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김정남' 피살사건 ②] 시신 부검, 옳은 절차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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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국내외 각 언론매체가 '김정남' 피살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KBS와 TV조선은 2월 17일~21일 전체 뉴스의 절반 가까이를 '김정남 피살'에 할애할 정도로 이 사건을 집중보도했으며 2월 내내 주요 지상파, 종편(종합편성보도채널)의 보도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

이에 북한은 2월 23일 '조선법률가위원회' 대변인 담화의 형태로 이 사건에 대한 첫 입장을 발표하게 된다.

담화문 전문 링크 :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51400

담화문에서 북한은, 이 사건이 '공화국 공민 쇼크사'이며 사망자가 외교 여권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말레이시아 측이 북한 동의 및 참관 없이 독단적으로 시신 부검을 감행한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국내외 많은 언론 매체들은 사망자를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으로 규정짓고 이번 사건을 권력다툼으로 인한 북한 측 테러로 단정하여 보도해왔다.

이에 NK투데이에서는 사건에 대한 논란을 정리한 분석 기사를 연재하고자 한다.

1. 사건보도의 원 출처는 바로 '의문의 정부 소식통'      (http://nktoday.kr/?p=14327)
 1) '정부 소식통'은 어떻게 누구보다 먼저 이 사건을 알았을까?
 2) 초기 경찰 발표와 달리 '독침 피살설'을 주장한 근거는?
 3) 무슨 근거로 '김정남', '북한 소행'이라 단정지었을까?

2. 시신 부검, 옳은 절차였나.
 1) 말레이시아 경찰, 사건 발생 초기 북한 대사관에 어떻게 보고했을까.
 2) 사망자는 외교관 여권의 소유자?
 3) 살해된 의혹만 있다면 외국인을 가족 동의 없이 부검해도 된다?
 4) 해당 대사관의 부검 입회, 시신 인도 요청을 모두 거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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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신 부검, 옳은 절차였나.

사건이 처음 보도되었던 2월 14일, 말레이시아 경찰 관계자 파드질 아흐메트는 영국 언론 BBC를 통해 북한 대사관에 사건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당시 아흐메트는 그 근거는 밝히지 않은 채 외신에게 '피살된 남자는 여권 상으로는 "김 철(Kim Cheol)"이지만 실제 "김정남"'이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외국인이 사망했을 경우 가장 기본적인 절차라고 볼 수 있는, 소속 국가 대사관의 신분 확인 절차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되어 '김정남'이라는 주장에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관련 기사 : [의문의 '김정남' 피살사건] 사건보도의 원 출처는 바로 '의문의 정부 소식통' http://nktoday.kr/?p=14327 )

이후 말레이시아와 북한은 시신 부검 여부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그것은 바로 2월 13일(사건 발생일) 말레이시아 경찰이 북한 대사관에 '심장마비'라고 보고했다는 데서 시작되었다.

1) 말레이시아 경찰, 사건 발생 초기 북한 대사관에 어떻게 보고했을까.

강철 주 말레이시아 북한 대사는 2월 20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사건 발생 직후 말레이시아 경찰 측에서 연락이 와 북한 여권 소지자가 병원 가는 길에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것을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3월 2일 시신 인도를 위해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던 이동일 전 유엔 주재 북한 대사도 기자회견에서 "초기 말레이시아 보건 당국(Public Health Ministry Authority)에 의해 진행된 부검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동일 전 대사에 따르면, 사망자는 심장질환 기록이 있는 등 건강에 문제가 있었으며, 약이 없이는 여행을 다닐 수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그리고 이 대사는 말레이시아 보건 당국이 "첫 번째 부검에서 그가 당뇨병, 심장병, 고혈압을 앓고 있었고 약 없이는 건강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인 것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말레이시아가 사망원인이 '심장마비'라고 주장한 바 있을까?

일단 사건 다음날인 2월 14일, 말레이시아 경찰은 말레이시아 언론 매체 '더스타(TheStar)', '베르나마(Bernama)' 등을 통해 "사망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부검 직후에도 말레이시아 보건 당국은 "사망 원인을 밝힐 수 없다"고 주장했으며, 부검 1주일이 지나서야 사망 원인이 '신경가스 VX'라고 밝혔다.

지금도 말레이시아 보건 당국은 사망원인이 심장마비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말레이시아 측이 사건 초기 '심장마비'라고 주장"했다는 북한 대사관의 발언은 과연 믿을 수 있을까?

문제는 사건 발생 직후 말레이시아 경찰이 북한 대사관에 어떻게 보고했는지에 대해 말레이시아가 공식적으로 밝힌 바는 아직까지 없다.

현지 언론 버나마에 의해 단지 '보고'했다는 것만 밝혀져 있을 뿐이다.

만약 말레이시아 경찰이 사건 초기 '심장마비'로 죽었다고 북한 대사관에 보고했다면, 북한 입장에서는 사건 발생 이틀 후 사망자 소속 국가의 동의나 입회 없이 갑작스럽게 사망자의 부검이 추진된 것에 대해 매우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 강철 북한 대사는 2월 17일 사망자가 있는 병원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이 때에도 언론매체 앞에서 "사망자가 북한 주민인 것을 확인하기 위해 쿠알라룸프르 병원에 왔다면서 (사건 초기) 말레이시아 측이 '심장마비'로 죽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강 대사는 말레이시아 측이 북한 대사관 입회나 동의 없이 부검을 진행했다면서, 이에 강력히 항의하며 시신 인도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사망원인이 불확실하다면, 부검을 해도 되는 것일까?

2) 사망자는 외교관 여권의 소유자?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사망자는 외교관 여권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고 한다.

비엔나협약 제29조에 따르면 외교관은 치외법권 대상으로서 '신체 불가침'이다.

<비엔나협약 제29조> 
외교관의 신체는 불가침이다. 외교관은 어떠한 형태의 체포 또는 구금도 당하지 아니한다. 접수국은 상당한 경의로서 외교관을 대우하여야 하며 또한 그의 신체, 자유 또는 품위에 대한 여하한 침해에 대하여도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참고 :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1961) 전문 : http://russian-embassy.org/ko/?p=692)

뿐만 아니라, 비엔나협약 제39조에 따르면 외교관이 사망하는 경우에 그들의 권리인 특권과 면제를 계속 향유하도록 되어 있어 사망 후에도 함부로 부검을 해서는 안된다.

<비엔나협약 제39조>
3. 공관원이 사망하는 경우에, 그의 가족은 접수국을 퇴거하는데 요하는 상당한 기간이 만료할 때까지 그들의 권리인 특권과 면제를 계속 향유한다.

따라서 만약 북한의 주장에 따라 사망자가 외교관 여권 소지자였다면 그를 부검해서는 안된다.

한편, 2월 23일 중앙일보는 외교관 여권을 소지했다고 해서 무조건 외교관으로서의 권리를 누리는 것은 아니라고 북한의 주장에 반박하기도 했다.

비엔나협약에 명시된 '외교관'은 "공관장이나 공관의 외교직원"을 의미한다.

사망자가 외교업무 종사자였는지 확인된 바는 없지만, 적어도 외교관 여권을 소지하고 있다면 우선 말레이시아 측은 그것부터 확인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당국은 이런 절차를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말레이시아는 공식적으로 사망자가 외교관 여권을 가지고 있다는 북한의 주장 자체를 부정한 적 없다.

2월 22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말레이시아 경찰은 "사망자를 '김철'이라고 했는데, 북한 대사관에서는 사망자가 김철이고 외교관 여권을 소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망자가 말레이시아에 온 이유는 무엇이며 여기서의 그의 업무는 무엇이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사중"이라는 답변만을 냈을 뿐, 외교관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북한의 주장에 반박하지 않았다.

2/22 말레이시아 경찰 기자회견 모습(28분 5초). 기자가 "사망자를 '김철'이라고 했는데, 북한 대사관에서는 사망자가 김철이고 외교관 여권을 소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망자가 말레이시아에 온 이유는 무엇이며 여기서의 그의 업무는 무엇이었느냐"고 질문했는데, 경찰은 "조사중"이라는 답변만을 냈을 뿐, 북한의 외교관 여권소지 주장에 반박하지 않았다.

2월 18일 SBS 보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내부에서도 사망자가 외교관 여권을 가졌기 때문에 북한의 허락 없이는 부검할 수도 없으며, 시신 인도 요구에 조건 없이 응해야 한다는 북한의 주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했다고 한다.

신생 북한전문 미국 탐사기관을 자처한 단체 '체신넷(chesin.net)'은 지난달 말 트위터에 '김 철' 명의의 '외교여권' 사진을 올렸고 그 사진을 연합뉴스가 캡처하여 보도하기도 했다.

체신넷(chesin.net)이 지난달 말에 트위터 올린 '김철'여권 사진. 진짜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왼쪽 이름 위에 "PD"라는 표시가 보인다. "PD"는 외교관을 의미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참고: http://www.passport.go.kr/board/story.php?idx=187&sel=1)

만약 사망자가 외교관 여권 소지자라면 말레이시아는 다른 나라 외교업무 종사자를 함부로 부검한 것이 되고 이는 국제협약의 위반으로 국제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것이다.


3) 살해된 의혹만 있다면 외국인을 가족 동의 없이 부검해도 된다?

한편, 말레이시아는 부검을 진행하면서 자국법에 의거한 것이며 국제법 위반으로 몰아가는 북한대사관을 규탄했다.

'살해'의 의혹이 있기 때문에 말레이시아법에 따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교관이 아닌 외국인이 살해당한 의혹이 있다면 시신을 부검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일까?

일반적으로 시신 부검의 경우, 관례상 가족의 동의나 참관 하에 진행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인이 원인 불명의 사망이거나 범죄의 대상이 된 사망인 경우, 본국의 유족에게 연락해서 유족이 입국하게 하거나 입국할 수 없는 경우 유족위임장 발급한 후 변사자의 검시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 http://bit.ly/2n2b8iS )

즉, 외국인 시신 부검의 경우 유족이 직접 입국하거나 유족위임장이 발급되어야 부검이 가능한 것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사망자의 유족이 직접 입국하거나 유족위임장이 발급되었을 때 부검을 진행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측은 김정남의 유족이 직접 입국하지도, 위임장이 발급되지도 않은 조건에서 자국법에 따른다는 이유로 부검을 감행했다.

외국인을 유족의 동의 없이 부검하는 것은 과연 상식적인 행동일까?


4) 해당 대사관의 부검 입회, 시신 인도 요청을 모두 거부하다.

북한 대사관은 부검 입회를 요청했지만 말레이시아 측은 이를 거부했다.

해당 국가 대사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검이 감행되었을 뿐 아니라 대사관의 입회마저 거부한 것이다.

만약 사망자가 외교관 신분이라면 이는 말레이시아의 심각한 외교적 결례가 된다.

그렇다면 상식 밖의 행보임에도 불구하고 말레이시아는 왜 '비밀리에' 부검을 진행한 것일까.

뿐만 아니라 북한 대사관으로의 시신 인도 역시 말레이시아가 거부했다.

애초 2월 16일 아흐마드 자히드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요청이 있다면 북한 정부에 시신을 인도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그 직후, 북한 정부는 경찰청을 찾아가 공식적으로 시신 인도 요청을 했다.

그러나 부총리의 입장과 달리 시신은 결국 인도되지 못했다.

강철 북한 대사에게 말레이시아 경찰 측이 사망 원인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시신을 인도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강철 북한 대사는 말레이시아가 뭔가를 속이고 있고, 시신인도를 지연시키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면서, 그 배후에 악의적인 세력이 있을 것 같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결국 부검 결과는 1주일이 지난 2월 23일에야 발표되었다.

사망 원인이 '신경가스VX'라고 밝힌 말레이시아 경찰 측은 이제 가족의 DNA를 가져와야 시신을 인도할 수 있다면서 DNA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리하면, 말레이시아 경찰이 '비밀' 부검을 진행했으며 부총리의 입장과 달리 북한에 시신을 인도하지 않은 셈이다.

 

김혜민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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