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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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후 남북관계가 빠르게 복원되리라는 기대와 달리 남북관계는 박근혜 정권 시기 상황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6.15남북공동선언 기념행사를 공동행사로 추진했으나 무산됐고, 문재인 정부의 첫 대북 대화 제의에도 북한은 끝내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남북관계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현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7월 6일(독일 현지시각) '신 한반도 평화비전'(이하 평화비전)을 통해 대북정책의 대강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지난 15일 북한은 노동신문에 개인 필명의 논평을 통해 평화비전에 대한 평가를 했다.

북한은 그동안 공식화하기 애매하거나 부적절하지만 공개할 필요가 있는 주장을 노동신문 개인 논평 형식으로 내보내곤 했다.

따라서 이번 노동신문 논평은 북한이 문재인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기에 유용하다.

이 논평을 자세히 분석하는 것은 향후 문재인 정부가 대북정책을 조절하는 데서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6.15선언, 10.4선언 계승 선언을 불신한다

논평은 먼저 평화비전에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존중, 이행을 다짐하는 등 선임자들과는 다른 일련의 입장들이 담겨져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하였다.

평화비전은 "우리는 이미 평화로운 한반도로 가는 길을 알고 있습니다.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라며 "앞선 두 정부의 노력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 한반도평화비전을 발표하는 장면. ⓒ청와대

그러나 논평의 긍정적인 평가는 이 문장이 유일하며 나머지 99%의 내용은 부정적 평가로 일관하였다.

이는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기본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간 북한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해 절대적 가치를 부여했고 이전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규탄할 때도 두 선언에 대한 입장을 기준으로 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문재인 정부가 두 선언을 계승하겠다고 선언했음에도 이를 비중 있게 평가하지 않았다.

북한은 평화비전의 전반 내용이 두 선언과 배치되기 때문에 6.15, 10.4선언 계승 선언을 신뢰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왜 흡수통일을 한 독일을 선택했는지 묻다

우선 논평은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비전에서 독일식 통일, 즉 흡수통일을 추구했으며 이는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기로 한 6.15·10.4선언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평화비전을 통해 "독일 통일의 경험은 지구상 마지막 분단국가로 남은 우리에게 통일에 대한 희망과 함께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말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독일 통일의 교훈을 이야기하면서 통일방식, 즉 흡수통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반대로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논평이 흡수통일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침 발린 소리"로 폄하하는 것은 대표적인 흡수통일인 독일 통일에 우리 통일의 방향이 있다는 식의 언급 때문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앞으로 대통령이 독일에서 대북정책을 발표하는 관행에 대해서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흡수통일의 대표국가에서 굳이 통일정책을 발표해 북한의 오해를 살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이해가 있는지 묻다

논평은 "따져보면 맥도 모르고 침통 빼드는 얼치기 의생을 방불케 한다"면서 평화비전이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다루고 있지만 과연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이해가 있는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논평은 하나의 사례로 평화비전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요구이자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절대 조건"이라고 주장한 점을 꼽았다.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등장한 이 표현은 2003년 6자 회담에서 미국의 부시 정부가 북한에 요구했던 이른바 CVID(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mantlement)로 북한의 반발에 밀려 결국 철회된 개념이다.

6자 회담의 역사에서 기본에 속하는 금기어 CVID를 다시 언급한 것은 사실상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풀이될 수 있다.

또한 논평은 북핵폐기를 한반도 평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것이 "사실상 외세와 공조하여 위험천만한 평화교란행위에 계속 매달리겠다는 것"이라며 핵폐기 요구 대신 "미제의 천만부당한 핵전쟁위협을 종식시키고 온갖 침략 장비들을 남조선에서 철폐할 데 대하여 용기 있게 주장"할 것을 요구했다.

북한은 전부터 자신들의 핵개발이 '미국의 핵 위협에 맞선 방어적 성격'을 갖는다고 주장해왔다.

물론 한미동맹에 안보를 의존하고 있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 북한의 핵개발을 옹호하거나 지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객관적인 한반도 정세 인식에 기초한 균형 잡힌 목소리를 낼 필요는 있다.

평화비전은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겠다면서 지난 4월 '전쟁 위기설' 사례처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4월 전쟁 위기설은 미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한반도로 재출동하고 미국 주요 관계자들이 대북 선제공격을 할 것처럼 발언하면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물론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에 대응한 조치라고 해명하지만 한반도 위기 고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평화비전 어디에도 미국의 군사행동에 대한 지적은 없다.

이번 G20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북한의 ICBM 발사 규탄 내용이 채택되지 못하고, 유엔 안보리에서도 규탄성명이나 추가 제재 결의안 통과가 지지부진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의 군사행동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으로 대하면서 실효성도 없는 대북제재와 규탄만 반복하는 데 대한 국제사회의 반발을 눈여겨 봐야한다.

– 계속

문경환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