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영화] 전쟁으로 황폐화된 숲을 어떻게 '설레이게' 만들었을까?

[북한영화] 전쟁으로 황폐화된 숲을 어떻게 '설레이게'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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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2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당, 전군, 전민이 산림복구전투를 힘있게 벌려 조국의 산들에 푸른 숲이 우거지게 하자”라는 담화를 발표한 후 북한 전역에서 산림복구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러자 북한 TV에서는 산림녹화산업과 관련된 영화가 많이 등장했다.

그 중 '숲은 설레인다'는 1982년 제작된 영화로 한평생을 바쳐 돌산을 푸르게 만든 한 산림보호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 '숲은 설레인다'의 줄거리

'숲은 설레인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영화는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사람들은 무성한 숲을 기쁜 마음으로 바라보면서도 그것을 가꾼 인간의 숨은 노력과 정성에 대해서는 생각지 않는다고들 한다.
그러나 전쟁으로 불타고 거칠어진 산기슭에서 누가 보건말건 숲과 함께 한 생을 살아온 사람이 있었다.
그는 오래전에 군복을 입고 전선에서 돌아온 전사였다.
10년, 20년 먼 훗날에 가서야 보게 될 숲을 위하여 벌써 몇해를 두고 애어린 나무를 심고 또 심고 있었다."

홀아비 성룡은 깊은 산 속에서 어린 딸을 키우며 산림보호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전쟁으로 불타버린 매령산을 잣나무숲으로 만들겠다면서 몇년째 잣나무 묘목을 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황폐한 땅에 잣나무를 가꾸는 것은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잣나무 묘목이 주인공 성룡의 마음을 몰라주고 자꾸 죽어간다. MBC 븍한영화 소개 캡처.

그래서 군 경영소에서는 조림기사 신옥을 파견해 묘목이 죽는 원인을 분석하도록 한다.

신옥은 돌이 많은 이 땅에 많은 습도와 거름을 요하는 잣나무가 자라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린다.

신옥 기사는 잣나무를 심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한다. MBC 븍한영화 소개 캡처.

그러나 성룡이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계속 잣나무 묘목을 심는다.

신옥은 군 경영소에 보고서를 써서 성룡의 행동을 막아달라고 부탁한다.

보고서를 올렸다는 소식을 듣고 화가 난 성룡에게 신옥은 그를 걱정해서 보고서를 올렸다고 이야기한다. MBC 븍한영화 소개 캡처.

성룡과 신옥의 갈등이 심해지자 마을 할아버지는 신옥에게 성룡이 왜 그렇게 잣나무숲을 만들고 싶어하는지 그 사연을 알려준다.

전쟁이 끝난 다음해 성룡은 분대원의 유언을 전하려 매령산에 온다. MBC 븍한영화 소개 캡처.

알고보니 성룡은 딸의 진짜 아버지가 아니었다.

그는 전쟁때 희생된 분대원 정삼의 잣주머니와 유언을 전하러 마을에 온 분대장이었다.

성룡은 죽은 분대원의 유언에 따라 매령산에 꼭 잣나무숲을 가꾸고자 했고 그의 딸을 맡아 기르고 있었다.

MBC 븍한영화 소개 캡처.

그의 사연에 감동한 신옥은 잣나무숲을 가꾸고자 하는 성룡을 돕기로 결심한다.

신옥과 성룡은 함께 잣나무 묘목을 가꾸며 서로에 대한 애정을 키워나간다.

산사태로 키우던 잣나무 묘목이 모두 죽어버리자 군 경영소에서는 왜 자꾸 안될 일을 하냐면서 신옥을 도시로 데리고 가버린다.

집으로 돌아간 신옥은 내내 성룡과 매령산 생각뿐이다.

결국 어머니가 추천한 좋은 혼처를 버리고 신옥은 성룡에게로 돌아간다.

신옥의 어머니는 남의 아이까지 기르고 있는 성룡에게 시집가겠다는 딸의 결심을 듣고 속상해서 눈물짓는다. MBC 븍한영화 소개 캡처.

이후 영화는 성룡과 신옥이 어떻게 잣나무숲을 가꾸는데 성공하는지, 그들의 노력이 어떤 결실을 낳는지를 보여주면서 마무리된다.

2. 영화의 메시지

'숲은 설레인다'는 나라의 산림을 가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영화다.

주인공이 자신의 고향도 아닌 매령산을 가꾸기로 결심한 것은 바로 분대원 정삼 때문이었다.

정삼은 김일성 주석의 "나라의 모든 산을 보물산으로 가꾸자."는 교시를 실현하고자 애썼던 산림보호원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부대에서 음식을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했던 정삼은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지 않고 묵묵히 일만 해서 분대장인 성룡이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그런데 정삼은 결정적 순간에 부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쳤고 유언으로 잣주머니를 남겼다.

그는 성룡에게 매령산을 보물산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아내에게 잣주머니를 전달해 잣나무숲을 가꿀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매령산에 온 성룡은 아내 역시 정삼이를 대신해 산을 가꾸다가 전쟁이 끝나기 2달 전에 미군의 소이탄 폭격에 번진 산불을 끄다가 숨졌다는 가슴아픈 사연을 듣는다.

이 두 부부의 애국심과 헌신에 감동을 받은 성룡은 반드시 분대원의 유언을 지키겠다는 결심으로 딸까지 맡아 기른 것이었다.

그 성룡의 마음에 감동을 받아 신옥 기사 역시 매령산을 가꾸기 위해 좋은 혼처까지 버리고 매령산으로 왔다.

영화는 정삼, 정삼의 아내, 성룡, 신옥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우거진 산림에는 반드시 그것을 가꾸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의 정성이 있고 평생을 바치면서 산림을 가꾸는 일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 등장인물은 "참된 사랑에 대해 말들을 많이 하지만 진심으로 조국을 사랑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그 땅을 마음 속에 안고 사는 사람들의 애국심을 배워야 한다.”는 요지의 말을 하기도 한다.

결국 '숲은 설레인다'는 진짜 애국이 무엇인지 화두를 던지는 영화인 셈이다.

또한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헌신의 삶자욱을 밟아가는 성룡의 모습 역시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성룡은 대학 추천을 받았지만 매령산 산림보호원이 되었고 기존의 산림보호원 원기를 대학에 대신 보낸다.

뿐만 아니라 훗날 잣나무 생육이 성공했을 때 자신의 연구성과이지만 논문을 대신 써준 원기의 이름으로 논문이 발표될 수 있도록 한다.

성룡이 열차의 연료로 쓰려고 생나무를 찍어내는 기관차 운전수들에게 그 행동을 제지시키고 직접 죽은 나무들을 베서 갖다주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영화가 그리는 성룡의 모습은 어떤 사람이 진짜 훌륭한 사람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신옥의 아버지인 열차 운전수도 성룡과의 결혼을 적극 찬성하면서 "(신옥이) 그 사람을 따라 가는 것이라면 산 끝이 아니라 바다 끝에 가는 것이라고 해도 반대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3. 산림녹화산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북한

2015년 북한이 10년 안에 모든 산들을 푸른 숲으로 바꿔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고난의 행군 당시 사람들이 식량, 땔감을 해결한다고 나무를 막 찍어내고 산불방지대책도 제대로 세우지 않아 북한의 많은 산이 벌거숭이로 남아있는 조건에서 이는 쉬운 목표가 아닐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산림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식수절에 나무를 심고 있는 북한 주민들. 매년 식수절때마다 전국적으로 수백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 출처 : 인터넷.

우선, 나라 곳곳에 양묘장을 세우고 산림조성에 모범을 보인 단위, 군들에 표창하고 있다.

그리고 매년 3월 2일(식수절)에는 수백만 나무를 심고 있으며 산불예방, 해충구제, 목재소비를 줄이기 위한 대체물 개발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식수절에 나무를 심는다. 출처 : 인터넷.

'숲은 설레인다'는 1950년대 전쟁으로 황폐화된 산이 주민들의 노력으로 수림화, 산림화에 성공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이다.

90년대 경제난의 후과인 벌거숭이산들이 영화에서처럼 과연 북한 주민들의 헌신으로 '보물산', '푸른산'으로 전변될 수 있을까?

2000년대 금강산 관광을 하면서 볼 수 있었던 벌거숭이산들이 제모습을 갖추어 남한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날이 과연 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혜민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