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남북이 협력할 지점 많아"… 제4회 통일과학기술연구포럼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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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8일 오후 2시 외교센터 세미나실에서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통일과학기술연구협의회 주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주관으로 제4회 통일과학기술연구포럼이 열렸다.

'김정은 시대의 북한 과학기술 동향 진단과 2017년 전망'을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는 변학문 북한과학기술연구센터 연구위원, 최현규 KISTI 책임연구원, 강호제 북한과학기술연구센터 소장이 주제발표를 했으며 통일과학기술연구협의회 회원과 여러 북한, 과학기술계 전문가 50여 명이 참석하였다.

ⓒNK테크

이번 포럼은 작년 북한 노동당 7차 대회, 올해 북한 신년사를 통해 북한 과학기술이 나아가려는 방향을 알아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첫 번째 주제발표 '김정은 정권의 과학기술 정책동향: 정보산업시대에서 지식경제시대로'를 맡은 변학문 연구위원은 "지난 해 당대회에 대해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북한 나름의 미래비전을 밝혔으며, 특히 과거에 비해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변 위원은 북한이 새롭게 내세운 '과학기술강국'이란 "나라의 전반적 과학기술이 세계 첨단 수준인 나라, 과학기술의 주도적 역할에 의하여 경제와 국방, 문화를 비롯한 모든 부문이 급속히 발전하는 나라"라고 설명하면서 이 구상은 단지 경제 영역의 방법론이 아니라 김정은 정권의 핵심 국정 전략 개념이라고 하였다.

또한 과학기술에 기초한 경제발전은 북한이 지난 60년 동안 추구한 목표기 때문에 김정은 시대에 갑자기 시작된 것으로 보면 안 되고 선대 지도자와의 차별화 전략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즉, 김일성 시대에 앞세운 '자주'는 과학기술에 기초해 국가의 자립 토대를 강화하자는 것이며, 김정일 시대에 앞세운 '선군' 역시 자체의 과학기술로 국방력을 강화하자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변학문 연구위원. ⓒNK테크

또 김정은 시대에 등장한 '새 세기 산업혁명', '지식경제강국' 역시 김정일 시대에 이미 축적된 정책과 경험, 과제가 집약된 것이라고 하였다.

변 위원은 북한이 지식경제로 가는 과정에서 2001년, 2009년, 2011년을 중요하게 꼽았다.

변 위원은 2001년 3월 11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담화 '새 세기, 21세기는 정보산업의 시대이다'를 통해 "20세기가 기계제 산업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정보산업의 시대로 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 담화가 북한 과학기술 중시 정책의 이론적 토대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등장한 2009년에는 북한 과학기술 성과가 두드러졌는데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핵시험이 CNC(컴퓨터수치제어) 개발 성과라는 것이다.

또 이때부터 정보산업시대 대신 지식경제시대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정보산업시대가 증기기관, 전기, 핵으로 대표되는 1·2·3차 산업혁명 이후 마지막 발전단계라면 지식경제시대는 농업경제, 공업경제의 뒤를 잇는 더 포괄적 개념의 시대라고 하였다.

2011년 12월 17일에는 노동신문 사설에 '새 세기 산업혁명의 기치높이 경제건설에서 질적인 비약을 일으키자'가 실렸는데 공교롭게도 이 날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일이었다고 한다.

즉,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구축한 '새 세기 산업혁명' 노선을 김정은 위원장이 이어 받아 본격 추진한 셈이다.

'새 세기 산업혁명'은 지식경제시대로 가기 위한 북한의 전략으로 볼 수 있으며 김정은 위원장은 2012년 4월 15일 열병식 연설을 통해 "일심단결과 선군, 새 세기 산업혁명을 더하면 강성국가"라는 새로운 규정을 하였다.

변 위원은 북한 과학기술분야의 주요 정책 동향으로 ▲인재양성, 전민 과학기술 인재화 ▲과학계 지원 확대 ▲과학기술과 경제의 일체화 ▲국방과학기술의 민간 이전을 꼽았다.

인재양성, 전민 과학기술 인재화와 관련해 지난 해 1월 준공한 과학기술전당을 주목했는데 한국에 있는 과학관들이 대체로 어린이, 청소년 교육 시설로 활용되는 것에 비해 북한의 과학기술전당은 성인들도 널리 활용하는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과학계 지원 확대와 관련해 지난 해 5월 노벨상 수상자 3명이 방북해 강연 등을 했던 사례를 들며 대외교류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과 경제의 일체화와 관련해 북한이 연구기관 및 대학 연구 성과를 자체로 상품화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변 위원은 포럼 후 인터뷰에서 연구기관이 자신의 성과를 상품화하는 것은 사회주의 체제 원리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며, 연구기관과 대학 마다 전문 분야가 나뉘어 있기에 기초과학이 상대적으로 홀대받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방과학기술의 민간 이전의 경우 북한이 본보기 공장(모범 공장)으로 선정한 기업소의 상당수가 인민군 산하 기업소라며 인민군이 마련한 본보기 공장을 표본으로 각지에 민간 공장을 개건, 현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변 위원은 북한은 오랜 기간에 걸친 경험을 집약해 과학기술 중시정책을 제시했으며 이미 가시적 성과도 나오고 있기 때문에 정책 집행 의지가 확고하며 핵-경제 병진노선은 실패할 것이란 예측이 많지만 반대 의견도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국제사회 제재로 인해 재원을 마련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상의 힘에 과학기술을 더해 빠른 속도로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속도전'이 예측 못한 위험이나 부실에 부딪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주제발표 '최근 북한과학기술 추이 및 평가: 테이터 기반 분석'을 맡은 최현규 연구원은 국제 학술지에 실린 북한 논문을 분석해 북한 과학기술의 수준과 추세를 분석했다.

최현규 책임연구원. ⓒNK테크

최 연구원은 2015년부터 해외 학술지에 게재되는 북한 논문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며 "과학원 논문을 분석하고 있는데 상당한 수준의 논문이 나오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논문 분야로는 수학, 물리학, 화학 등 기초과학 분야 논문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이에 대해 "이 분야 수준이 높다고도 볼 수 있지만 기초과학에는 고가 장비가 필요 없어서라고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해외 과학자들과 협력한 논문을 보면 3분의 2 가량이 북한 과학자가 제1저자라며 국제 협력 연구에서 북한 과학자들이 의외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이한 점은 한국 과학자와 공동연구한 경우도 드물지만 있었는데 이런 논문은 60개 이상 국가가 참여한 대형 프로젝트라서 남북 과학자 사이에 교류는 없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최 연구원은 발명특허 통계도 분석했는데 재료·금속학 분야는 발명특허가 나오기 어려운 분야인데 북한에서는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 특이하다고 평가했다.

또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 사람들이 북한에 발명특허를 내고 있다며 왜 북한에 발명특허를 내는 지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연구원은 "우리는 북한이 변화하고 있다는 걸 잘 모른다, 북한과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어떻게든 마련돼야 통일을 대비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북한 연구자와 오랜 기간 함께 연구한 해외 연구자들이 있는데 이들과 공동연구를 하면 간접적으로나마 남북이 공동연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 번째 주제발표 '2017 북한 신년사 분석: 과학기술을 최우선으로'를 맡은 강호제 소장은 지난 6년의 신년사를 비교분석해 과학기술이 북한 국가 정책에서 최우선 순위로 오르는 과정을 설명했다.

강 소장은 북한이 신년사에서 "국방력 강화에서 획기적 전환이 이룩되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핵무기나 미사일 같은 무기를 몇 개 새로 만든 수준이 아닐 것이라며 "핵무력에 대한 유일적 영군체계, 관리체계가 수립되었으며 검증 가능한 핵폐기는 이제 불가능해졌다, 핵무기 동결을 가지고 협상을 해야 하는 단계"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 식의 무인화된 본보기생산체계들을 확립"했다는 신년사 문구에 대해서는 본보기 공장이 아니라 본보기생산체계라고 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강호제 소장. ⓒNK테크

강 소장은 북한이 ①공장, 기업소들의 개별적인 기계설비들을 CNC 설비로 바꾸는 단계 ②공장의 한 개 구역을 CNC 설비들로 장비하고 컴퓨터에 의하여 생산이 통일적으로 조종되는 유연생산체계의 확립단계 ③컴퓨터통합생산체계와 통합경영정보체계를 확립하는 단계 ④생산공정들을 무안화하는 단계 등 'CNC화 4단계 정책'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지금까지 1단계에 머물렀는데 지난 해 2·3·4단계를 한꺼번에 언급하며 '단번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신년사에 등장한 탄소하나화학공업에 대해 2.8비날론연합기업소 운영의 난제인 전력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도로 추정했다.

발표가 모두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질의응답 시간. ⓒNK테크

북한 정부의 발표만 본 것 아니냐는 지적에 강 소장은 "나는 북한에 안 가봤다. 하지만 북한에 직접 가본 사람, 북한에 살아본 사람들과 얘기하다 언제 북한에서 나왔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2000년대 초중반이라고 답한다. 어차피 10년도 더 된 옛날이다. 현재 북한에 갈 수 없는 상황에서 문헌을 통해 연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청중으로 참가한 김진향 여시재 선임연구위원은 "새 세기 산업혁명 등 북한의 역동적 변화는 사실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이며 어떻게 조응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여론조사로 북한을 연구하고 대북정책을 결정하는 것부터 중단해야 한다. 모두가 장님 코끼리 만지기인데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북한 논문의 해외 학술지 게재 통계와 관련해 "북한은 전쟁 중인 국가다. 해외발표 논문은 최소 수준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맺음말에서 변 위원은 "2008년 이후 남북 교류가 끊긴 상황에서 북한은 변화하는데 우리는 그 이전의 북한만 머릿속에 그리면서 바라본다. 몇 년 사이 북한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이걸 단순히 북한 당국의 선전으로 치부할 것인가. 화해협력의 대상으로 북한을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소장은 "탄소하나화학공업은 2007년 즈음 한국에서도 연구한 적 있다. 남북이 함께 연구하면 좋겠다. IT 쪽은 협력할 게 많다. 무인 주차장 번호판 자동인식 프로그램도 남북 협력사업의 성과다. 북한의 쓸 만한 기술을 한국의 자본과 마케팅에 결합시키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북한 과학기술 연구 및 남북 활성화 정책 등을 연구하고 교류하기 위해 시작된 통일과학기술연구포럼은 지난해 시작되었으며 격월에 진행한다.

최현규 연구원은 개회사를 통해 올해 가을에는 국제 심포지엄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참가자 기념사진. ⓒNK테크

문경환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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