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북한의 지하자원⑤ 철저한 국가 통제 아래 수출까지 하고 있는 석유

[기획연재]북한의 지하자원⑤ 철저한 국가 통제 아래 수출까지 하고 있는 석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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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문명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자원, 석유. 석유는 인류의 주요 에너지원이며 석유를 가공해 만든 플라스틱은 실생활에서 쓰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생활용품, 옷, 건축자재, 약, 화학약품, 전화기, 컴퓨터, 자동차, 아스팔트 등 석유가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석유는 자연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탄화수소 혼합물을 말한다. 바다에 살던 유기물이 공기가 없는 상태에서 오랜 세월 분해되면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제하지 않은 석유를 원유라 하며, 원유를 정제하면 등유, 경유, 휘발유가 나오고 부산물을 통해 각종 화학물질을 만들 수 있다. 

석유는 석유를 생성할 수 있는 유기물을 함유한 권원암, 구멍이 많아 석유 보존에 적합한 저류암, 석유가 빠져나가기 어려운 덮개암 등의 구조가 있어야 한다. 이처럼 특수한 지질구조에만 석유가 있기 때문에 다른 광물자원과 달리 전 세계에 널리 매장되어 있지 못하고 아메리카대륙, 중동, 러시아 등 일부 지역에 편중되어 있는 실정이다. 

종잡을 수 없는 북한 석유 매장량

북한 석유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1998년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방북 후 서울에서 “평양이 기름 더미 위에 떠 있다”고 발언하면서 북한에 석유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현재는 북한에 석유가 매장돼있는 것은 사실이며 어느 정도 매장되어 있는지, 경제성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북한에 석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은 서한만 분지, 안주 분지, 동한만 분지, 서일본 분지다. 이 가운데 특히 서한만 분지가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 석유 매장량에 대한 자료나 보도를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다. 

▲1994년 북한 원유공업부는 서한만 일대에 430억 배럴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

▲1998년 박부섭 중국 환구석유심탐유한공사 사장은 서한만에 42억 배럴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

▲2002년 싱가포르 서버린벤처(Sovereign Ventures)사는 단천-나진 지역에 5천만 배럴의 석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

▲2003년 <한반도 경제보고서>(변진일, 가야넷)에는 원유 총 매장량을 588억~735억 배럴로 추정

▲2005년 중국 해양석유총공사는 서한만 분지에 약 660억 배럴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

▲2008년 영국 석유회사 아미넥스(Aminex)가 자유아시아방송에서 채굴 가능한 원유 매장량을 40억~50억 배럴로 추정

▲2011년 5월 30일 미래희망연대 송연선 의원이 주최한 <남북경제협력 활성화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김영일 무역협회 남북교역투자협의회 고문(효원물산 회장)은 서한만과 연결된 중국 보하이만 대륙붕 유전지대에 약 1470억 배럴이 매장되어 있다고 주장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지난 1997년 북한이 50~400억 배럴의 원유가 있다고 발표한 남포 서쪽 서한만 일대는 그간의 자료를 종합해 볼 때 매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12.4.13. 스카이데일리 “북한 서해유전 최대 2천조 <위성탐사> 필수적”)

물론 김영일 고문이 언급한 1470억 배럴은 중국 보하이만(발해만) 유전지대 매장량을 말하는것으로 발해만과 서한만이 연결되어 있으므로 북한에도 석유가 풍부하다는 점을 암시할 뿐 북한에 1470억 배럴이 매장되어 있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종합해보면 40억~735억 배럴로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북한의 석유 매장량이 불분명한 이유는 북한이 석유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폴 프렌치(Paul French) 영국 프렌치액세스아시아 소장은 2008년 1월 31일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영국에 있는 투자자들이 과학적 자료를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정작 북한당국은 지질 탐사 자료자체가 외부로 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탐사자료가 국가기밀이라고 우기거든요. 결국, 사업이 중단됐죠”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석유 자원을 국가적 차원에서 매우 엄격히 관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대 7천조 원의 가치를 가진 북한 석유

2012년 미 중앙정보국이 발표한 <The World Fackbook>에 따르면 국가별 석유매장량은 다음과 같다. 

순위 

국가명 

매장량(억 배럴) 

 1

사우디아라비아 

2626 

 2

베네수엘라 

2112 

 3

캐나다 

1752 

 4

이란 

1370 

 5

이라크 

1150 

 6

쿠웨이트 

1040 

 7

아랍에미리트 

978 

 8

러시아 

600 

 9

리비아 

464 

 10

나이지리아 

372 

 

 전체

14747 

물론 단순 매장량만 비교할 수는 없고 얼마나 경제적으로 시추할 수 있느냐도 문제다. 예를 들어 매장량 3위의 캐나다는 샌드오일로 유명한데 채굴비용이 높아 경제성이 떨어지지만 석유값이 오르면서 주목받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어쨌든 북한의 석유 매장량은 최대 세계 8위의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최소치인 40억 배럴도 30위 안에 드는 수준으로 동아시아에서는 중국(148억 배럴) 다음으로 많은 양이다. 

이 정도 양은 경제가치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최소치인 40억 배럴만 잡아도 최근 두바이유가 배럴 당 100달러를 훌쩍 넘으며 석유는 갈수록 고갈되기 때문에 4천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고 추정할 수 있다. 매장량을 700억 배럴로 잡으면 7조 달러나 된다. 한국이 2012년에 8억 배럴의 석유를 소비했는데 5~90년을 쓸 수 있는 양이 매장되어 있는 셈이다. 

경제성은 어떨까? 시사저널이 1997년 10월 7일 도쿄 제1차 북한 유전 설명회에서 페트릭스사(社) 기술자문위원인 최동룡 박사가 북한 원유공업부 1차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보고서 내용을 보도했다. 이 보고서 내용을 검토한 석유개발공사 최병구 국내 개발부장은 “보고서에서 적시한 지질 구조대로라면 생산성 측면에서도 대단히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보통은 생성된 원유의 2~3% 정도가 생산할 수 있는 실제 매장량으로 저장되는 데 비해 보고서대로라면 14%이상 집적된 것이어서 극히 좋은 상태라는 것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북한 석유 개발

2001년 6월 1일 조선일보는 <북한, 中·日·泰·佛에 석유 수출한다>는 기사를 통해 북한이 이미 석유를 생산해 수출까지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발표한 <2000년 북한대외무역동향>에 따르면 북한이 2000년에 일본, 중국, 태국, 프랑스에 최소 천만 달러 이상의 석유를 수출했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처럼 원유를 수입해 가공한 뒤 수출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정작 한 해 천만 배럴을 필요로 하는 북한이 3백만 배럴도 수입하지 않았다. 자체 생산량이 없으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게다가 태국에 수출된 정제유 내역에는 유전에서 막 뽑아 올린 역청유가 포함되어 있어 석유 시추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석유 매장 사실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2000년에 이미 생산, 수출까지 하고 있었다는 점은 상당히 놀랍다. 

그렇다면 북한은 언제부터 석유를 개발하기 시작했을까? 

북한은 1950년부터 경흥, 길주, 명천 등 육상지역에 15개의 시추공 작업을 했으나 실패해 탐사를 중단했고 1968년 숙천지역에서 유징을 발견하여 다시 탐사를 시도했으나 역시 실패했다. 

육지 석유 탐사에 실패한 북한은 해상 석유 탐사로 눈을 돌려 서한만부터 탐사를 시작했다. 북한은 1965~1980년 중국과 합작으로 서한만에 있는 초도 북부 지역에 대한 공중 자력 탐사 작업을 벌였고, 같은 기간 단독으로 중력 탐사도 진행했다. 또 1976~1980년에는 탄성파 탐사(Seismic Survey)를 벌였다. 1980년부터는 노르웨이의 지코(Geco), 영국 리워드 페트롤리엄(Leeward Petroleum), 스웨덴의 타우루스 페트롤리엄 AB(Taurus Petroleum AB)가 탐사 작업을 이어갔다. 

북한은 탐사 결과를 토대로 1977년부터 시추 작업을 시작했다. 안주 분지에 2개, 온천 분지에 1개, 서한만 분지에 7개의 시추공을 굴착, 두 유정에서 석유가 나왔고 나머지에서도 석유와 가스 징후가 나타났다. 

동한만 원산 앞바다는 1990년 옛 소련과 탐사를 시작했다. 1992~1996년에 탐사정 2개를 뚫었는데 여기서 석유와 가스 징후를 발견했다. 1997년에는 호주 비치 페트롤리엄(Beach Petroleum)이 탄성파 탐사를 벌였다. 

북한의 석유 탐사와 관련해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 있는데 바로 재미동포이며 중국 환구석유심탐유한공사 사장인 박부섭 박사다. 미국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박부섭 박사는 마이크로렙톤(Micro-lepton) 탐사 방식이라는 자신만의 방식을 고안해 석유를 탐사했다. 이 방식은 기존 탄성파 탐사보다 10배 가까이 정확하다고 하지만 아직은 국제적인 공인을 얻지 못한 상태다. 

박 박사는 이 방식으로 1994년부터 북한 석유 탐사를 시작해 황해도, 강원도, 두만강 지역, 서한만 등 북한 전역을 탐사했다. 그 결과 서한만 5개 구역에 모두 42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고 추정했다. 한국해양 연구소 해저지질연구소 유해수 박사는 2000년 5월 4일 뉴스메이커와 인터뷰에서 “박 박사는 세계적 석유전문 가들 사이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분이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주장을 펼 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석유 생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1998년 평안남도 숙천 유전에서 생산을 시작했다는 보도도 있으며, 2002년 7월에는 글로벌 오일 서베이 차이나 탐사팀이 평안남도 안주시 숙천군 장동리에서 4대의 장비로 원유를 하루 최대 4백 배럴 생산하는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또한 서한만의 7개 시추공 중 하나에서는 하루 4백50 배럴씩 원유가 생산되기도 했다고 한다. 

두 지역에서 생산되는 양만 합쳐도 연간 30만 배럴이다. 2000년대 초반 시세가 배럴당 20달러였므로 대략 6백만 달러어치를 생산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조선일보가 보도한 천만 달러 수출을 고려하면 다른 지역에서도 생산이 되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은 석유가 나오지 않는 나라지만 수출 품목 1위가 석유다. 반도체, 자동차, 선박, 스마트폰보다 석유를 더 많이 수출한다. 풍부한 정유시설을 활용해 원유를 100% 수입해 정제해서 다시 수출하는 것이다. 세계 10대 정유사에 한국 정유사가 3개나 들어 있으며 원유 정제 규모로 세계 6위를 차지한다. 또 원유 확보를 위해 베트남 등 해외 유전 개발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북한은 아직까지 본격적인 석유 개발을 하지 않았다. 만약 한국이 북한과 합작으로 석유 개발을 한다면 멀리 중동에서 값비싼 원유를 수입하는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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