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과 ICBM]③풍자와 유머를 구사하는 여유형 리더십

Print Friendly, PDF & Email

북한 언론은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자주 인용 보도하였다.

그런데 발언에 풍자와 유머가 섞여 있어 보는 이들의 관심을 끈다.

5월 29일 정밀유도체계를 도입한 지대함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후 김정은 위원장은 "저 정도의 명중 정확성이면 적들의 눈알도 파먹겠다"고 평가했다.

지대함 미사일은 지상에서 발사해 바다의 함정을 맞추는 미사일이다.

육지와 달리 바다에서는 목표물을 명중하지 못하면 거의 쓸모가 없기 때문에 지대함 미사일은 정확도가 생명이며 따라서 일반적으로 지대함 미사일은 순항미사일을 사용한다.

현재 알려진 실전배치된 지대함 탄도미사일은 중국의 둥펑-21D가 유일하다.

탄도미사일은 순항미사일에 비해 속력이 훨씬 빨라 요격이 극히 어렵다는 특징이 있어 정확도만 보장된다면 훨씬 위협적인 무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이 새로 지대함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시험발사하자 다들 정확도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여기에 대고 김정은 위원장이 "적들의 눈알도 파먹겠다"는 비유를 한 것이다.

7월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시험발사 성공 후 김정은 위원장은 "오늘 우리의 전략적 선택을 눈여겨보았을 미국놈들이 매우 불쾌해하였을 것"이라면서 "(미국의) '독립절'에 우리에게서 받은 '선물보따리'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아할 것 같은데 앞으로 심심치 않게 크고 작은 '선물보따리'들을 자주 보내주자"고 말했다.

미국이 사실상 금지선(레드라인)으로 간주해온 ICBM을 처음으로 시험발사하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것을 이용하여 미국을 대놓고 조롱한 셈이다.

게다가 앞으로도 미국을 향해 수시로 미사일을 발사하겠다는 계획까지 고스란히 공개했다.

또한 "심심치 않게"라는 표현을 통해 '미국을 가지고 논다'는 느낌까지 주었다.

7월 28일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를 마친 후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 또다시 구린내 나는 상통을 들이밀고 핵방망이를 휘두르며 얼빠진 장난질을 해댄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차근차근 보여준 핵전략 무력으로 톡톡히 버릇을 가르쳐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에는 '장난질', '버릇을 가르쳐줄 것' 등의 표현을 통해 미국을 어린아이 취급하고 있음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8월 14일에는 전략군사령부를 방문해 괌 포위사격 방안을 보고받고는 "미제의 군사적 대결망동은 제 손으로 제 목에 올가미를 거는 셈이 되고 말았다. 비참한 운명의 분초를 다투는 고달픈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리석고 미련한 미국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하였다.

전략군사령부가 괌 포위사격을 선언한 후 전 세계가 김정은 위원장이 언제 작전계획을 승인하느냐 지켜보고 있었다.

이때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이) 분초를 다투는 고달픈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하여 미국이 몹시 초조해 하고 있음을 부각했다.

그리고는 미국의 행태를 지켜보며 작전 시행 시기를 조율하겠다고 하였다.

이는 엄밀히 말해 전략군사령부의 작전계획은 승인하되 시행 날짜만 정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트럼프 미 대통령은 "매우 현명하고 이성적인 결정을 내렸다"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이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 말처럼 미국이 몹시 초조해 하고 있었던 것처럼 보이게 됐다.

국가 지도자의 언행은 대내로는 국민을 안심시키거나 결집시키는 역할을 하고, 대외로는 그 나라의 입장과 의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매우 세심하게 조절하기 마련이다.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회의에 앞서 종종 실없는 농담을 던졌던 것으로 유명하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경우 막말을 자주 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경우 미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드러내면서도 풍자와 유머를 섞어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핵 전략자산을 동원해 북한을 압박하는 속에서 이처럼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북한 인민군과 주민들의 동요를 막고 자신감을 주는 효과와 함께 미국이 준비한 어떤 카드에도 자신감 있다는 신호일 수 있어 주목된다.

문경환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