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김정남' 피살사건 ①] 사건보도의 원 출처는 '정부 소식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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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각 언론매체가 '김정남' 피살 사건으로 떠들썩하다.

KBS와 TV조선은 2월 17일~21일 전체 뉴스의 절반 가까이를 '김정남 피살'에 할애할 정도로 이 사건을 집중보도했으며 현재까지도 이 사건의 주요 지상파, 종편(종합편성보도채널)의 보도 비중이 상당히 높다.

한편 북한은 2월 23일 '조선법률가위원회' 대변인 담화의 형태로 사건에 대한 첫 입장을 발표했다.

담화문 전문 링크 :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51400

담화문에서 북한은 이 사건이 '공화국 공민 쇼크사'이며 사망자가 외교 여권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말레이시아 측이 북한 동의 및 참관 없이 독단적으로 시신 부검을 감행한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국내외 많은 언론 매체들은 사망자를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으로 규정짓고 이번 사건을 권력다툼으로 인한 북한 측 테러로 단정한 상태다.

이에 NK투데이에서는 사건에 대한 논란을 정리한 분석 기사를 연재하고자 한다.

1. 사건보도의 원 출처는 바로 '의문의 정부 소식통'
 1) '정부 소식통'은 어떻게 누구보다 먼저 이 사건을 알았을까?
 2) 초기 경찰 발표와 달리 '독침 피살설'을 주장한 근거는?
 3) 무슨 근거로 '김정남', '북한 소행'이라 단정지었을까?


1. 사건보도의 원 출처는 의문의 '정부 소식통'

1) '정부 소식통'은 어떻게 누구보다 먼저 이 사건을 알았을까? 

사건은 TV조선이 2월 14일 저녁 7시 42분 특종 보도하면서 확산되었다.

TV조선은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북한 여간첩에게 독살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복수의 정부 관계자가 밝혔습니다. 김정남은 어제 오전 9시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2명의 여성에게 독침을 맞고 살해당했습니다. 용의자 여성 2명은 범행 직후 택시를 타고 도주했습니다….김정남 피살 소식은 현지 공관을 통해 국가안전보장회의 NSC에 즉각 보고됐습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라고 보도했다.

곧바로 연합뉴스 역시 '정부 소식통'을 인용하여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13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됐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TV조선과 연합뉴스에 정보를 준 '정부 소식통'은 과연 누구일까?

TV조선 단독보도(2월 14일 7시 42분)로 이 사건이 국내 확산되었다.  '피살'이라는 표현을 구체적으로 썼으며 2명의 여성이 독침했다고 주장했다. 캡처 : TV조선(2017.02.14) 보도.

한국에서 보도가 시작된 2월 14일 당일 밤 10시 37분, 노컷뉴스는 "정부, '김정남 피살' 소식에 석연찮은 모르쇠"라는 기사를 냈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한국 외교부와 통일부는 그날 밤늦게까지 이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음"이라는 입장을 냈다고 한다.

사건 출처가 '정부 소식통'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공식적으로 그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은 것이다.

노컷뉴스는 김정남이 과거 "3대 세습을 반대한다"는 발언을 한 '요주의 인물'임에도 사건 발생(2월 13일) 하루가 지나도록 한국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한 점, 그 사이에 '정부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 점을 비판했다.

심지어 국정원조차 국회 정보위에 출석하여 '모르쇠'로 일관한 점을 비춰볼 때 노컷뉴스는 정보의 루트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한편, 유럽, 미국 등 해외 주요 언론 역시 14일(현지시간)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정보의 원 출처로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국의 정부 소식통'을 꼽았다.

외신번역전문매체 '뉴스프로'가 보도한 데 따르면 BBC는 "(최초로)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국의 정부 소식통이 그의 피살을 언론 매체에 알렸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이 이 사건을 보도한 것도 한국에서 보도되었던 날과 같은 2월 14일이다.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 '베르나마(Bernama)'는 "어제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사망한 북한 남자가 김정남,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동생이라는 것을 경찰이 확인해줬다"로 기사를 시작했다.

한국 정부 익명의 소식통에 의해 보도가 확산되자, 말레이시아 언론이 말레이시아 경찰을 통해 이 사실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정리하면, 국내, 해외 보도의 시작이 모두 익명의 '한국 정부 소식통'인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 소식통'은 말레이시아 경찰이 언론에 발표하기도 전에 어떻게 이 정보를 알았을까?

 

2) 초기 경찰 발표와 달리 '독침 피살설'을 주장한 근거는?

사건 이튿날인 2월 14일, 국내와 해외 언론이 보도한 '피살'과정에 대한 내용은 각각 달랐다.

BBC 등 해외 언론은 말레이시아 경찰이 현지 언론 '베르나마'에 밝힌 사망 경위를 그대로 인용보도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의 주장은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한 여성이 뒤에서 다가와 액체가 묻은 천으로 그의 얼굴을 덮었다. 그 후 그 액체로 인해 눈에 화상을 입은 채로 그 남자는 도움을 청하려 애쓰는 듯 보였고 쿠알라룸푸르 공항 안내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잠시 후 그는 푸트라자야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며 그곳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것이었다.

즉, 현장에 있었던 공항 안내원이 경찰에게 "한 여성이 액체가 묻은 천으로 남자의 얼굴을 덮었고 눈에 화상을 입었으며, 병원에 이송되어 죽었다"고 설명한 것이다.

게다가 말레이시아 경찰은 사망 원인을 "사후 보고서가 필요한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분류하여 구체적인 사망근거는 불확실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한국 언론들은 정부 소식통에 근거하여 "독침에 의한 피살"로 단정지었다.

언론보도의 발단인 TV조선, 연합뉴스는 2월 14일 모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김정남'이 "신원 미상의 여성 2명에 의해 독침에 의해 살해"되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공항안내원의 주장과 상반된 주장을 펼쳤던 '정부소식통', 연합뉴스는 '정부소식통'주장에 근거하여 여성 2명에게 '독침'당했다고 보도했다. 캡처 : 2월 14일 연합뉴스 기사.

심지어 연합뉴스는 '북한 암살용 주요 독침'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중앙지방경찰청이 제공한 '북한 독침 구조와 그 사용방법'까지 인포그래픽으로 상세히 소개했다.

한편 콘스탄틴 아스몰로프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산하 극동연구소 코리아연구센터 수석 연구원은 2월 14일 라디오 채널 '고보리트 마스크바'에서 이 정보의 신빙성을 의심했다.

그는 "만일 이게 방금 전에 일어난 사건이라면 한국 언론이 인용한 정부 관계자들은 어떤 루트를 통해 독침으로 피살됐다는 정보를 그렇게 빨리 입수할 수 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특히 "(살해 방법이) 특별하다. (일반적으로) 사망 원인을 확인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독극물 검사를 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 세부사항을 모르기 때문에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한 외국인이 '한국 정부 소식통'을 비판하며 페이스북에 올린 기사 캡처. 말레이시아 경찰은 조사 결과 신경가스 VX가 쓰였다고 2월 24일 발표했다. 그러나 이미 2월 8일전인 16일 '한국 정부 소식통'에 의해 신경가스 VX가 쓰인 것 같다고 이미 보도되었다. 출처 : 페이스북.

 

3) 무슨 근거로 '김정남', '북한 소행'이라 단정지었을까?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 베르나마(Bernama)와 현지 경찰의 주장을 직접 인용했던 BBC 등 해외언론은 2월 14일 보도 초기 '북한 소행', '김정남'이라고 단정 짓지 않았다.

BBC는 "처음 말레이시아 경찰은 월요일 공항에서 마카오행 비행기를 기다리던 중 한 북한 남성이 아픈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이송 도중 사망했다"며 "그의 이름을 확인해주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 후 외신 번역 전문 매체 '뉴스프로'에 따르면 BBC는 두어 시간 차이로 피살자 신원을 계속 바꾸었다고 한다.

'한국 정부 소식통' 주장에 따라 '김정남'으로 처음 보도했다가, 말레이시아 경찰이 밝힌 여권 내용에 따라 '김철'로 바꾸었다가, 현지 경찰의 증언으로 최종 기사를 다시 '김정남'으로 바꾼 것이다.

'김정남'이라고 증언한 현지 경찰은 바로 '말레이시아 경찰 관계자 파드질 아흐메트'다. 

그는 베르나마(현지 언론)에 사망자의 여행 서류에는 '김철(Kim Chol, 1970년 6월 10일생)'로 되어 있으나 희생자는 실제 '김정남(1971년 5월 10일생으로 알려져 있음)'이라고 주장했고, 이후 BBC 등 외신은 이 말레이시아 경찰을 인용하여 희생자가 '김정남'이라고 최종보도했다.

여기서 의문점이 있다. 

파드질 아흐메트는 희생자가 여권 이름과 다른 '김정남'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당시 보도에서 그는 '김철'이라는 이름의 희생자가 "김정남"인지, 그 판단의 근거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그는 "북한 대사관에 김정남의 사망을 '보고'했다"고만 밝혔다.

즉, 말레이시아 경찰이 북한 대사관을 통해서 신원을 '확인'한 것이 아니라 사망 '보고'만 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언론 보도에 여권과 다른 인물이 죽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 경찰이 해당 대사관 측에 사망 경위 등을 '보고'하고 '신원확인'은 대사관을 통해서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그런데 왜 말레이시아 경찰은 북한 대사관에 통보만 하고 "김철"이 "김정남"인 것을 더 확인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는 여권의 주인이 여권에 적힌 사람과 다른 인물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한편, 2월 20일 강철 주 말레이시아 북한 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김철'이란 인물이 사망한 것이며 김정남이란 인물을 '모른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외신에서 '김정남'이 죽었다는 보도가 확산되었던 그 시작점.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 베르나마의 기사. 파드질 아흐메트가 사건 경위를 소개했고 '김정남이 죽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지만, 왜 '김정남'인지 근거를 밝히지 않았다. 캡처 : 베르나마 기사(2017.02.14).

또 하나의 의문점은 바로 '북한 소행'에 대한 것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사건 초기 이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고 주장한 적 없다.

파드질 아흐메트 경찰 관계자도 2월 14일 로이터 통신에 별도로 "지금까지 용의자는 없다"면서 우리는 수사를 시작했으며 단서가 될 몇 가지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주요 외신들은 보도 초기 '북한 소행'이라고 보도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 언론은 달랐다.

'한국 정부 소식통'에 근거하여 북한 남자의 사망사건을 바로 "북한 소행"으로 단정 지었으며 2월 14일 연합뉴스는 "김정남 피살은 100% 김정은 지시…마지막 위협 제거한 것"이라고 확신에 찬 뉴스를 전했다.

경향신문 역시 "인권·핵 문제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커지고 북한 레짐체인지(정권교체)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북한으로서는 잠재적 위협인 김정남을 제거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을 수도 있다"며 익명의 대북 전문가를 빌려 "김정남 피살이 북한 소행"인 것을 단정했다.

그렇다면 말레이시아 경찰조차 용의자도 모르는 상태에서 '한국 정부 소식통'은 무슨 근거로 북한 소행이라는 것을 '단정'할 수 있었을까.

(계속)

김혜민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