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공동유전개발①] “평양이 기름 위에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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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이 기름 위에 떠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목소리였다. 북한에 그만큼 석유가 많다는 것이다.

과연 북한에 석유가 있을까?

NK투데이에서는 지난 2014년 "철저한 국가 통제 아래 수출까지 하고 있는 석유"란 제목으로 북한이 석유를 수출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이에 토대해 2018년 지금 이 순간 북한의 유전사업과 남북경협에 관련된 분석기사를 내고자 한다.

남북경협의 상상력을 발휘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남북공동유전개발①] "평양이 기름 위에 떠 있다"
1. 북한에 석유가 있을까? (전편)

"평양이 기름 위에 둥둥 떠 있다."

이 발언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8년 11월 방북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들었다며 한 말로 알려져 있다.

이 것을 믿고 정주영 회장은 "북한 기름을 들여오기 위한 파이프라인 가설작업을 곧 시작하겠다"고 공표했지만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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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8년 10월30일 정주영 명예회장이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평양 백화원 초대소에서 오간 대화의 일부

정주영 회장 – "북한에는 석유가 난다지요?"

김정일 국방위원장 – "납니다."

정주영 회장 – "북한 기름을 남한에 꼭 보내주십시오. 파이프라인만 서해안을 통해 남한으로 오면 그것이 통일의 길입니다."

김정일 위원장 – "그렇습니다. 다른데 하고 할 것 있습니까? 현대하고 하면 되지요. 그렇게 하도록 지시하겠습니다."

김정일 위원장- "언제 또 오실 것인지. 길이 터졌으니 자주 오십시오."

정주영 회장 – "기름만 보내주신다면 언제든지 오겠습니다.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합니다."

– 조선일보 1998년 11월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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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북한에 석유가 있을까?

현재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에 석유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주요 석유 개발국들도 인정하는 ‘정설’이다.

인터넷매체 민플러스의 이정훈 국제팀장은 정주영 회장이 소떼 몰고 간 진짜 이유는 바로 북한의 유전개발 때문이었다고 주장한다.

1997년 10월 북한은 '조선유전 공식설명회'를 통해 북의 유전개발 의지와 외국과의 합작 개발추진 의사를 발표하였다.

이 정보에 큰 관심을 가졌던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은 그해 말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자 당시 국내 최대 정유업체인 현대석유화학을 통해 북한의 유전을 본격 개발해 현대그룹을 도약시키려고 구상하였다.

그래서 정주영 회장은 남북교류의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 500마리 소떼를 50대 트럭에 싣고 평양으로 향했다.

이 때 현대는 금강산 개발 관광사업보다 사실 북의 유전개발 사업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유전개발 사업은 남북 정상의 상호 관심사였고, 남북 모두에게 거대한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었다.

2007년에도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유전개발 문제를 이야기했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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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유전개발 문제에 대해 거론한 비공개 대담 내용 중 일부.

김 위원장 – "남측 지역 내에서는 어떻게 유전과 가스를 개발하고 있습니까? 탐사기술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노 대통령 – "마찬가지입니다. 북측 내 유전개발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서한만 유전과 단천 지하자원 개발도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월간중앙 200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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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북한 어느 지역에 석유가 매장되어 있을까?

1) 석유 매장 지역은?

현재 북한의 석유 매장 지역으로 추정되는 곳은 서한만분지, 안주~온천분지, 평양분지, 동한만분지, 길주~명천분지, 경성만분지, 신의주분지, 재령분지이다.

서한만, 안주~온천, 평양, 신의주분지는 서해 쪽이고 동한만, 길주~명천, 경성만 분지는 동해 쪽이다.

이중 평양, 재령, 안주~온천, 길주~명천, 신의주 유역은 내륙이며 서한만과 동해유역은 해양이다.

① 서해 해양지역

석유매장지역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이 바로 서한만 해양 지역이다.

서한만(서조선만)은 평안북도 서쪽 끝과 황해북도 서쪽 끝 사이에 있는 만(灣)이다. 주요 항구로는 남포가 있다.

북한은 1998년 일본에서 가진 유전설명회에서 서한만에 최소 50억 배럴, 최대 400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돼 있다고 주장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7년 후 중국이 자체 조사를 실시했고 이보다 매장량이 더 많다고 밝혔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국영기업)는 2004년 10월 서한만에 매장된 석유량을 확인한 결과 이 일대에 약 600억 배럴 규모의 원유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600억 배럴은 석유 매장량 9위인 리비아의 매장량보다 많은 규모이다.

이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석유해저연구본부의 손병국·박미숙 연구원들은 2015년 10월 ‘북한 서한만 분지의 석유시스템 분석’이라는 논문을 통해 서한만 분지의 석유가 있는 암석이 후기 쥬라기시대의 셰일층(미세한 진흙입자로 형성된 수평 퇴적암)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편 서한만이 중국 보하이만(발해만)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발해만은 엄청난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확인된 지역이다.

중국이 발해만과 서한만에 거대한 원유매장 사실을 발표하자 2005년 노두철 북한 부총리는 중국과 서한만 분지의 원유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했다.

양국이 일단 경계선 문제를 접어둔 채 협정을 맺고 공동개발에 나섰던 것이다.

영국업체 아미넥스(Aminex PCL)도 서한만 유역 지하지질구조를 조사하는 탄성파(지하 구조를 조사하는 것) 탐사를 통해 3개 지층에서 원유 매장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의 석유 탐사와 관련해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 있는데 바로 재미동포이며 중국 환구석유심탐유한공사 사장인 박부섭 박사다.

미국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박부섭 박사는 마이크로렙톤(Micro-lepton) 탐사 방식이라는 자신만의 방식을 고안해 석유를 탐사했다.

이 방식은 기존 탄성파 탐사보다 10배 가까이 정확하다고 하지만 아직은 국제적인 공인을 얻지 못한 상태다.

박 박사는 이 방식으로 1994년부터 북한 석유 탐사를 시작해 황해도, 강원도, 두만강 지역, 서한만 등 북한 전역을 탐사했다.

그 결과 서한만 5개 구역에 모두 42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고 추정했다.

유해수 한국해양연구소 해저지질연구소 박사는 2000년 5월 4일 뉴스메이커와 인터뷰에서 "박 박사는 세계적 석유전문 가들 사이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분이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주장을 펼 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계속) 

김혜민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