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특집:북한 신년사 분석] 2년 남은 5개년전략 시한, 자력갱생으로 돌파

[공동기획특집:북한 신년사 분석] 2년 남은 5개년전략 시한, 자력갱생으로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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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가 발표되었다. 올해 북한 신년사는 그 어느 해보다 많은 관심이 모였고 특히 미국과 청와대는 신년사에 어떤 내용이 담길 것이냐를 두고 초조하게 바라보았다. 그만큼 이제 북한 신년사는 북한 내부용의 의미를 벗어나 한반도 질서와 국제사회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위상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북한 신년사의 내용을 깊이 분석하는 것은 향후 한반도 정세를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에 자주시보, NK투데이, 주권연구소는 공동으로 기획특집을 준비하였다. 특집은 ▲올해 신년사의 특징 ▲북미관계 전망 ▲남북관계 전망 ▲북한의 강국건설 구상 순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2년 남은 5개년전략 시한, 자력갱생으로 돌파

북한 신년사는 북한의 당원, 국민들에게 올 한 해 당과 정부의 정책을 발표하는 것으로 북한 내부 이야기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북한은 2016년 노동당 제7차 대회를 통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선포했다. 2016~2020년 동안 경제강국 건설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 5개년 전략 시한이 이제 2년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얼마나 성장하느냐에 따라 5개년 전략 목표 달성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 올해 신년사는 올해 목표를 어떻게 달성해 5개년 전략을 완수하려는지 북한의 의도를 중심으로 보면 된다. 결론부터 말해 북한은 자력갱생을 중심 방도로 제시했다.

자립경제 토대 강화한 한 해

신년사는 먼저 지난해 2018년에 대한 개략적인 평가를 했다. 총평은 다음과 같다.

“우리 당의 자주노선과 전략적 결단에 의하여 대내외정세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사회주의건설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선 역사적인 해였습니다.” (신년사 중. ※표기는 원문의 내용을 살리되 이해하기 쉽게 한국의 맞춤법에 따라 수정하였음. 이하 동일)

여기서 전략적 결단이란 지난해 4월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병진노선을 발전시켜 경제총집중노선을 선포한 것을 말한다. 4월 회의를 통해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을 연이어 성사하고 한반도 질서에 커다란 변화를 줌은 물론 북한 내부의 경제도 상당한 발전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이런 성과에 기초해 북한은 9월 공화국 창건 70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개최하였다.

“전체 인민이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할 데 대한 당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 관철에 떨쳐나 자립경제의 토대를 일층 강화하였습니다.” (신년사 중)

신년사는 ‘인민경제의 주체화 노선’에 따라 ▲북창화력발전연합기업소 ▲김책제철연합기업소와 황해제철연합기업소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전력, 금속, 화학, 기계, 경공업, 석탄, 농업 등의 성과를 열거하였다. 특히 군수공업부문에서 농기계, 건설기계, 협동품(협동생산품. 여러 부문 혹은 기업소 혹은 기업소 내 여러 직장이 협력하여 생산하는 물품), 인민소비품을 생산하여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을 이끌어낸 점을 평가하였다. 경제총집중노선에 따라 무기를 생산하는 군수공장들이 민간제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또 신년사는 대규모 건설사업, 과학기술연구, 교육, 문화예술부문에서도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문화예술부문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관람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을 창작, 공연한 것을 두고 ‘주체예술’의 우월성을 세계에 널리 알렸다며 높게 평가했다.

신년사는 지난해 평가에 이어 올해 과업으로 “나라의 자립적 발전능력을 확대 강화하여 사회주의건설의 진일보를 위한 확고한 전망을 열어” 놓을 것을 제시했다. 그리고 올해 구호로 “자력갱생의 기치높이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진격로를 열어나가자!”를 제시했다. 자력갱생이 ‘번영의 보검’이라는 것이다. 올해 신년사의 핵심 단어는 아무래도 ‘자립’, ‘자력’이다. ‘자립’은 무려 9번이나 등장한다.

북한이 자립경제를 강조하는 것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국내외 여러 전문가들은 북한이 경제성장을 하려면 경제개방을 통해 외부 자본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아는 경제성장의 방법이 이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한 번도 외자유치를 통한 경제성장을 이야기한 적이 없다. 물론 여러 경제특구를 통해 외자유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말 그대로 특별구역에만 해당되는 것이고 이것이 국가 경제성장의 주요 변수는 아니다. 자본주의 경제이론과 다른 북한의 경제노선이 과연 끝까지 성공할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북한은 이미 외자유치 없이 빠른 경제성장을 하고 있음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올해 과업을 크게 경제, 정치, 문화, 국방 분야로 나눠서 제시하였다.

새해 핵심 단어는 ‘자립’

경제 분야의 과업은 “사회주의 자립경제의 위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자체의 기술력과 자원, 전체 인민의 높은 창조정신과 혁명적 열의에 의거”하는 자립경제 노선에 따라 “국가경제발전의 전략적 목표를 성과적으로 달성하며 새로운 장성단계에로 이행”할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국가경제발전의 전략적 목표’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상 2019년의 목표를 이야기할 것이다.

신년사는 경제 분야 과업의 구체적 내용에서 우선 정부의 역할을 지적했다. 보통 여러 산업별 과제를 제시하고 난 뒤 정부 역할을 언급하던 과거 신년사와 다르다. 이는 그만큼 정부 역할이 중요해졌음을 의미한다.

“자립경제의 잠재력을 남김없이 발양시키고 경제발전의 새로운 요소와 동력을 살리기 위한 전략적 대책들을 강구하며 나라의 인적, 물적 자원을 경제건설에 실리있게 조직 동원하여야 합니다. 국가경제사업에서 중심을 틀어쥐고 연쇄 고리를 추켜세우며 전망적 발전을 도모하면서 경제활성화를 추진해나가야 합니다.” (신년사 중)

북한에서 정부의 첫 번째 역할은 계획경제를 잘 실현하는 것이다. 사회주의 경제는 자본주의와 달리 경제 운영을 개별 기업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직접 통제한다. 어떤 산업을 육성할지, 노동력과 자원을 어디에 어떻게 투입할지 등이 모두 정부의 역할이다. 신년사도 이 부분을 강조했다.

“경제 전반에 대한 국가의 통일적 지도를 원만히 실현하고 근로자들의 자각적 열의와 창조력을 최대한 발동할 수 있도록 관리방법을 혁신하여야 합니다. …(중략)… 경제사업의 효율을 높이고 기업체들이 경영활동을 원활하게 해나갈 수 있게 기구체계와 사업체계를 정비하여야 합니다.” (신년사 중)

이 부분은 계획경제 중에서도 기업관리 부분의 과제를 특화해서 제시한 것이다. 흔히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기업이 정부가 시키는 대로만 하고 모든 노동자가 동일 임금을 받기 때문에 생산 의욕이 떨어진다고 여긴다. 사회주의 경제운영을 교조적, 관료적으로 하면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북한은 오래전부터 대안의 사업체계와 독립채산제를 통해 기업의 자립자활력을 강조해왔으며 평균주의를 반대해 노동량에 따른 임금 지급을 제도화하였다. 이런 기업 경영 방식은 시대 변화, 환경 변화에 따라 부단히 발전해야 하기에 신년사에서 이 부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관리방법의 혁신, 사업체계 정비 등을 언급한 것으로 보아 국가 차원에서 내각의 기업 지도, 기업 경영 방식 등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와 시도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내각과 국가경제지도기관들은 사회주의 경제법칙에 맞게 계획화와 가격사업, 재정 및 금융관리를 개선하며 경제적 공간들이 기업체들의 생산활성화와 확대재생산에 적극적으로 작용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신년사 중)

이 부분은 북한의 경제이론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원문에서 ‘경제적 공간’이란 원가, 가격, 수익성 등 기업의 경영 활동을 계산, 통제, 자극하기 위한 수단을 말한다. 북한에서도 기업 사이의 거래, 기업과 개인 사이의 거래는 화폐나 증서를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가격, 재정, 금융을 어떻게 정부가 통제하고 운영하느냐에 따라 생산, 유통, 분배, 소비에 영향을 준다. 특히 사회주의에서는 기업의 재정까지 정부가 관리하기에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신년사는 정부가 이런 문제를 기업의 생산 확대에 기여하도록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역시 사회주의 경제의 특성에 맞게 정부의 계획경제를 강조하는 부분이다.

또 신년사는 정부의 경제 관리와 함께 교육,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를 과제로 제시했다. 여기서는 해외 교육방법을 적극 도입하는 문제, 실용적이고 경제적 의의가 큰 핵심기술 연구에 역량을 집중하는 문제, 산학협력을 강화하여 지식경제를 발전시키는 문제 등을 강조했다.

신년사는 정부의 역할에 대한 과제 다음으로 부문(산업)별 과제를 제시했다. 인민경제 분야에서 언급된 부문은 전력, 석탄, 금속과 화학, 철도운수, 기계 순이다. 다음으로 인민생활 분야에서는 농업, 축산업, 수산업, 경공업 순이다. 또 삼지연군,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등 대규모 건설사업, 건축기술, 산림복구와 환경보호 등 국토관리사업 등도 언급되었다.

경제 분야 과업을 정리해보면 자력갱생, 자립경제를 강조한 것, 계획경제 등 정부의 역할을 높여 사회주의 경제 원칙을 고수하자는 것, 내년까지를 시한으로 하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목표를 속히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과제들을 제시하는 것으로 요약해볼 수 있다. 북한은 천리마 시대에 목표 시한을 앞당겨 달성해왔던 것처럼 만리마 시대인 지금도 5개년 전략 목표를 앞당겨 달성하려 할 것이다. 올해 하반기가 되면 5개년 전략 목표 조기 달성 소식이 여러 단위들에서 올라올 것으로 예상된다.

(계속)

문경환 NK투데이 기획실장 ⓒNK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