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영화] '빨간 댕기를 찾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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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6일은 조선소년단 창립일이다.

한국에서는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기념하지만 북한에서는 조선소년단 창립일인 1946년 6월 6일을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날로 기념하고 있다.

조선소년단은 9세부터 13세까지의 어린이, 청소년들로 구성된 단체다.

해방 후 북한에서 북조선 임시 인민위원회가 세워진 후 노동자, 농민, 여성, 청년 등 각계각층의 대중단체들이 만들어지는데, 이때 어린이들을 위한 단체인 조선소년단도 건립된 것이다.

조선소년단에서는 한국의 걸/보이스카우트, 아람단 등과 같이 답사 및 야영, 행사 등 단체활동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조선소년단 창립 71주년을 맞이하여 공중파 방송에서 어린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여러 아동영화, 만화영화 등을 방영했다.

NK투데이에서는 1년 전 조선소년단 창립일을 맞이해 영화 '빨간 댕기를 찾는 소녀'를 소개한다.

 


 

'빨간 댕기를 찾는 소녀'는 흑백영화다.

이 영화는 1976년 3월 금성청년출판사에서 나온 동명의 소설을 토대로 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

영화의 배경은 일제강점기 시절 만주땅이다.

주인공 순옥이의 아버지는 일제에 학살되었고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순옥이는 어느날 유격대(독립군) 부대가 곧 일제와 전투를 크게 벌린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빨간 넥타이를 매고 "항상준비" 구호를 외치는 순옥. 오늘날 조선소년단의 구호이다. Youtube캡처.

일제가 통치하는 적구로 가서 비밀연락쪽지를 전달할 연락임무를 맡았다는 할아버지에게 순옥이는 자신이 그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그 임무를 맡게 된다.

임무는 송수진 거리를 가서 금강잡화점의 주인에게 쪽지를 전하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순옥이가 상점 주인에게 “빨간 댕기 있나요” 하면 “자주색 밖에 없다”는 답을 듣고 그 후 “빨간 댕기를 꼭 사야겠는데요” 라고 하면 “허기야 빨간색이 더 곱지”라는 답을 듣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내일 오면 되나요” 라고 했을 때 “어디 찾아보자” 할테니 그때 안으로 따라들어가서 쪽지를 전하라는 지령을 받는다.

이 대화암호를 주의깊게 들은 순옥이에게 할아버지는 연락임무가 성공하면 지하공작원이 유격근거지(만주지역에서 조선인, 중국인들이 일제의 통치에서 벗어나 꾸렸던 공동체)로 데리고 갈 것이라고 이야기해준다.

유격근거지로 갈 생각에 마음이 들뜬 순옥이는 송수진으로 길을 떠난다.

우연히 어느 할아버지의 수레에 얻어탄 순옥은 빨리 송수진에 도착하게 된다.

성 입구 일본 경찰들의 삼엄한 감시 속에서 순옥은 기지를 발휘하여 안전하게 쪽지를 지켜낸다.

이후 금강잡화점에 도착하여 상점 안에 들어간 순옥은 빨간 댕기부터 찾는다.

 

금강잡화점. 그러나 순옥은 여기서 접선연락이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충격에 빠진다. Youtube 캡처.

그러나 주인이 '접선대화'와 다르게 바로 빨간 댕기를 보여준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순옥은 더 묻지 않고 그냥 빨간 댕기를 사서 상점을 나와버린다.

나중에 밝혀지는데, 금강잡화점 과거 주인은 일제에 체포되고 밀정이 주인 행세를 하면서 순옥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순옥은 할아버지의 지시사항을 잘 지켜서 위기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순옥은 금강잡화점 근처에서 전기수리를 하고 있는 지하공작원을 만난다.

그러나 접선대화를 모르는 그에게 순옥은 마음을 열지 않는다.

한편 금강잡화점의 밀정은 자신의 상사에게 한 여자아이가 빨간 댕기를 사러 왔다는 것을 보고한다.

상사는 금강잡화점 원래 주인이 항상 자주색 댕기만을 앞에 전시해놓았다면서 빨간 댕기를 찾는 순옥이가 '연락원'임이 틀림없을 거라고 결론낸다.

밀정의 상사는 알고보니 송수진에 오는 길에 할아버지의 수레를 함께 타면서 순옥이에게 잘해주었던 인물이었다.

그래서 순옥은 길에서 그 상사를 만났을 때 먼저 다가가서 마음을 열고 그의 집까지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자기 집에 들어온 순옥이를 잘 얼려서 정보를 빼낼 생각이었지만, 그의 집을 둘러보던 순옥이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재빨리 도망친다.

 

밀정들에게 정체가 들켜 머리까지 자른 순옥. Youtube 캡처.

순옥을 놓친 밀정들은 순옥이에게 연락쪽지를 받아낼 '연극'을 구상한다.

순옥과 친밀했던 밀정이 금강잡화점 주인으로 변장하여 감옥을 탈출하는 소동을 벌린 것이다.

순옥은 금강잡화점 주인이 도망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를 찾아가지만 접선대화가 정확하지 않아 또다시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위기에서 벗어난다.

 

금강잡화점 주인으로 변장한
밀정. 접선대화내용을 몰라 당황하고 있다. Youtube 캡처.

 

숱한 고비 속에서도 순옥은 접선대화가 100% 맞지 않으면 절대 연락쪽지를 주거나 자신의 실체를 밝히지 않는다.

마지막에 결국 전기수리를 하던 지하공작원와 접선암호를 완벽하게 교환하게 되고 이로서 순옥은 안전하게 쪽지를 전달해주고 유격근거지로 가게 된다.

영화는 치열했던 항일투쟁의 과정, 어린 아이들까지 연락임무를 수행했던 상황, 지시사항을 잘 지켜 현명하게 위기를 극복하는 순옥의 모습 등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를 통해 북한 정부가 조선소년단에게 요구하는 정신과 자세가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 조선소년단의 구호 '항상준비', 소년단의 빨간 넥타이 등이 등장한다.

이는 북한 소년단의 전통이 항일투쟁부터였음을 간접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김혜민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