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 리더십 분석]②민심에 민감한 현장형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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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을 이어온 북한과 미국의 대립이 마지막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한반도 정세 변화의 중심에 있는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에 대한 분석을 연재한다.

 

②민심에 민감한 현장형 리더십

'민심은 천심'이란 말도 있듯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공하는 정치인의 기준은 얼마나 민심을 얻느냐에 달려있다.

그래서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민심을 중요하게 본다.

북한은 '혁명과 건설의 주인은 인민'임을 표방하고 있기에 더욱 민심에 민감하다.

과거 김일성 주석도 회고록을 통해 자신의 좌우명이 '이민위천'임을 밝힌 적이 있다.

이민위천은 사마천이 쓴 '사기'에 등장하는 말로 백성을 하늘처럼 대한다는 뜻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인민들이 좋아하오?", "인민들이 뭐라고 하겠소?"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즐겨 썼다고 한다. (매일신문, 2002.2.8)

김정은 위원장은 2013년 1월 제4차 당세포비서대회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는 본질에 있어서 인민대중 제일주의"라며 처음으로 '인민대중 제일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이에 대해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인민대중 제일주의'는 기본적으로 김정은 정권이 주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이런 사상에 기초해 초기부터 '현지지도'라는 독특한 정치방식을 제도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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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과 정부기구를 통해 체계적으로 보고되는 민심에만 의존하면 자칫 '관료주의'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따라서 최고지도자가 주민을 직접 만나 생생하게 살아있는 민심을 듣는 과정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지도는 초반부터 화제를 모았다.

언론에 공개된 모습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만나는 대중을 허물없이 대하였고 주민들도 울고 웃고, 팔짱을 끼고, 껴안는 등 자연스런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2012년 5월 KBS 스페셜 '김정은 체제 5개월, 북한은?'은 "현지지도 현장에서도 대중친화적인 모습을 드러냈다"고 표현하였다.

보이는 모습뿐 아니라 현지지도 과정에서 나온 발언들도 김정은 위원장이 얼마나 민심에 민감해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6월 초 강서약수공장을 현지지도하면서 "공장의 생산을 높은 수준에서 정상화하는 것은 사회의 모든 재부가 철두철미 인민들의 복리증진에 돌려지는 우리나라(북한)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한 중요한 사업"이라고 하였다.

강서약수공장 현지지도 장면. [출처: 인터넷]

이어 "산 좋고 물 맑은 우리나라(북한)에는 가는 곳마다 약수와 온천이 대단히 많다", "이것을 잘 이용하여 인민들의 건강 증진에 적극 이바지하게 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또 지난해 12월 초 김정은 위원장은 원산구두공장을 방문해 "구두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맵시 있을 뿐만 아니라 가볍다"고 평가하면서 "인민들에게 제일 좋은 것을 안겨주고 부러운 것 없이 잘살게" 하려던 "염원을 현실로 꽃피울 수 있게 되었다"고 대만족을 표시하였다.

지난해 9월 중순에는 강원도 고산군 과수종합농장을 현지지도하면서 "북부 (큰물) 피해 복구 전선에서 전화위복의 새로운 기적을 창조하고 있는 우리 군인들과 인민들에게 커다란 힘과 용기를 안겨주게 될 것"이라며 "그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하도록 기쁘다"고 하였다.

올해 9월 하순에도 풍년이 든 황해남도 과일군 과수종합농장을 현지지도하면서 "우리 인민들이 과일군에 펼쳐진 과일 대풍 소식을 들으면 얼마나 좋아하겠는가를 생각하니 쌓였던 피로가 말끔히 가셔진다", "눈뿌리 아득히 펼쳐진 청춘과원을 바라보노라니 정말 기분이 좋고 어깨춤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지지도를 하면 주민들에게 얼마나 혜택이 돌아가는가를 평가의 기준으로 삼으면서 해당 단위를 독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2013년 6월 김정은 위원장은 강계뜨락또르(트랙터)종합공장을 현지지도하면서 공장에 새로 건설한 수영장, 체육관 등을 돌아본 후 "우리 세상은 노동계급의 세상"이라며 "훌륭히 꾸려진 수영관과 체육관을 보니 더없이 기쁘다"며 "이 공장은 볼수록 정이 드는 기업소"라고 하였다.

또한 구내식당과 콩 가공공장을 돌아본 후 일꾼들이 노동자들의 물질문화생활을 향상시키는 사업에 선차적인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후방사업이 잘되는 공장을 돌아볼 때가 제일 기쁘다"고 하였다.

여기서 후방사업이란 기업소 소속 노동자와 그의 가족을 위해 식료품, 생필품 등을 공급하는 일종의 후생복지사업을 말한다.

북한은 기업소마다 부지배인이 후방사업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은 공장에서 맡은 일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장 구성원들의 생활이 얼마나 윤택한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지난 5월 초에 있었던 서해 장재도, 무도 현지지도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바닷물 정제기실(담수화 시설)을 둘러보고 직접 물을 마신 후 "특히 섬 초소 군인들의 먹는 물 문제를 완전히 푼 것이 제일 기쁘다"고 하였다.

장재도, 무도 현지지도 장면. [출처: 인터넷]

2010년 연평도 포격전 당시 포사격을 했던 장재도, 무도는 서해 최전방 섬으로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섬들이다.

게다가 당시는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한국 정치권과의 면담을 거절하고 주한미군 사령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주한미대사 대리와 함께 연평도를 찾았고, 한국군 서북도서방위사령부가 고강도 전투준비태세 점검도 한 직후였다.

그처럼 군사적 긴장이 높은 상황에서 전투 준비에 대한 평가에 앞서 먹는 물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꼽은 것은 매우 특이하다.

군인들의 훈련 상태도 중요하지만 군인과 군인 가족들의 생활에서 나서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언급한 것으로 앞선 강계트랙터공장 현지지도에서 본 모습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김정은 위원장의 민심에 민감한 현장형 리더십은 북한의 향후 체제 안정성, 정치 안정성을 전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여전히 여러 대북전문가들이 북한 체제가 불안정하다고 평가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김정은 체제에 심각한 불안정성이 나타난 구체적 징후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국 중산대 웨이즈장(魏志江)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초반에 이미 정치체제를 안정시켰다고 진단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정책조정관은 김정은 위원장을 카리스마 있는 인물로 평가하면서 일반 주민들과도 활발히 접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 역시 김정은 위원장의 입지는 어느 누구도 반대하지 못할 만큼 당분간 공고히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지난해 있었던 7차 노동당 대회가 그 상징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체제 안정성이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민심에 기반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문경환 기자 NKtoday2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