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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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5일 북한은 문재인 정부의 '신 한반도 평화비전'(이하 평화비전)에 대한 논평을 통해 현 정부에 대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 논평을 자세히 분석하는 것은 향후 문재인 정부가 대북정책을 조절하는 데서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므로 NK투데이는 두 번에 걸쳐 분석기사를 싣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 한반도평화비전을 발표하는 장면. ⓒ청와대

– 전 편에 이어서

이명박, 박근혜 정권과의 차이를 묻다

논평은 문재인 정부가 강력한 대북제재와 압박을 추진하는 모습을 두고 "이명박, 박근혜 역도들을 방불케 하고 있다"며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논평은 구체적으로 평화비전 발표 전날 한국군에서 평양 타격영상을 공개한 점, G20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북한을 규탄하는 내용을 포함시키자고 요구한 점, 세계 각국에 대북제재와 압박을 요청한 점 등을 꼽았다.

특히 평화비전에서 한 "북한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지 않기를 (바란다)",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등의 표현을 두고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대방을 공공연히 모독하고 신뢰가 아니라 분노심을 촉발시키는 행위를 일삼으면서 그 무슨 대화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대결과 대화 병행' 정책에 대해서는 비단 북한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다.

국내에 가장 많은 통일관련 단체들이 가입해 있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는 지난 6월 15일 대국민호소문을 통해 "대북제재와 민간교류를 굳이 연계한 정부의 입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7월 6일 프레시안에 실은 칼럼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엄밀히 말해 '선 제재, 후 대화'라고 할 수 있다"면서 "조건부 대화론, 대북 제재 유지와 강화, 확장억제력을 비롯한 한미연합전력의 강화 및 한미일 군사협력 추진 등은 이명박·박근혜-오바마 행정부 시기의 접근법과 거의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포용과 압박을 병행한다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무엇이 다른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현 정부는 이명박, 박근혜 적폐를 청산하라는 촛불의 의지로 집권한 정부니만큼 대북정책도 근본적으로 전환했음을 보여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인도주의적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다

평화비전은 비정치적 교류협력 사업을 정치·군사적 상황과 분리해 일관성 있게 추진하겠다면서 특히 이산가족 상봉이 "어떤 정치적 고려보다 우선해야만 하는 시급한 인도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논평은 "체육문화교류나 인도주의적 협력사업들을 부정하지 않는다"면서 민간교류가 끊기고 금강산관광, 개성공단이 완전히 차단된 것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을 추종한 이전 한국 정부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남북교류를 전면 차단한 5.24조치도 여전하다고 하였다.

특히 북한 해외식당 여종업원 12명 문제와 북송을 요구하는 김련희 씨 사례를 들면서 한국 정부가 인도주의 문제 해결을 강조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인도주의 문제에는 눈 감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몇 건의 비정치적교류협력사업이 성사된다고 해서 북남관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거나 전쟁의 위험이 덜어지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논평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북남관계개선과 조국통일문제해결을 위해 자기 자신이 떠맡아야 할 중대한 책무를 회피"한다고 지적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책무란 결국 대결구도 청산을 위한 조치, 즉 정치군사적 타결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서 약간 혼동이 있을 수 있다.

지난 6월 7일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관계자 김용철은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북한 종업원 12명과 김련희 씨를 송환하면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적 협력이 가능한 것처럼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번 논평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북남 사이에 대결구도의 청산이라는 근본문제의 해결을 외면하고 그 어떤 비정치적교류나 협력도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북한의 입장이 한층 강경해진 것이다.

한미관계에 대한 입장을 묻다

논평은 서두에서 평화비전의 내용을 두고 "외세에 빌붙어 동족을 압살하려는 대결의 저의가 깔려있으며 조선반도의 평화와 북남관계개선에 도움은커녕 장애만을 덧쌓는 잠꼬대 같은 궤변들이 열거"되어 있다고 혹평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외세에 빌붙어"라는 표현이다.

논평은 "우리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바라지 않는 미국과 북남관계개선을 필사적으로 가로막아나서는 친미보수세력의 눈치나 보아가지고서는 언제 가도 겨레의 뜻과 남녘 촛불민심의 지향을 제대로 실현해낼 수 없다", "겨레의 지향과 대세의 흐름에 역행하여 외세의존의 길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동족이 내민 손을 잡고 북남관계개선과 자주통일을 위한 올바른 길에 들어서야 할 것"이라는 등 한미공조를 통한 대북적대정책 유지에 강한 반감을 반복해서 드러내고 있다.

논평이 이처럼 한미공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평화비전에 드러난 문재인 정부의 태도 때문이다.

평화비전은 한미가 공조하고 있으니 북한은 빨리 굴복하라는 입장을 반복해서 밝히고 있다.

예를 들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모처럼 대화의 길을 마련한 우리 정부", "한미 양국은, 제재는 외교적 수단이며, 평화적인 방식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큰 방향에 합의", "한미 양국은 또한, 당면한 한반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도 남북관계 개선이 중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함에 있어서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했고, 남북대화를 재개하려는 나의 구상을 지지" 등의 표현들이 그렇다.

북한 입장에서는 자신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 왜 자꾸 '미국과 합의했다', '미국의 동의를 받았다'는 말을 반복하는지 그 의도를 의심할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핵위협에 맞서 자신들도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거기다 대고 '우리는 미국과 손을 잡았으니 이제 북한이 결정할 일만 남았다, 핵 도발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더욱 강한 제재와 압박을 가할 것이며 북한의 안전도 위험해질 것이다'고 말했으니 일종의 '선전포고'를 한 셈이 되어버렸다.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추진할 의향이 있다면 앞으로는 대북 메시지에 미국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

남북문제에 굳이 미국을 끌어들여 불필요한 오해를 부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남북대화는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논평은 "민족의 근본 이익을 중시하고 북남관계개선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와도 기꺼이 손잡고 나아갈 입장"이라고 밝혔다.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북한의 입장을 면밀하게 분석한 데 기초해 현재의 한미공조 중심의 정책에서 근본적인 전환을 시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경환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