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내세운 '최종병기'는 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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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갈등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까지 치달으며 많은 이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발언 수위가 너무 높아 충돌을 부른다며 자제를 당부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언행이 확연하게 대비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가장 큰 화제가 된 것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등장한 "완전한 파괴(totally destroy)"다.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막말을 일삼는 것으로 유명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발언이나 트위터 글 등을 통해 "화염과 분노" 같은 험하고 상스러운 표현을 계속해 미국의 위신을 깎아먹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심지어 미국인의 70%가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을 향한 트위터 '말폭탄'이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미국 폭스뉴스 여론조사, 9.24~26)

또 퀴니피액 대학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9%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그만둬야 한다고 답할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 후 김정은 위원장은 이례적인 국무위원장 성명을 발표했는데 여기서 트럼프 대통령을 두 번에 걸쳐 '늙다리'라고 표현하였다.

북한은 이 성명의 영문판도 발표했는데 여기서 '늙다리'를 'dotard'로 번역해 미국인을 비롯해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인조차 잘 몰랐던 이 단어는 셰익스피어가 자주 사용했지만 지금은 쓰지 않는 고어(古語)로 전 세계적인 검색 열풍을 불렀다.

허핑턴포스트는 '늙다리', '노망난 사람'을 의미하는 'dotard'란 단어가 트위터 트렌드에 올랐다며 다양한 반응을 소개했다.

대체로 'dotard'가 트럼프 대통령을 묘사하는 거의 정확한 단어라며 감탄하며 자신들도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dotard'라 부르겠다는 내용이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늙다리라는 단어를 찾아보게 함으로써 김정은 위원장은 벳시 디보스(교육부 장관)보다 미국 교육에 더 큰 공헌을 했다", "트럼프는 #늙다리라는 이름에서 이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그에게 인상적인 별명을 선사할 줄 누가 알았겠나", "어떤 희한한 천재가 웬 단어를 끄집어내자 모두가 사전을 찾아보고는 '아 맞아, 그는 #늙다리였어'를 연발하고 있다"는 식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성명에서 '늙다리' 외에도 다양한 표현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했는데 허핑턴포스트는 이를 두고 "본문 내용은 우선 차치하고, 한국어의 장점인 풍부한 표현력을 십분 살린 성명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늙다리(dotard)'와 함께 또 주목받은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가 있다.

문제의 트럼프 대통령 유엔 총회 연설이 있었던 다음날 북한 과일 생산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황해남도 과일군 과수종합농장을 현지지도 한 것이다.

과일군 현지지도에 나선 김정은 위원장. [출처: 인터넷]

국내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폭탄'에도 불구하고 과수원을 방문했다며 이것이 일종의 메시지라고 해석하였다.

북한은 올해 과일군 생산이 지난해에 비해 2.5배, 특히 사과는 5.8배 늘어나 대풍년이라고 보도했다.

북한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 인민들이 과일군에 펼쳐진 과일 대풍 소식을 들으면 얼마나 좋아하겠는가를 생각하니 쌓였던 피로가 말끔히 가셔진다", "눈뿌리 아득히 펼쳐진 청춘과원을 바라보노라니 정말 기분이 좋고 어깨춤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고 한다.

과일군에서 첫물로 딴 과일들은 평양에 대량으로 공급되는데 그 대규모 운반차량 행렬을 매년 북한이 보도할 정도로 유명하다.

2014년 평양에 도착한 과일군 첫물 복숭아 행렬. ⓒ1코리안뉴스

북한은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 "일심단결은 주체혁명의 천하지대본이며 필승의 무기"라며 핵무기보다 일심단결이 더 강력하다고 강조해왔다.

또한 일심단결을 위해 "인민중시, 인민존중, 인민사랑의 정치를 구현"할 것을 강조했다.

사실 북미 대결이 극도로 첨예한 시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인민사랑'을 강조하는 행보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 초 한미연합훈련을 마치고 돌아가던 미국의 핵항공모함이 갑자기 방향을 바꿔 한반도를 향하면서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간 적이 있었다.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핵항공모함의 기동이 북한을 겨냥한 것이라고 강조하자 '4월 위기설'이 나돌았고 심지어 그믐이 되는 4월 27일 밤에 스텔스기로 폭격을 시작한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심각했다.

핵항공모함에서 북한을 공격하기 위한 폭격기가 언제 이륙하느냐를 꼽던 그 시점에 갑자기 북한에서 '빅 이벤트'를 한다고 발표하여 전 세계를 긴장시켰다.

'빅 이벤트'를 긴급 보도한 언론. [캡처: 이데일리 홈페이지]

당연히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혹은 새로운 군사적 행동을 할 것이라는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북한은 평양 시내 대규모 재개발 거리인 려명거리 준공식을 진행하였고 여기에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참석했다.

북한은 작년부터 근 1년에 걸쳐 "인민사랑의 영원한 기념비"라며 려명거리 건설을 독려해왔었다. 

북한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일종의 답장이었던 셈이다.

전쟁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등장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인민사랑' 행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경환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