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질적 단계로 나아가는 북-러 관계

새로운 질적 단계로 나아가는 북-러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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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상반기 활발했던 북-러 협력

지난 3월 14일 북한과 러시아의 <경제 및 문화 협조에 관한 협정> 체결(3월 17일) 65주년 기념회의를 시작으로 북한과 러시아의 교류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3월에 있었던 협정 체결 기념회의에서는 모스크바 주재 김영재 대사가 참석해 석탄광산, 철도·도로, 희금속 채굴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집중적 협의가 이루어졌다. 3월 24일에는 알렉산드르 갈루쉬카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이 북한을 방문하여 남·북·러 3각 경제협력사업을 북한 측에 타진하기도 했다. 

4월 28일에는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 총책임자인 유리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 겸 극동연방지구 대통령 전권대표가 방북하여 로두철 북한 내각 부총리와 면담을 가졌으며 양국 간 결재방식을 루블화로 대체하는 방안을 준비하는 것에 합의했다. 또한 정부 간 무역경제협력, 과학기술협력을 목표로 정기적 회담을 개최하는 것에도 합의를 봤다고 한다. 러시아는 이 자리에서 소방차 50대를 북한에 선물하기도 했다.

러시아 지방정부와 북한의 협력도 잦았다. 

지난 3월 22일에는 타타르스탄 자치공화국 루스탐 민니하노프 대통령이 방북하여 원유공업, 농업분야의 경제협력을 논의하고 북한의 상업회의소와 러시아연방 타타르스탄 상공회의소 사이의 협조에 관한 합의서에 조인했다. 

4월 24일에는 사할린 주정부 대표단이 방북해 무역·경제협조의정서를 조인했으며 4월 28일에는 북한 무역성이 러시아연방 아무르 주정부와 무역·경제협조에 관한 합의서를 조인했다. 비아체슬라프 슈포르트 하바롭스크 지방지사(행정장관)도 평양을 방문한 자리에서 향후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주요 대외무역 파트너로 성장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현재 지역 내 건설, 임업, 무역업 관련 북한 15개 투자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조건에서 북한과의 경제-문화 관계 확대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6월 6일에도 리룡남 북한 무역상이 블라디미르 미클루셰프스키 연해주 주지사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나 새로운 경제협력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3월 22일 카즈벡 타이셰프 러시아 국가회의 경제정책위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러시아연방공산당 대표단이 방북한 바 있으며 4월 22일부터 28일까지는 러시아 에너지·안전센터 대표단이 방북했고, 북한 철도성은 러시아 모스토비크 과학생산연합체와 철도운수 부문 협조에 관한 문건에 서명하기도 했다. 

5월 11일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이 구소련에게 빌린 차관 중 90%에 달하는 약 110억 달러를 탕감하는 비준서에 서명하였으며 남은 빚은 양국 합작 프로젝트에 사용하기로 하는 획기적인 조치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통상경제·과학기술협력위원회 제6차 회의의 방대한 결과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더욱 가속화하는 합의가 있었다. 지난 6월 5일 북한과 러시아는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부 간 통상경제·과학기술협력위원회 제6차 회의>를 열었다. 북한에서는 리룡남 대외무역상이 참가했고 러시아 측에서는 알렉산드르 갈루쉬카 극동개발부 장관이 참가했다.

갈루쉬카 장관이 회의를 마지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밝힌 합의 내용은 상당히 많다. 

6월 5일 <러시아의 소리> 보도에 따르면 갈루쉬카 장관은 이번 달부터 북한과 러시아 양국가간 무역거래를 루블화로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4월 28일 유리 트루트네프 부총리와 로두철 내각 부총리 사이에 논의한 내용이 이번 회의에서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갈루쉬카 장관은 루블화 결제 소식과 함께 러시아 은행에서 북한과의 거래를 위한 첫 계좌를 만들게 되며 루블화 결제를 통해 양 국가 간 경제무역협력관계가 눈에 띄게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러시아는 2008년 미국 발 경제위기 이후 달러 대신 루블화를 이용한 무역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으며 중국과는 2010년부터 위안화-루블화 결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북한과 러시아가 합의한 루블화 결제는 전 세계적인 탈 달러 경향에 힘을 싣는 조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입장에서도 중앙아시아 일부 국가들이 거래에서 루블화를 사용하는 만큼 중국과의 무역에 일부 사용하는 위안화와 더불어 거래수단을 추가로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갈루쉬카 장관은 북한과 러시아의 현재 무역 거래량보다 10배 늘린 10억 달러 규모로 무역거래를 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갈루쉬카 장관은 현재 양국가간 무역량이 1억12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으나 북한이 착수한 비즈니스 환경 조성에 러시아 투자가들이 실질적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이를 통해 무역 거래량이 4~5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최종 목표 거래량을 10억 달러까지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2013년 북한의 대외무역 규모는 73억4천만 달러고 이중 중국이 65억4천만 달러(89%), 러시아가 1억4백만 달러(1%)라고 한다. 갈루쉬카 장관의 전망대로 북한과 러시아의 교역이 10억 달러로 늘어난다면 올해 북-중 교역액이 큰 변동이 없는 조건에서 중국의 15% 수준, 전체의 13% 수준이 될 것이며 이는 북한 대외무역 비율의 상당한 변화를 예고한다. 

이 밖에도 양국은 관계 발전을 위해 여러 사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자국 내 유용광물 매장지 하층토 탐사 및 상품 개발 가능성에 대해 러시아 기업투자가들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고 올해 하반기 김책제철소 리모델링 및 비 코크스 철근 생산 컨설팅을 조직하는데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또한 북한은 러시아 기업 <바조비 엘레멘트>에 동평양 화력발전소 재건 사업과 무연탄 채굴 사업 등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바조비 엘레멘트>는 화력발전소 재건뿐만 아니라 북한의 구리, 무연탄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매장지 정보를 검토한 후 2014년 말까지 현장 조사 및 개발 타당성 조사를 위해 특별전문가단 파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또 러시아 기업 <세베르니 프리스키>와 북한 무역회사 <청진>은 북평양 지역에 있는 금광 개발과 관련한 예비조사를 함께 수행하기로 했으며 북한은 자국 내 금광 채굴권을 러시아에 제공하는 조건으로 러시아 항공기 투폴레프(Tu)-204 여객기 중고 제품을 들여오는 방안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러시아 회사 <타이프>는 북한에 주유소 체인망 설립을 계획하고 있으며 관련 협약이 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한편 러시아는 북한 단천항 인근의 흑연, 마그네사이트 등 광물 매장지 개발사업에 참여할 기업 명단을 오는 10월 1일까지 북한 측에 제시하기로 했다고 한다.

북한과 러시아의 합의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6월 5일 <러시아의 소리> 보도에 따르면 갈루쉬카 장관은 북한 정부가 러시아 기업투자가들이 북한에서 사업할 때 필요한 복수 비자 문제 등 일련의 당면 문제에 대해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결정했으며 인터넷과 휴대폰의 사용도 수락했다고 밝혔다. 또 북한과 러시아는 북한에서 유리한 사업 개발 지원을 위한 특별 매카니즘을 구성하기로 결정했으며 이와 관련해 정부 간 회의를 통해 추가협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갈루쉬카 장관은 이와 같은 혜택을 북한 정부가 러시아 기업인들에게만 허용했다고 언급하면서 오늘날까지 중국을 포함한 해외 투자가들은 이런 혜택을 누리지 못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북-중 관계를 고려할 때 러시아에만 이런 혜택을 주는 것은 이례적인데, 북-러 교역을 빠르게 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로 보이며 장기적으로는 중국이나 그 밖의 다른 나라들에도 같은 혜택을 줄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러시아는 이번 회의에서 라진항에 출입하는 대형선박 안전확보와 국제어선 유치를 목적으로 라진항에 러시아 보조함대를 주둔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북-러 전략적 관계로 격상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 관계가 급속히 발전하자 북-러 관계가 전략적 관계로 발전했다는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다. 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9일자 보도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에 대해 “조로(북-러)는 전략적 이익을 같이하는 동반자로서 새 시대를 맞고 있는 듯싶다”라고 표현했다. 

11일 <러시아의 소리>에 실린 갈루쉬카 장관 인터뷰에는 “양국가간 관계가 새로운 질적 단계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는 또 남-북-러 철도연결사업을 언급하며 “경제협력발전, 한반도 문제 해결, 동아시아 긴장 완화가 기대되는 철도협력사업의 연결선에서 이제 러시아와 북한이 새로운 질적 협력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고 발언했다. 두 차례에 걸쳐 북-러 관계가 새로운 질적 협력 관계에 들어서고 있다고 강조한 셈이다.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 강화는 미국과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대북 경제제재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작년 북한의 교역량이 1993년 통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데 이어 러시아와의 교역도 확대된다면 대북제재는 사실상 실효성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자 일부 전문가들은 대북 외교 무대에서 군사적 압박에 치중하고 있는 한국과 미국의 노선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9일 연합뉴스는 <복잡해진 ‘북한 셈법’…치열해지는 동북아 외교전>이라는 기사에서 한국과 미국이 대북외교 무대에서 존재감이 없다고 지적했다. 기사에 따르면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동북아 주변국들이 국익 극대화를 위해 북한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수수방관은 외교적 궁지에 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으며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미의 압박에도 북한의 정치, 경제적 상황은 비교적 안정된 것으로 보이며 외교적으로도 공세적으로 나서며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지금의) 대북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변화하는 북-러 관계가 동북아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이동훈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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