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관계의 변화가 시작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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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중국은 수십 년간 '혈맹관계', '전통적 우호협력관계'라는 표현을 쓰면서까지 양국의 우호관계를 유지해왔다.

역사적으로 대(大)국과 소(小)국의 동맹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북한과 중국은 상호평등한 관계를 양국관계의 기초로 삼아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북한 핵·미사일 시험에 대한 '중국책임론'을 강조하고 있고 북중 관계가 예전만 못한 형국을 띄고 있어 북중우호관계의 위기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주요 중국 언론들은 북중관계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사설을 대놓고 싣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 역시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공식적으로 중국의 외교적 행보를 비판한 적이 없었지만, 최근 공개적으로 중국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최근 북중관계의 형국은 구체적으로 어떠했으며 이런 변화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지 알아보자.

 

1. 최근 북중 관계의 구체적 형국 

1) 2017년 2월 : 북한의 북극성-2형 시험 발사 이후

2017년 2월 12일 북한의 '북극성-2형' 시험발사가 있었다.

이에 중국 언론 측은 시험발사에 대한 비판글을 개재하기 시작했다.

중국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자매지 글로벌타임즈는 2월 14일 "북한 미사일의 무한궤도형 이동식 발사차량은 매우 구식이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전력이 미국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군사평론가 쑹중핑 인터뷰를 게재하여 북한의 군사기술을 폄하했다.

앞서 환구시보(環球時報)도 13일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로 미국과 한국에 조속한 사드 배치 명분을 줬으며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손실을 끼쳤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그러자 2월 23일 북한은 중국을 겨냥한 '너절한 처사, 유치한 셈법'이란 사설을 발표했다.

사설은 "'친선적인 이웃'이라고 하는 주변나라에서는 '초기단계에 불과한 핵기술'이요, '조선은 제일 큰 손실을 입게 될 것'이요 뭐요 하면서 우리의 이번 발사의 의의를 깎아내리고 있다"면서 중국을 비판했다.

또한 "법률적근거도 없는 유엔'제재결의'를 구실로 인민생활향상과 관련되는 대외무역도 완전히 막아치우는 비인도주의적인 조치들도 서슴없이 취하고 있다"면서 2월 19일 중국의 북한 석탄 수입 금지 조치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러한 북한의 이례적인 대중 비판이 있었던 이유에 대해 중국이 북극성-2형 발사 후 북한 무기 개발을 비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으며 대북 석탄수입 금지 조치 때문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이후 북중 간의 '설전’은 잠시 잠잠해졌다.

 

2) 2017년 4월-5월 : 미중 정상회담 이후 

출처 : 다차원뉴스(DWNEWS)

 다시 시작한 것은 4월 미국 마라라고에서 있었던 미중정상회담 직후였다.

미국과 중국은 정상회담에서 4개 고위급 대화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등 양국 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키기로 합의했다.

이에 4월 7일 인민일보는 두 나라가 국방장관회담, 참모본부 대화창구 등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수준의 양국 간 군사교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4월 18일 환구시보는 미중정상회담 결과를 환영하면서 "북핵 문제에서 중국과 미국의 협력 면적이 넓어지고 있다"고 밝혀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을 대놓고 암시하기도 했다.

그러자 4월 2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정필'이라는 인물의 명의로 중국을 겨냥한 논평을 발표했다.

'남의 장단에 춤을 추기가 그리도 좋은가'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필자는 "최근 우리 주변국에서 미국이 조선반도 수역에 전례없이 방대한 전략자산들을 끌어들이면서 정세를 전쟁 접경에로 몰아가는 데 대해서는 말 한마디 못하고 그에 대처한 우리의 자위적 조치들과 관련하여서는 '필요한 조치'요, '전환적 수준의 반응'이요 뭐요 하면서 우리를 어째 보겠다고 공개적으로 위협하는 말들이 튀여나오고 있다"며 중국의 행보를 비판했다.

이는 미국이 2017년 3월 '떠다니는 군사기지’라고 부르는 칼빈슨 핵항공모함 전단을 한반도에 투입한 것에 대해서는 중국이 일언반구도 안 하다가 북한의 미사일 대응에 대해서는 높은 어조로 비판한 것을 지적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앞으로 우리가 그 누구의 '경제제재'에 견디지 못할것이라고 하면서 저희들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재고려해보아야 한다느니, 우리에게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부흥에 필요한 지지와 방조를 제공할수 있다느니 하고 너스레를 떨고 있다"며 논평은 비난 조의 주장을 이어갔다.

"만일 그들(중국)이 우리의 의지를 오판하고 그 누구(미국)의 장단에 춤을 계속 추면서 우리에 대한 경제제재에 매여달린다면 우리의 적들(미국)로부터는 박수갈채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우리와의 관계에 미칠 파국적후과도 각오해야 할 것"이라며 필자는 북중관계의 변화를 암시하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어 5월 3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철'이라는 개인필명의 논평 "조중관계의 기둥을 찍어버리는 무모한 언행을 더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도 발표했다.

이 논평은 이례적으로 '중국'이라는 이름을 명확히 밝혀 비판의 수위가 한 단계 높아졌음을 시사했다.

필자 '김철’은 "미국이 요란하게 불어대는 위협공갈과 전쟁굉음에 심장이 졸아들어서인지 덩지 큰 이웃나라들에서 사리와 분별을 잃은 언사들이 련일 터져나와 현 사태를 더욱 긴장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민일보와 환구시보가 여러 편의 논평에서 북한의 핵 보유가 중국의 국가적 이익에 위협이 된다고 했다면서 필자는 이것이 "조중(북중)관계악화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적으로 전가하고 미국의 장단에 놀아대는 비렬(열)한 행위에 대해 구구하게 변명"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중국의 이런 행보가 "주권국가로서의 우리 공화국의 자주적이며 합법적인 권리와 존엄, 최고리익에 대한 엄중한 침해이며 친선의 오랜 력사와 전통을 가진 선량한 이웃나라에 대한 로골(노골)적인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중국은 이에 질세라 다음날부터 바로 북중관계의 근본을 위협하는 글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환구시보는 5월 4일 '중조(中朝·북중) 상호원조조약 유지돼야 하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발표하여 북중관계의 근본을 걸고 넘어졌다.

사설은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어기면서 핵무기를 개발하고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해 미·북 간 군사 충돌 위험을 고조시키고 있다"면서 "이런 도발 행위는 1961년 체결된 중조(북중) 상호원조조약 취지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민일보의 해외판 매체인 '협객도'(俠客島)도 5월 5일 "북한은 중국이 실망하게 않도록 해야 하며 핵 포기에 대해 정말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미 전통적인 우호 관계가 끝났으며 새로운 양국 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5월 28일 있었던 북한의 미사일 시험에 다음 날 미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결례"라는 논리를 펴서 화제가 되었다.

미국의 이런 주장은 북중관계의 갈등을 조장하기 위함이며 북한이 '대국'인 중국의 말을 잘 듣기를 대놓고 요구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미국의 '중국책임론’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북중간의 설전은 어떻게 해석되어야 할 것인가.

 

2. 북중간의 설전의 의미는? 

지금까지 미국은 '선 북핵 폐기 후 대화’, 북한은 '북미평화협정 체결 및 한반도 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해왔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1)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수호, 2)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 3)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이라는 입장에서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왔다.

중국의 이런 외교부 입장에 대해 북한이 중국을 직접 명시하며 비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현재 중국의 입장이 미국에 상당히 기울어졌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중국의 최근 행보가 '위험수위에 달했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우리와의 관계에 미칠 파국적후과도 각오해야 한다’는 식으로 먼저 관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나라가 바로 북한이다.

이것은 북한 입장에서 중국이 완전히 돌아서더라도 '상관없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만약 북한에게 중국과의 친선이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했다면 중국의 대북비난에도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 조심히 접근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무역 차단 조치에도 북한이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었다는 소식은 없다.

대중 석탄 수출이 막혔지만, 북한은 2달 후인 4월 려명거리 완공식을 열어 제재가 북한 경제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피력하기도 했다.

또한 군사외교적인 측면에서도 북한이 중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하는 측면도 있다.

1961년 북한과 중국은 '북중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을 체결하여 한 국가가 침략을 받아 전쟁상태가 될 경우 다른 국가가 군사적 원조를 제공해야 한다"라는 것에 합의했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을 비판한 것은 이 조약이 파기되어 중국의 도움이 없어도 미국의 공격에 자신의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은 전혀 북한의 군사외교정책에 영향을 주지 못하며 설사 중국이 미국과 군사적 협력을 하더라도 북한은 상관없다는 입장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 영웅 중 한명인 주은래(저우언라이)는 1955년 반둥회의에서 '평화공존 5원칙' ① 상호 영토 및 주권 존중 ② 상호불가침 ③ 내정불간섭 ④ 평등 호혜 ⑤ 평화공존을 제시한 바 있다.

반둥회의 60주년을 맞은 2015년,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되었다. 이 행사에 참가한 중국 시진핑 주석의 모습. 출처 : 신화망

이것은 수십 년간 중국 외교부의 기본 대외 정책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중국에게 북핵문제 개입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평화공존 5원칙이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형국에서 북중관계가 전통적 우호협력관계로 유지될 수 있을지, 아니면 외교관계의 약화로 이어지게 될지 세간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김혜민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