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용진 부총리 처형설을 둘러싼 몇 가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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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교육상을 역임한 경력이 있는 김용진 내각 부총리의 처형설이 이슈가 되고 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8월 31일 정례 브리핑에서 "내각부총리 김용진이 처형을 당했고, 당 통전부장 김영철도 혁명화조치를 받았다. 그리고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최휘도 현재 혁명화조치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 주장에 따르면 김용진 부총리는 6월 2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자세 불량을 지적받은 것이 발단이 되어 조사를 받다가 '반당 반혁명 분자', '현대판 종파분자'혐의로 7월 중 총살을 당했다고 한다.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김용진 부총리 [유투브 캡쳐]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김용진 부총리 [유투브 캡쳐]

불확실한 최초 정보

이 소식의 발단은 8월 30일 중앙일보의 단독 보도였다.

8월 30일 중앙일보는 북한의 농업과 교육 정책을 담당해 온 내각상(장관) 두 명이 최고지도자에 대한 불경과 반혁명 등의 죄목으로 8월 초 공개처형 되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처형된 농업상은 지난 4년 간 내각의 농업 문제를 책임져 온 '황민'이라는 인물이고, 그가 추진해 온 사업이 김정은 체제에 대한 정책 도전으로 결론 나 6월 말 교체 되었으며, 처형당했다고 한다.

또한 '이영진'으로 알려진 교육상의 경우 김정은 위원장이 주재한 회의석상에서 꾸벅거리며 졸다가 괘씸죄를 샀으며 현장에서 연행되어 보위부 집중 조사를 받았는데 수령 모독과 비리, 부패 등 여러 가지 죄목이 드러나 처형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정보는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이영종 기자가 언급한 황민은 2012년 10월 4일 조선중앙통신에서 농업상으로 소개된 바 있는 인물로 2013년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리철만이 부총리 겸 농업상으로 임명되면서 농업성 부상이 된 인물이다.

북한 보도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3월 5일 김일성 주석 토지개혁법령 발표 70돌 기념 중앙보고회에 리철만이 부총리 겸 농업상으로 언급되었고, 6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고인호가 새롭게 부총리 겸 농업상으로 임명되었다.

따라서 황민은 아무리 빨라도 3월 이후에나 다시 농업상이 될 수 있으므로 중앙일보의 보도는 황민이 농업상이 된지 불과 3개월 후인 6월에 검열을 받아 해임되었고 고인호로 농업상이 교체되었다는 주장인 것이다.

상식적으로 볼 때 농업상에 임명될 사람의 정책 검증은 농업상이 되기 전에 하는 것이므로, 4년간 농업성 부상을 역임한 황민의 정책에 진짜 문제가 있었다면 그는 애초에 다시 농업상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영진 교육상 처형설은 더욱 황당하다.

북한은 현재 교육 부문 직책으로 교육위원회 위원장 겸 보통교육상과 김일성종합대학 총장 겸 고등교육상을 두고 있으며 전자는 김승두, 후자는 태형철로 알려져 왔다.

따라서 지금 북한에는 교육상이라는 직책이 없으며 그나마 관련된 직책을 가진 김승두와 태형철은 이영진이라는 이름과 비슷하지도 않다.

이에 일부 언론에서는 이영진이 아니라 김영진이라는 주장을 했으나 통일부 측에서 "북한 내각에는 김영진이라는 이름의 인물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확인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중앙일보의 최초 보도는 직책과 이름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정보원에게 정보를 얻었으며 중앙일보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보도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어지는 미확인 정보들

중앙일보의 최초 보도 이후 정부 당국자는 확인된 바 없다거나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3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다른 언론에서는 처형된 교육상의 이름이 이영진이 아니라 김영진이라는 보도를 하기도 했고. 일각에서는 처형당한 인물이 장관급 인사가 아니라 간부급 인사라는 추정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다른 대북소식통은 "북한 교육성과 농업성의 간부 2명이 비리 혐의로 처행됐다는 얘기를 평양의 소식통으로부터 들었다"면서 "이들 2명은 서로 친구 사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기에다가 통일부가 김용진 부총리가 처형당했다는 새로운 주장을 펴면서 관련 정보들은 더욱 혼란에 빠졌다.

통일부의 발표로 처형당한 간부 이름이 이영진이라는 주장, 김영진이라는 주장, 처형당한 인물이 장관급 인사가 아니라 간부급 인사라는 주장, 다른 대북 소식통이 언급한 농업성-교육성 간부 2명이 친구사이라는 주장은 현재 더 이상 언급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통일부 발표도 얼마나 정확한지는 알 수 없다.

8월 31일 한겨레는 이번 발표가 "첩보 수준을 넘어 크로스체크된 정보인지는 알 수 없다"면서 정부 관계자는 "여러 경로로 확인된 사실"이라고 하면서도 "집행되었다고 한다" 또는 "처벌 받았다고 하다" 등 간접화법을 썼다고 밝혔다.

북한 관련 보도가 얼마나 허약한 근거에 바탕을 두고 있는지 보여주는 모습이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

31일 통일부는 김용진 부총리가 처형되었고,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지난달 중순부터 1달가량 혁명화 과정을 거쳤으며, 최휘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도 혁명화 교육중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김용진 부총리가 6월 29일 최고인민회의 당시 자세불량을 지적받은 것이 발단이 되어 보위부 조사를 받았고 그 결과 반당, 반혁명분자, 현대판 종파분자로 낙인 찍혀 7월 중에 총살이 집행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만약 통일부의 주장대로 6월 29일 회의 때 태도가 문제가 되어 김용진 부총리가 보위부 조사를 받는 상황이었다면 7월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추대 평양시 군민경축대회에 김용진 부총리가 등장한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또한 통일부는 김영철 부위원장의 경우 통전부 권한 확장을 추진하는 등 권력 남용이 원인이 되어 7월 중순부터 1달가량 혁명화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는데, 김영철 부위원장은 7월 9일 '조선반도의 평화와 자주통일을 위한 북, 남, 해외 제정당, 단체, 개별인사들의 연석회의 북측준비위원회'(연석회의 북측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연석회의 사업을 진행했다.

상식적으로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1달 혁명화 처벌을 받을 사람에게 중요한 직책을 맡기지 않는다.

김영철 부위원장의 1달 혁명화 처벌이 사실이라면 7월 초에는 조사 중이었다는 것인데, 그런 사람을 7월 9일에 연석회의 북측위원장에 임명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이 연석회의에 대해 상당히 강조하고 힘을 기울인 것을 감안하면 김영철 부위원장은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혁명화 처벌을 받은 것이 아니라 연석회의 북측위원회 사업에 힘을 집중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에서 북한 고위직의 처형설을 주장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문제가 된 사례가 있다.

2016년 2월 10일 리영길 총참모장이 처형되었다는 정보가 정부를 통해 나왔다.

그로부터 3개월 후인 5월 10일, 리영길 총참모장은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임명되며 처형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했다.

김용진 부총리가 현재 어떤 상황인지 확실하지 않다.

리영길 정치국 후보위원의 경우처럼 살아 있을 수도 있고 통일부의 주장처럼 처형되었을 수도 있다.

다만 일부 대북소식통과 통일부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아직 남은 의문이 많이 남아 있다.

참고로 김용진 부총리 처형설을 다룬 기사 중 뉴시스, 뉴스1, 헤럴드경제 등의 일부 매체에서는 4개월 전에 이미 오보로 판명난 리영길 후보위원의 처형설을 여전히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이동훈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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