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공사의 5가지 탈북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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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공사 ⓒtheguardian.com

태영호 공사 ⓒtheguardian.com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왜 한국에 왔을까?

국정원은 8월 22일 국회 정보위원회 3당 간사단 간담회에서 그 이유를 밝혔다.

태영호가 평소 북한 체제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고 그러다 북에서 25세 이상 외교관 자녀 귀국령이 떨어지자 망명했다는 것.

과연 100% 사실일까.

그러기에는 미스터리가 많다.

NK투데이가 태영호의 진짜 탈북 동기를 추적해본다.

1. 헐리우드 영화에 나올 법한 고급 탈북 과정

태영호는 손꼽히는 서유럽 전문가로 1993년부터 주 덴마크 대사관 서기관으로 활동했다.

그는 영국 대사관에서 가족들과 10년이나 머물 정도로 북한 당국의 높은 신임을 받아왔다.

왜 이런 그가 탈북을 했을까?

태영호가 10년동안 머물렀던 대사관 ⓒexpress.co.uk

태영호가 10년동안 머물렀던 대사관 ⓒexpress.co.uk

영국 선데이 익스프레스는 8월 21일 그의 망명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두 달 전인 6월 북한은 국가비밀누설, 자금횡령, 미성년자강간 혐의로 태영호를 소환했다.

북한은 도주 우려로 태영호 가족의 여권을 압수했다.

태영호가 비밀리에 영국 정보기관 관계자를 만난 것도 지난 6월이었다.

런던 북서부 왓포드의 한 골프장이었다.

영국 외무부는 2주간 고민 끝에 미국 CIA에 망명 의사를 알렸고 7월초 워싱턴 고위 관계자가 즉시 영국으로 날아왔다.

북한체제 비판 효과와 고급정보의 가치가 미국을 움직였던 셈이다.

북한 중앙검찰소도 7월 12일 태영호에 대한 수사시작결정서를 발급했다.

시간이 없었다. 사건은 급박했다.

영국과 미국은 망명지 선택에 대한 '백지위임장'을 내밀었다.

태영호는 한국을 택했다.

결국 7월 12일을 전후한 어느 평일 오전, 망명은 감행되었다.

태영호 부부와 두 아들은 영미 정보기관 관계자들이 호위 속에 공군기지로 향했다.

그들은 옥스퍼드셔 공군기지에서 30인승 영국 공군(BAe146)기를 타고 출발했다.

이 비행기는 영국 공군 타이푼 전투기 2대가 호위했다.

그들은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북한은 8월 20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영국 당국을 강력 비판했다.

"우리는 사건 발생 초기부터 영국 측에 도주자(태영호)가 감행한 범죄행위들에 대하여 알려주고 조사를 위해 범죄자를 넘겨줄 것을 요구했다"

"소위 법치를 제창하는 영국이 범죄자를 넘겨줄데 대한 우리의 정당한 요구와 범죄자인도와 관련한 국제관례를 무시했다"

8월 22일 미국의 소리에 따르면 영국 외무부 대변인은 한국 정부가 태영호의 망명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이후, 모든 관련 질문에 논평하지 않겠다며 언급을 피하고 있다고 한다.

8월 22일 조선일보는 "북한이 영국에 '범죄인 인도'를 요구했다는 것으로 보아 영국 당국이 안가제공 등을 통해 태 공사 일행의 신변을 보호했다는 보도도 신빙성이 높아 보인다"는 외교소식통의 분석을 보도했다.

영국은 현재 115개국과 범죄인인도조약을 맺고 있다.

북한과 영국은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영국정부가 명시하고 있는 범죄인 인도 프로세스를 보면 "영국과 특정 지역 사이에 범죄인인도협정이 없는 경우에도 영국에 범죄인 인도요청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약 한국 고위 외교관이 범죄를 저질러 고급 비밀정보를 들고 중국을 거쳐 러시아로 망명하려고 했는데 중러가 북한으로 빼돌렸다면 어땠을지 상상해보자.

태영호의 망명에 국제관례보다 더 가치 있는 그 무엇이 있었을까?

 

2. 횡령 의혹, 580만 달러(약 64억)은 어디에?

한국일보는 8월 18일 단독 보도를 했다.

"태영호, 580만 달러 통치자금 갖고 탈북"

ⓒ한국일보 기사 캡춰

ⓒ한국일보 기사 캡춰

출처는 북한 사정을 잘 아는 대북 소식통이다.

그는 "태 공사가 주영 북한 대사관에서 선전 업무뿐만 아니라 재무까지 담당했다"며 "대사관이 관리하던 580만 달러의 거액을 갖고 탈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보도된 지 4일 후인 8월 2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같은 주장을 했다.

"도주자(태영호)는 많은 국가자금을 횡령하고 국가비밀을 팔아먹었으며 미성년강간범죄까지 감행한 것으로 하여 그에 대한 범죄수사를 위해 지난 6월에 이미 소환지시를 받은 상태에 있었다"

64억. 8월 20일 716회 로또 당첨금이 13억이니 로또를 5번 맞아야 될 정도로 큰돈이다.

국정원은 22일 "태 공사는 현금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연히 64억을 가방에 싸들고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 탈북자 평균 월급이 100만원인데 빈손으로 왔을까?

한겨레 8월 17일 기사에 따르면 정통한 한 대북 소식통은 이렇게 말했다.

"일부 금전 사고가 난 것이 탈북으로 이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태 공사는 이렇게 절박한 상황에서 상당한 액수를 들고 도망간 것으로 안다"

그가 얼마를 가지고 나왔든 그 돈은 북한 영국 대사관의 공금일 가능성이 크다.

8월 22일 문화일보에 따르면 정부의 외교 소식통은 "태 공사의 경우 본인이 (탈북을) 스스로 기획했다"면서 "탈북 의지가 워낙 확고했고, 필요한 것들을 사전에 준비하고 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일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3. 골프와 테니스를 즐기고, 탈북 순간까지 마음껏 쇼핑?

많은 언론들은 그가 궁핍한 생활 때문에 망명했다고 주장한다.

8월 17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태영호는 영국의 공산당 모임에 참석해 "친구들은 내가 수영장과 사우나를 갖춘 궁전에 사는 줄 알지만 2개의 침실에 주방이 딸린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사관에서 차를 몰고 나올 때면 '혼잡통행료는 어떻게 하나' 생각해야한다"고 걱정했다고 한다.

8월 19일 미국의소리에 따르면 그는 과거 한 강연에서 자신의 월급이 1400파운드(약 200만원)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궁핍하게 산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허핑턴포스트는 8월 18일 '태 공사의 삶은 영국의 평범한 중산층과 비슷했다'고 보도했다.

전 BBC 서울 특파원 스티브 에반스 기자는 '망명한 내 북한 친구'라는 기사에서 그를 떠올렸다.

태영호는 카레를 먹을 때도 당뇨병 초기라서 탄수화물 섭취는 되도록 하지 않았다.

즐겨찾던 테니스장 ⓒ채널A 방송 캡춰

즐겨찾던 테니스장 ⓒ채널A 방송 캡춰

그는 한때 골프에 열광하다 부인의 불평으로 대신 테니스를 즐기기도 했고, 아이들을 공립학교에 보낼 정도로 큰 무리가 없었다.

주차 과태료를 연체하면서도 벤츠를 타고 다니기도 했다.

영국 선데이 익스프레스는 8월 21일(현지시간) 태영호의 골프 사랑을 보도했다.

태영호 가족이 지난 7월 영국 옥스퍼드셔의 공군기지에서 첩보전과 맞먹는 극비망명길에 올랐을 때 일화다.

태영호는 영국 공군기를 타러 가면서 자신의 골프채 세트를 가지고 가야 한다고 우겼다.

부인 오혜선은 테니스 라켓을 짐 보따리에 넣었다.

그리고 공항으로 가는 길에 대형 마트인 '마크스 앤드 스펜서스'에 들러달라고 요청했다.

영국 일간지는 "영국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잔뜩 사고 싶어 했다"고 의아해했다.

쇼핑몰 마크스 앤 스팬서스ⓒexpress.co.uk

쇼핑몰 마크스 앤 스팬서스ⓒexpress.co.uk

영국은 골프가 탄생한 나라다.

물론 대중화 되어 있지만 알다시피 영국 물가는 만만치 않다.

참고로 영국 1인당 GDP는 4만 2,106달러로 우리나라 2배 수준이다.

테니스도 그렇다.

올해 2월 독일 도르트문트 팬들이 축구장으로 테니스공을 던지며 비싼 티켓값에 항의했다.

축구는 테니스처럼 귀족 스포츠가 아니라는 의미다.

오혜선. 그녀는 런던 외곽 액튼의 콜룸바 테니스 클럽을 사랑했다.

그렇게 태영호 가족은 영국에서 출발해 독일을 거쳐 유유히 한국으로 향했다.

 

4. 자식 교육 때문에 탈북?

국정원은 태영호의 주된 귀순 계기는 자녀 귀국령과 교육문제 때문이라고 했다.

우선 태영호의 아들들은 영국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았다.

큰아들(26)은 영국 해머스미스 병원에서 공중보건관련 학위를 받았다.

BBC 스티브 에반스 기자는 "평양을 세계적 도시로 만들려면 장애인 주차공간을 확충해야한다는 논문으로 큰 아들이 학위를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의문이 드는 점은 논문 주제다.

평양을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기 위한 과제다.

이 논문 주제는 마치 북한에 돌아가서 할 일을 미리 연구해놓은 듯하다.

막내아들(19)은 덴마크에서 태어나 북한으로 돌아갔다가 4년 전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왔다.

영국 가디언은 17일 막내아들이 "영국의 수능 레벨A 결과를 앞두고 사라졌다"며 "당초 명문대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수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막내아들은 "런던 서부 액턴고교에 다니면서 SNS와 농구를 좋아한 평범한 10대였다"고 전했다.

막내아들은 카운터스트라이크와 같은 게임도 즐겼다.

그는 "North Korea Is Best Korea"라는 계정으로 7월 13일 마지막 플레이를 했으며, 총 366시간 게임을 했다.

막내아들은 자기 특징을 담은 게임 아이디에 "북한이 베스트 코리아"라고 했다.

역설법인가? 진심인가?

태영호 막내아들이 즐기던 게임 ⓒsteamcommunity.com

태영호의 막내아들이 즐기던 게임 ⓒsteamcommunity.com

또 다른 의문은 과연 막내아들이 한국에 와서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 대학을 다닐 수 있을지 여부다.

8월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태영호는 고등중학교 재학 중 중국으로 유학해 영어와 중국어를 배웠다.

그는 평양국제관계 대학 졸업한 후에도 덴마크어 1호 양성통역으로 선발되어 덴마크 유학길에 올랐다.

막내아들이 그 정도 엘리트라면 태영호처럼 북한에서 얼마든지 국비로 유학을 갈 수 있지 않을까?

더욱 큰 의문은 다른 곳에 있다.

존재를 알 수 없는 딸의 행방이다.

세계일보는 8월 19일 딸 1명이 아직 해외에 남아있다고 보도했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딸도 못 데리고 나올 만큼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했다.

뉴시스는 8월 20일 태영호의 딸이 북한에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막내아들도 북한에 있다가 4년 전에 영국으로 왔듯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대부분의 영국언론은 태영호에게는 아들 둘, 딸 하나가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딸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과연 태영호가 두 아들의 교육문제 때문에 딸의 미래를 걸었을까?

 

5. 미성년 강간범죄 의혹?

북한은 태영호의 미성년자 강간범죄를 언급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0일 논평을 통해 "북한 중앙검찰소에서 미성년성교범죄에 대한 수사시작결정서를 발급하였다"고 발표했다.

시점은 "영국주재 대표부에서 일하다가 저지른 범죄행위"라고 밝혔다.

참고로 영국은 성범죄법에 "아동 성폭행범의 경우 (징역형의 하한 없이) 무기징역까지 처할 수 있다" 명시하고 있다.

미국도 아동 성폭행범을 기본 30년 이상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의 미성년 성폭행범 처벌 기준은 13세 미만의 여아를 성폭행할 경우 10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해외 각국의 아동 성폭행 관련 법률과 양형 기준에 비해 유독 한국의 처벌 기준은 상당히 낮다.

물론 그것 때문에 태영호가 한국행을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태영호의 강간혐의에 대해 북한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다른 근거를 찾기는 힘들다.

통일부는 21일 북한이 태영호를 범죄자로 매도하는 이유는 주민 동요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앞으로 태영호 일가에 대해 신변보호 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준성 수습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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