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이해높이기] 11. 북한 ‘자립경제’의 토대 ‘주체철’

[신년사 이해높이기] 11. 북한 ‘자립경제’의 토대 ‘주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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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이해높이기]11. 북 ‘자립경제’의 토대 ‘주체철’

2019년 신년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은 통일을 준비하는데 있어 중요합니다.

자주시보, 주권연구소, nk투데이가 공동으로 신년사 중, 북한 전망과 평가에서 등장한 주요 건설대상과 용어, 개념 등에 대해 소개하는 기획기사를 연재합니다.2주간 진행될 예정이니 많은 분들의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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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인민경제의 주체화로선을 관철하기 위한 투쟁에서 의미있고 소중한 전진이 이룩되였습니다”라고 작년을 평가하며, 그 중 하나로 “김철과 황철을 비롯한 금속공장들에서 주체화의 성과를 확대”하였다고 언급했다.

여기서 김철과 황철은 함경북도 청진 소재 김책제철연합기업소와 황해북도 송림시의 황해제철연합기업소를 말한다. 이들 기업소는 성진제강연합기업소,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와 함께 북한의 대표적 철강관련 기업소들이다.

북한은 지난해 9월 25일 최대 제철소인 김철에서 100% 자체 기술과 연료, 원료로 운영되는 생산공정을 확립하고 준공식을 진행했다. 작년 9월 30일에는 황철의 주체화 대상공사를 완공하고 준공식을 진행했다. 준공식을 진행했다는 것은 기존의 방식이 아닌 자체 기술과 원료로 철을 생산할 준비를 완전히 마쳤다는 것이다.

북한은 기존 제철공법이 아닌 독창적인 공법으로 철을 생산하는데 주력해 왔다. 이를 ‘주체철’이라고 한다. 북한은 주체철 생산체계를 2009년 성진제강연합기업소에서 확립하고 이후 주요 철강기업소에 이 공법을 도입해 왔다. 북한에서는 무연탄 가스화에 의한 비료, 석회석으로 만드는 비날론 등과 함께 주체철을 민족경제, 자립경제의 토대로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제철공법과 주체철 공법은 무엇이 다른지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철(Fe)은 자연계에서는 빨갛게 녹슬어 있는 상태인 산화철(Fe2O3)의 형태로 존재한다. 철을 생활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산화철에서 산소를 제거해서 순수철의 형태로 환원시켜야 한다. 김책제철연합기업소 등에서의 ‘제철’이란 철광석을 제련하여 철을 뽑아낸다는 것으로 산화철을 철로 환원시키는 공정을 말한다. 이렇게 산화철에서 산소를 제거하는 데 코크스(C)라는 재료가 필요하다.

또한 철을 만드는 과정은 약 1000도에 달하는 매우 높은 온도가 필요하다. 제철과정에서는 석탄을 태워 필요한 연소열을 얻게 되는데 이 경우 일반적인 석탄인 무연탄으로는 얻을 수 있는 연소열에 한계가 있다. 그리하여 높은 열을 얻을 수 있는 역청탄(통상적으로 유연탄이라고 부르는 석탄의 일종)을 사용한다. 역청탄은 고온에서 연소시 코크스를 생성한다. 이를 가리켜 코크스 제철법이라 하며, 세계적으로 대부분 사용하고 있는 제철법이다.

문제는 코크스는 한반도에는 매장되어 있지 않아 전량을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석탄은 주로 무연탄으로 유연탄(역청탄)은 거의 안 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에 의해 각종 제재를 받아온 북한 입장에서는 역청탄, 코크스를 구하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며, 수입에 의존하려니 경제적 손실도 클 수밖에 없었다.

이에 북한은 자체의 재료와 기술로 철을 생산하는데 집중해 왔다. 일례로 김철에서는 2017년 9월 5일 코크스에 대한 의존을 근원적으로 없애버리겠다며 1호 용광로를 폭파해버리고 220일만에 자체 산소열법 용광로를 새로 세웠다. 2018년 1월 16일 김철의 첫 '주체쇳물'이 쏟아져 나오고 2월 17일에는 주체철이 생산되었다.

북한의 주체철 공법, 즉 비코크스제철법은 철광석과 석회석, 무연탄가루를 혼합하여 초고전력전기로에 넣어 대형 산소분리기에서 발생한 공업용 산소를 불어넣는 독창적인 제철법이다. 역청탄이 아닌 일반탄을 사용할 경우 생기는 발열량이 낮아지는 문제를, 전기를 통해 가열하는 전기로와 공기를 대신해 산소를 주입하여 연소속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극복했다. 코크스가 아닌 전기와 무연탄을 이용하여 쇳물을 만드는 공정을 개발한 것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북한의 무연탄 매장량은 세계 2위인 45억톤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사)남북경제협력연구소 김한신 대표는 최근 ‘2019 북한투자 가이드’ 자료에서 그동안 알려진 북한의 철광석 매장량은 약 50억톤(한국광물자원공사 예측치)이었으나, 최근 공개된 탐사 자료에 따르면 400억톤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소개했다. 즉, 자체의 재료와 기술로 철을 생산하게 된 것이다

북한이 개발한 코크스와 역청탄을 사용하지 않는 주체철 공법은 세계철강기업들도 주목하고 있는 기술이다. 역청탄은 매장량이 한정되어 있어 코크스를 사용하기 위한 비용지출이 크기 때문이다. 포스코 역시 1995년 코렉스(COREX)라는 코크스를 사용하지 않는 공법을 개발해 가동에 들어갔으며, 2009년에는 코렉스를 개량한 파이넥스(FINEX) 공법이라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철을 보통 산업의 쌀이라고 부른다. 철이 대다수 산업설비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도 ‘산업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한 것이 포항제철에서 용광로를 가동해 철을 생산하는 것이었다. 대북제재 속에서 ‘자립경제’를 강조하고 있는 북한이 철 생산량을 확보해 자체의 힘으로 경제발전을 얼마나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백남주 자주시보 객원기자 ⓒ 자주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