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공동유전개발②] 세계 8위 원유 매장량, 실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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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이 기름 위에 떠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목소리였다. 북한에 그만큼 석유가 많다는 것이다.

과연 북한에 석유가 있을까?

NK투데이에서는 지난 2014년 "철저한 국가 통제 아래 수출까지 하고 있는 석유"란 제목으로 북한이 석유를 수출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이에 토대해 2018년 지금 이 순간 북한의 유전사업과 남북경협에 관련된 분석기사를 내고자 한다.

남북경협의 상상력을 발휘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남북공동유전개발②] 세계 8위 원유 매장량, 실화냐?
1. 북한에 석유가 있을까? (후편)

② 동해 해양지역

원산 앞바다의 동한만분지도 한국에 잘 알려져 있는 원유 매장 지역이다.

동한만분지는 2004년 북한이 아미넥스와 20년간 석유 탐사와 개발을 하기로 확정했던 지역이다.

당시 아미넥스 홀 사장은 동해안의 채굴 가능한 원유 매장량이 40억에서 50억 배럴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 전체 국민들이 5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의 석유량이다.

동해안 원유가 좀 더 주목받은 것은 2015년 9월 석유 분야 전문지 ‘지오 엑스프로(GOX-PRO)’에 ‘북한 석유 탐사와 잠재력’이란 보고서가 실리면서부터였다.

이 보고서는 영국 석유회사 BP에서 수년간 근무한 이력을 가진 마이크 레고가 아미넥스의 북한 원유 개발사업 최고책임자로 근무한 후 작성한 것이다.

레고는 보고서에서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자신이 직접 탐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북한의 원유 매장량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북한 현지에서 탐사 작업을 전두지휘했던 레고는 "북한 육지와 바다에 원유와 천연가스가 존재한다는 많은 증거가 있다"며 "북한에서 원유와 가스의 상업생산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놀라울 지경"이라고 밝혔다.

당시 북한은 앞서 계약을 맺었던 호주, 싱가포르 등 업체에는 특정 지역 탐사 권한만 줬지만 아미넥스에는 북한 전역 탐사권을 줬다고 한다.

덕분에 아미넥스는 1960년대부터 2000년대 이전까지 이뤄진 북한의 석유 탐사 관련 자료를 모두 제공받았다.

레고는 보고서 앞부분에서 "1970년대부터 만들어진 디지털 포맷의 탐사 자료들은 1990년대 창고 화재로 대부분 소실됐지만 다행히 남아있는 아날로그 자료들이 있어 복원에 성공했다"고 했다.

마이크 레고는 북한이 이들 유역 대부분에 탄성파 탐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마이크 레고의 자료는 북한 석유 매장량 전반에 대해 외국인 학자가 가장 구체적으로 조사하고 확인한 자료라고 볼 수 있다.

그는 북한의 원유 매장량을 40억 배럴(약 2,800억 달러, 한화 300조원)에서 50억 배럴(3,500억 달러, 400조원)로 추산했다.

특히 북한의 동해안 유역(동한만)을 "많은 잠재력을 가진 곳"으로 지목했다.

동한만 분지에서 좀 더 올라가면 길주, 경성만 분지가 있다.

2002년 싱가포르 서버린벤처(Sovereign Ventures)사는 단천(길주)-나진(경성만) 지역에 5천만 배럴의 석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했다.

석유 5천만 배럴은 약 35억 달러, 한화 4조원에 달한다.

마이크 레고도 길주분지에서도 매장 가능성을 확인한 뒤 지표면으로 노출된 두꺼운 셰일층(모래와 진흙이 퇴적돼 형성된 곳) 답사작업을 마쳤다고 밝혔다.

북한에서 제작한 자료. 출처 : 인터넷.

③ 내륙지역

황해남도에서 가장 동쪽, 내륙 쪽에 재령평야가 있다.

마이크 레고는 이 재령지역에서도 시추를 성공했다고 한다.

그는 "(2004~2005년) 재령 지역 인근의 원유 시추공(땅속 깊이 뚫린 구멍)에서 석유와 가스가 유출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관련 사진까지 공개하기도 했다.

레고는 2004~2005년 재령 유역 서부의 대동강 부근에서 지표면으로 원유와 가스가 유출되는 현상을 촬영했다.

한 장의 사진은 땅속에서 표면까지 올라온 원유가 물과 섞여 가로 50㎝의 기름막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 장의 사진에서는 원유 주변에 가스 거품이 이는 현상이 포착됐다.

충북대 이철우 교수(지구환경과학과)는 2015년 11월 13일 경향비즈에서 "원유나 가스가 위로 올라가지 못하게 막아주는 덮개암을 만나지 못하면 지표면으로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며 "이들(마이크 레고) 사진은 북한에 원유가 매장돼 있다는 주장의 신빙성을 높이는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2) 공식적으로 밝힌 북한의 유전개발 의지

간접적으로 흘러나오던 북한의 유전 여부가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은 바로 2016년 5월 제7차 조선노동당 대회 때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에너지 중요성을 역설하며 유전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북한에 석유가 있음을 밝힌 것이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유전개발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다만 북한이 조선노동당 7차 대회 결정사항을 관철하는 것을 전국가적으로 내밀고 있는 상황에서 유전 개발도 추진되고 있음을 예상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석유매장량에 대해 그동안 왜 알려지지 못했을까?

3) 북한 석유 매장량은 왜 은폐되어 있을까?

북한의 석유 매장량이 불분명한 이유는 북한이 석유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이 과거 유전개발 관련 투자 유치 임무를 맡겨 온 호주동포 최동룡 박사에게 ‘함구령을 내렸다’는 주장이 있다.

2000년대 중반 한국 정부도 북한 유전개발 문제를 다뤄 온 정부 내 전문가들에게 북한 석유 문제는 예민한 사안인 만큼 이 문제와 관련한 인터뷰·기고·자료 제공 등 일체의 언론접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북한은 석유 생산 여부와 구체적인 매장량 등을 은폐하는 것일까?

남북미가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해온 한반도에서 석유와 관련된 정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민감한 것이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미국이 그동안 중동지역의 분쟁에 개입하고 전쟁을 일삼아온 것은 중동의 석유 때문이었다.

석유는 현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미국은 국제 석유를 달러로 거래하는 현 상황을 유지하고자 수많은 전쟁을 치러왔다.

만약 한반도에 세계 순위권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음이 확인된다면 한반도 긴장이 더 고조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밖에 북한이 본격적 석유개발을 통일 이후로 미루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세계적으로 석유 매장량이 점차 줄어드는 것을 대비해 통일 한반도에서 살아갈 후손들을 위한 조치인 것이다.

사실 매장량이 제한적인 석유의 가치는 점차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그동안 환경보호를 이유로 알레스카 등지의 원유개발을 지연시켜온 이유도 그 때문이다.

지금 원유를 개발하는 것보다 훗날 개발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으로 이득이기 때문이다.

4) 북한의 매장량은 얼마나?

그렇다면 북한에 얼마만큼 석유가 매장되어 있을까?

이를 구체적으로 알긴 어렵다.

다만 여러 가지 흘러나온 정보를 추산하여 그 규모를 ‘예측’해볼 수 있을 뿐이다.

중국이 발표한 서한만 분지의 660억 배럴과 영국 아미넥스가 발표한 동한만의 40~50억 배럴을 합치면 대략 700억 배럴이 된다.

2003년 ‘한반도 경제보고서(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소장)’에 따르면, 북한의 원유 총 매장량은 최소 588억 배럴에서 최대 735억 배럴로 추정하고 있다.

대략 700억 배럴 정도로 본다면 적어도 세계 8~9위 정도의 원유가 매장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계속) 

 

김혜민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