사건으로 남한 사회는 한바탕 이념 전쟁을 치러야했다. 간첩혐의를 받으며 입국이 금지된 상태였던 송교수가 37년만에 조국을 찾았을 때, 국정원과 검찰은 처음의 약속을 어겨가며 구속수감 했고 보수 언론의 이성을 잃은 마녀사냥은 도를 한참 넘고 있었다. 당시 총선을 앞둔 시점이라서 일부 진보세력으로부터는 남한의 현실을 고려해달라는 부탁 아닌 부탁을 받기도 했으니, 이 사회가 안고 있는 분단모순의 속살을 구석구석 죄다 까발리는 일대 사건이었다.

“영국 외교관, 평양에서 보낸 900일”의 서평을 시작하며 난데없이 송두율 교수가 떠오른 이유는 “내재적 접근법” 때문이다. 송교수는 내재적 접근법으로 북한을 분석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이미 90년대에 남한의 학계와 대학가에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송교수의 “내재적 접근법” 주장은, 결국 북한 내부의 문제는 북한의 역사와 문화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다른 집단에서 일어나는 일은 그 집단 내부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이해를 돕는 옳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정글 원주민들의 생활 양식이 서구적 시선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 할지라도 그들에게는 합리적이거나 유용한 나름의 이유를 갖고 있는 것이므로 상대적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인간의 보편적 가치가 존재하고 외부 세계와 완전히 독립적인 집단은 없기 때문에 내재적 접근법과 더불어 외재적 접근법 역시 한 집단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데 있어서 유용한 도구이다. 다만, 남한 사회의 북에 대한 시선은 지나치게 외재적 접근만을 활용하거나 강요되기 때문에 송두율 교수의 주장은 차라리 신선하였고, “종북 처단”과 같은 비이성이 횡횡하는 2014년의 현실도 10여년 전과 비교해서 별반 전진하지 못하였기에 내재적 접근법의 유용성을 상기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북한 사회를 바라보는 기존의 시선들이 균형감을 잃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서구매체에서 보여주는 북한은 핵실험을 하고 군사행진을 벌이는 나라로만 비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일부 논평가들이 북한 지도자를 둘러싼 개인 숭배를 우스개로 다룬다면, 다른 논평가들은 노동수용소를 거론하며 북한을 하나의 거대한 감옥으로 묘사한다. 나는 이 쟁점들 가운데 무엇에도 눈을 감지 않았다”며 집필의 관점을 사뭇 비장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의 잘 나가는 외교관으로서는 아무리 서구 사회의 북한에 대한 인식 불균형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하더라도 그 한계를 크게 벗어나기 어려운 모양이다. 그의 글 속에는 “외재적 접근” 편향의 오해와 편견이 자주 눈에 띄니 말이다. 

이따금 저자는 그러한 위험은 없다고 단언하는 북한 사람에게조차 “도청 장치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장소에서는 가급적 이야기를 삼가는 것이 좋겠다고 주의를 주”거나, 결혼식 풍경을 보면서 “신랑과 신부는 적어도 자동차를 타고 예식장으로 갔다”라며 보편적 수준의 생활상을 설명하면서도 <적어도>와 같은 수식어로 놀라움을 감추지 않고 “(평양에서는 값비싸고 준비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앞뒤가 맞지 않는 주석을 달곤 한다. 이 정도는 정보의 부족에서 오는 오해이거나 이방인의 귀여운 편견 정도로 여길 수 있겠다. 그러나 북한의 인권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되는 비논리적 서술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북한 가정의 자녀수를 설명하면서 “아들 선호가 강하긴 했지만 여아를 살해한 사례를 나는 들어본 적이 없다”라며 아들 선호에서 여아 살해로의 뜬금없는 비약을 용인하고, “나는 동성애 금지에 관한 북한의 법을 모르긴 하지만 그 법이 동성애를 가혹하게 처벌할 것”이라며, 정체불명의 논법을 써가면서 저자가 알지도 못하는 법을 인권유린의 도구로 덧칠하는 것에 스스럼없다.

결국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균형감을 갖겠다던 저자의 굳은(?) 다짐은 점차 옅어진다. 서방 외교가의 오피니언 리더인 저자의 경험을 통해 북에 대해 더 풍부하게 알고자 했던 기대는 그만큼 실망으로 돌아왔다. 기존의 북한에 대한 여러 편견과 근본적으로 결별하지 못한 외재적 시선은 책이 다루고자 하는 팩트조차 의심스럽게 하곤한다. 

그러나 이 책의 가치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서방(특히 비둘기파)이 갖는 북에 대한 이해와 외교적 스탠스를 엿볼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북한 사람들의 일상의 소소한 생활 양식으로부터 시작해서 북한의 역사를 바탕으로 북한 체제의 요소요소를 분석하여 국제사회가 북한을 어떻게 다루고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결론으로 일관되게 향하고 있다. 저자의 결론은 “결론” 섹션의 두괄식 표현으로 압축된다.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고. 그러면서 지금까지의 다양한 외교적, 군사적 접근법이 아닌 새로운 대안을 찾을 것을 “막연히” 요구하고 있다.

이 책은 비록 저자가 폭력적이고 급격한 수단으로 북한을 상대하는 것에 호의적이지 않은 입장이라 하더라도, 세계의 숙제이자 저자의 주제인 북한을 이해하는데 자신들의 잣대를 고집한다면, 북한에 대한 오롯한 이해는 물론이고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제대로된 대안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성과물 아닌가 생각한다.

북한은 고유의 특성을 지닌 자주적 존재인 동시에 한반도에서 그리고 전 지구적으로 중요한 한 구성원이다. 북한의 존재로 인해서 골치를 썩는 이들이라면 북한을 이해하려는 진정한 노력을 앞세우라 말하고 싶다. 900일 동안 평양의 중심부를 경험하고도 편견을 이기지 못한 영국의 한 외교관의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 나아가 세계 평화의 질적 발전을 위해서 영국 외교관과 그의 동료들에게 심심한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11 comments

    • ㅋㅋㅋ 서방의 시각이요? 지금 전세계적으로 북한을 적대국으로 인정하고 있는 흐름인데 무슨소리에요. 브루스 베넷이라는 북한 전문가도 북한은 곧 멸망할 것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UN도 북한인권법 통과를 통해 더이상 북한을 좌시하지 않을 것을 선언했고, 이번 소니해킹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국제적 제제를 가하겠다"고 했습니다.

  • 어느 나라더라도 시대에 뒤쳐지는 나라는 악으로 비춰지죠. 도덕의 잣대는 시대에 따라서 변하니까요. 북한이 그런 나라라고 생각해요. 시대에 뒤쳐져서 악으로 비춰지는 나라.

    • 말씀하신 "시대"라는 기준이 대표적인 외재적 관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요즘 세계 경제의 혼돈과 북한의 약진을 대비해보면 과연 그동안의 우리의 관점들이 모두 옳은 것이었나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앞으로 시간이 더 지날수록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은 더욱 바뀌게 될 것이고, 또한 생산적인 미래를 위해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그렇다면 좌파언론에서 굉장히 싫어하는 이승만, 박정희는 그 시대에 맞춰 이해해줘야하는 것 아닙니까? 조선시대말, 일제강점기를 지나 6.25라는 절대적 위기의 전쟁을 겪고, 사람들은 굶어죽어나가고 있던 시기에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기반을 닦았던 이승만, 새마을 운동으로 국민 중 아사자 수가 대대적으로 줄어들게 만든 박정희. 이 사람들의 독재는 분명 민주주의국가로서 비판받아야 마땅하지만 이거야 말고 시대적 이해가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닐까요?

    • 솔직히 이런말하면 좌파언론에서 싫어하겠지만 시대에 맞게 이해해줘야한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지금시대에 박정희같은 대통령이 우리나라 대통령이라면 결과는 좋지않겠죠. 그냥 그 당시 시대 수준에 맞는 인재였다고 생각합니다.

  • "북한은 고유의 특성을 지닌 자주적 존재인 동시에 한반도에서 그리고 전 지구적으로 중요한 한 구성원이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요? 지구적으로 중요한 구성원인 것은 "북한 주민"이지, [북한정권]이 아닙니다. 자꾸 물타기 하는 기사쓰지마세요. 북한 주민들은 불쌍한 사람들이고 해방되어야할 대상이 맞습니다. 하지만 북한주민을 억압하고 학살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집단이 [북한정권], 김정은 정권이라는 것인데 무슨 소린가요. 그럼 히틀러 나치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그 시대에 맞춘 시각으로 본다면 그것도 이해받아야할 대상인가요? 일제강점기의 대한민국의 모든 피해도 시대적 이해로만 치부하면 일본은 아무 잘못 없는 것인가요?

  • 제가 평양시를 위성사진으로 평양시내와 평양외곽에 있는 고위층들이 사는 고급주택들 자주봅니다~!!!! 물론 북한기준으로 평양 최고위층들은 당연히 호화롭게살고 그들끼리 사는 고급주택촌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그들이 사는 고급주택내지 고급아파트 내부수준은 그래도 대한민국 남녘의 고급아파트 내부수준보다는 조금 뒤떨어진편으로 통일이 된다면 그들전용의 고급주택들도 언젠가 자본주의스타일 기준으로 맞게 현대적이고 럭셔리하게지어지겠죠?

  • 더군다나 북한 최고위층인사들의 아내들과 딸들의 옷차림을 동영상에서 봐왔지만 자본주의국가들의 여자연예인들의 노출심한 초호화스런 섹시한복장과 비교하면 그들의 옷차림은 나름 럭셔리하면서도 대한민국 남녘의 1960년대수준의 양장차림을 연상케하지만 그래도 북한노동자들의 복장들과 비교하면 그래도 북한내에서는 남들이 못입는 옷을 입는 세련된 사람들입니다~!!!!!

  • 그리고 음식점문화도 서울과 평양을 비교해보면 완전 천지차이로 서울에 있는 음식점수는 길거리음식을 파는곳이랑 길거리 음료수상점까지 다합하면 공식적으로 약 5만여곳내지 수십만여곳정도로 굉장히 많으며 대체로 한식집 특히 백반집이랑 한정식집이 가장 많이차지하며 그다음에는 분식집이 차지할정도로 분식집들이 약 만여곳을 넘을까말까 할정도입니다~!!!! 북녘 수도 평양은 반대로 약 수천여곳인데 그중 냉면을 위주로파는 국수집이 가장 많이 차지하고 그다음에는 단고기집, 내포국집, 강냉이국수집, 떡국집, 특산물요리집, 그외에도 서양요리랑 중국요리, 일본요리등을 파는 식당들도 있지만 다른나라들과는 달리 유독 서양요리를 파는 음식점들은 평양시를 중심으로해도 그리많지않으며 주로 호텔이나 특각 혹은 초대소에서 가끔씩 서양인관광객들이랑 서양인특권층들을 위해 대접을 해주지만 대체로 조선요리나 중국요리 일본요리를 위주로 파는경우가 많다고 어느 방북자가 그런말을 하더라구요? 그이유가 북녘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중에서 유독 중국본토인들과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한인동포들이 가장 많이차지하기때문에 그때문에 그들의 입맛에 맞게 해주어야되기때문에 그래서 조선요리를 많이 판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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