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이 불여일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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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인가

이 책은 기행문이다. OOO의 유럽여행기, OOO의 동남아 여행기와 같은. 차이가 있다면 여행을 다녀온 곳이 우리에게 심각하게 많이 낯선 곳이라고 할까? 기행문을 읽고 그 장소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일반적이겠으나, 이 책은 다를 것이다.

ⓒ네잎클로바

ⓒ네잎클로바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라면서 어느 누구에게도 북측에 대해 제대로 배울 수 없었다. 북측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나, ‘북측 사람들이 경제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을 것’ 이라는 생각을 가진 상태에서 이 책을 펼친다면 일단 놀랄 수밖에 없다. 또한, 북측에 다녀와서 쓴 기행문이기에 이산가족과 당장 대면한 통일문제, 남북안보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며, 남측과 북측이 이토록 가까운 사이였음에도 먼 관계가 되어버린 현 상황이 안타까울 것이다.

책의 내용에서

이 책에 수록된 글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연재란에 그대로 실려있는데 읽기 전 상단에 이렇게 적혀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음악을 공부하고,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오로지 음악에 관한 지식만을 가르쳐왔습니다. 지금은 평범한 주부이자 아이들의 엄마로 살고 있습니다. 2011년 10월, 여행을 좋아하는 남편과 함께 북한에 처음으로 가게 됐습니다. 호기심으로 떠난 여행이었지만, 저는 처음으로 우리 민족의 비극적 운명과 민족애를 느꼈습니다. 동시에 통일에 대한 염원이 생기게 됐습니다. 2011년 10월 이후 2012년 4월과 5월에 나진·선봉을 비롯한 북한 전역을 여행했습니다. 그리고 2013년 8월과 9월 북한에 다시 다녀왔습니다. 제가 보고 온 북한의 '지금'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려 합니다.’

이렇듯 저자는 다수의 사람들이 ‘정치’의 시선으로 보던 북측을 북측 그대로 보고 왔으며, 글로 옮겨 적었다. 풍경을 보고 감탄 했으며, 남측과 유사한 점을 찾으며 신기해했다. 진심으로 남북평화를 원했고, 통일을 간절히 바랐다.

2013년 8월 함경북도 명천군 해칠보에서 북한 피서객들과 함께 춤을 추는 모습 ⓒ신은미

2013년 8월 함경북도 명천군 해칠보에서 북한 피서객들과 함께 춤을 추는 모습 ⓒ신은미

성내에 있는 성불사 입구에 다다르자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북한 주민 관광객들이다. 전에도 북한의 관광지에서 북한 관광객들을 보긴 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본 적은 없었다. 휴가를 나온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 동포들의 생활에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다. 정말 흐뭇한 모습이다.(67p)

해칠보로 빠져나가는 길 옆도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여 있다. 간혹 숲속에 사람이 보이기도 한다. 송이를 채취하는 주민들이란다. 이곳 송이의 향과 맛이 단연 으뜸이라고 한다. 북한 동포들 손길이 묻은 칠보 심산 자연산 송이 몇 톤을 남으로도 보냈었다고 한다. 아마 6.15 선언 이후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때로 돌아가야만 한다. 남과 북의 동포들이 온 정성을 다해 사랑하던 그 시절로……….(203p)

여러 차례에 걸친 북한 여행을 통해 그러한 모습이 북한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동포들이 즐겁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여전히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곤 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에 안심이 된다.(210p,211p)

하지만 읽다보니 약간 의문이 드는 내용도 있었다. 이 책의 구조가 기승전‘공동협력’으로 느껴질 만큼 저자는 반복해서 남북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이 협력의 이유는 항상 서로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 였는데, 결국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면 굳이 협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또한 아주 이상적 통일전망을 그리고 있어 괴리감이 적지 않아 보였다. ‘개성공단’의 이야기만 들어봐도 남측과 북측의 사람들이 부딪히면서 서로 적응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책을 읽어보면 전혀 그런 것이 없는 것으로 서술 돼있기 때문이었다. 충분히 의문을 가질 만 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자리에서 나는 우리가 한 민족이요, 동포요, 형제자매라는 것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자녀교육, 부부관계, 부모님 모시는 일, 직장, 친구관계 등 사람 살아가는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고 있자면 ‘어쩜 이렇게 똑같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수십 년을 떨어져 살며 서로가 총을 겨누고 있다는 현실이 너무나도 허무해 가슴이 뻥 뚫어져 버리고 마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희망도 품는다. 누군가 아무리 우리를 갈라놓으려 해도 우리는 서로 만나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금세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97p)

농수산업, 광업, 건설업, 경공업, 중공업 등 전 산업에 걸쳐 남북경제협력이 절실하다. 그 협력 속에 남한의 인공위성을 북한의 로켓에 실어 올리는 일도 포함될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 남과 북의 경제 교류가 대규모로 이뤄진다면, 북한은 남한에 있어 ‘골칫거리’가 아닌 ‘축복’으로 다가올 것이다.(222p)

또한, 북측의 발전된 시설(예를 들어, 술집이나 고급 음식집 등의 유흥시설)의 주 이용층이 북측 고위 간부가 아닌 북측 일반 시민들임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오해를 풀려고 한 것은 이해가 가나, 북의 발전을 피력함으로써 무엇을 제시하려고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저자는 자주 북측에 방문하면서 남북 간의 관계와 정치를 바로 보고 분석할 수 있는 눈이 생긴 듯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허구한 날 탁상공론만 하는 이들보다는 직접 북측에 다녀온 저자의 말이 훨씬 일리 있고, 타당한 말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아무런 권한도 능력도 없으면서 북의 원점을 파괴하겠다고 ‘공갈’치는 남한 관료의 말도,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겠다고 ‘협박’하는 북한 회담 대표의 말도 모두 다 알맹이 없는 수사나 호기에 불과할 뿐이고, 하루하루를 허덕이며 살기 바쁜 국민들을 인질 삼아 작금의 현실을 정치적으로 이용만 할 뿐이다.(113p)

북측의 풍경이나 북측 사람들에 대한 묘사는 저자의 주관적 묘사 덕에 오히려 생생하게 그려져서 좋았다. 순수하고 맑은 북측의 사람들을 편견 없이 대하는 작가의 모습에서 우리가 한 민족이며, 동포라는 사실을 실감 할 수 있었다. 다만 이러한 서술에서 저자는 자신의 신앙을 자주 드러내곤 했는데 다소 과하다 싶은 표현도 가끔 등장해 당황스러웠다. 저자의 남편의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말은 독자에게 웃음을 유발하면서 동시에 긴장감을 주었다. 사실 긴장감을 줄 때가 훨씬 많았다.

“그래, 근데 왜 연평도에 폭탄을 퍼부었어?” 남편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그래, 좋아. 근데 금강산에 온 여자 관광객은 왜 쏴 죽였어?” 남편의 질문이 갈수록 태산이다.(264p)

끝맺으며

이 책이 북측에 대해 궁금함을 가진 채로 살며시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봤으면 한다. 작가의 주관적 의식이 듬뿍 담긴 책이기 때문에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기에 그렇다.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재미동포라든지 해외동포 이산가족들은 전부다 북에 방문했을까?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사람들이나 누릴 수 있는 특권은 아닐까?’ 누군가에겐 대리만족을, 누군가에겐 박탈감을 주는 내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연재에 등록된 글로 엮어진 결과물이 이 책이다. 첫 번째로 간행된 책은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였고 내가 읽은 책은 두 번째로 간행된 ‘재미동포 아줌마, 또 북한에 가다.’였다. ‘두 번째 책을 첫 번째 책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읽는 다면 다소 혼란스럽고 이어지지 않는 내용이 많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 책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연재 란에 무료공개 되어있으므로 1,2권 내용을 꼭 이어서 읽기를 바란다. 이 서평의 제목인 ‘백문이 불여일견’처럼, 북측에 직접 가보지 못하더라도 그곳에 다녀온 기행문인 이 책을 읽고 북측을 한 번 더 바르게 옳게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재헌 인턴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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