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회분석]②'개혁개방'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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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만에 열린 노동당 제7차 대회가 3박 4일의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북한은 노동당이 국가와 사회 전반을 이끄는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당대회의 결과는 향후 북한이 나아갈 방향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에 NK투데이는 제7차 당대회의 내용이 담긴 '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를 중심으로 당대회 결과를 집중 분석하는 연재를 기획하였다.

 

노동당 제7차 대회의 핵심적인 내용은 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에 담겨있다.

정말 새로운 내용이 없었나

국내와 해외에서는 대체로 사업총화보고에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북한 사회에 대한 잘못된 접근, 당대회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에 나오는 평가로 볼 수 있다.

일단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평가에는 내심 사회주의 체제나 핵보유를 포기하는, 이른바 '개혁개방'에 대한 기대가 들어 있다.

예를 들어 이민룡 숙명여대 안보학연구소장은 지난해 11월 27일 데일리NK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7차 당대회에서 "구체적인 개혁개방 프로그램의 대강"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주관적 기대로 인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을 하지 못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그동안 개혁개방을 외면해온 것은 아니다.

포전담당제를 도입한다거나 기업책임관리제를 도입하는 등 경제관리에 변화를 주었고, 기업이 독자적으로 외화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지자체마다 경제개발구를 설치해 외국 자본 유치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하였다.

일종의 북한식 개혁개방을 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개혁개방'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사회주의 체제를 포기하고 자본주의 질서에 편입하는 것으로 인식하며 강한 거부감을 보여 왔다.

'개혁개방'이란 용어는 원래 중국 덩샤오핑 체제에서 등장했다.

1978년 공산당 제11기 중앙위원회 제3회 전체회의에서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한 중국은 이후 경제제도를 자본주의식으로 전환해 오늘에 이르렀다.

'개혁개방'과 유사한 용어로 1985년 고르바초프 소련공산당 서기장이 실시한 페레스트로이카(재편),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책이 있다.

페레스트로이카, 글라스노스트 정책의 결과 소련은 해체되고 러시아는 자본주의 국가가 되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은 '개혁개방'을 자본주의화로 인식하면서 새로운 경제조치를 도입할 때마다 '사회주의 원칙'을 강조했다.

이처럼 북한은 그동안 '북한식 개혁개방'을 해오면서 사회주의 체제 포기를 전제로 한 '개혁개방'에 대해서는 철저히 거부 입장을 보여 왔다.

또한 북한 사회의 특성상 당대회라는 자리에서 '개혁개방'을 이야기할 가능성 역시 사실상 0이나 마찬가지였다.

당대회에서 '개혁개방'이라는 새로운 노선을 제시하려면 '개혁개방'을 하지 않았던 지난 시기를 비판적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당대회를 '승리자의 대회'로 준비한 북한이 그럴 가능성은 애초에 없었다.

사업총화보고의 구성 체계

북한의 당대회는 그 동안 10년 정도의 긴 간격으로 열려 왔다.

흔히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얘기하는 것처럼 북한의 당대회는 당장 1~2년을 바라보며 당면한 과제를 이야기하는 자리가 아니라 최소 10년 정도를 전망하며 전략적인 노선을 결정하는 자리다.

북한은 당대회 결정서에서 사업총화보고에 대해 "주체혁명의 백년대계의 진로"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사업총화보고 내용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기 전에 전체 체계부터 살펴보자.

전체 체계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NK투데이

ⓒNK투데이

먼저 서문이 있고 다음으로 지난 36년에 대한 평가가 '1. 주체사상, 선군정치의 위대한 승리'라는 제목으로 정리되어 있다.

평가는 다시 ▲경과보고 ▲성과 ▲성과의 요인 분석이 각각 "1) 사회주의위업의 승리적 전진을 위한 투쟁 2) 강성국가건설에서 이룩한 자랑찬 성과 3) 혁명위업의 빛나는 계승"이란 소제목으로 세분화된다.

다음으로 사회주의 완성을 위한 목표를 '2. 사회주의위업의 완성을 위하여'가 나오는데 "1)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 2) 과학기술강국건설 3) 경제강국건설, 인민경제발전전략 4) 문명강국건설 5) 정치군사적 위력의 강화" 등 5가지로 제시했다.

5가지 목표는 모두 다른 위상을 띄고 있다.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는 사회주의 완성을 위한 가장 높은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사업총화보고는 "사회주의위업을 완성하고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하기 위하여서는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하여야 합니다"라고 하였다.

또한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를 실현하는데서 오늘 우리 앞에 나서는 기본투쟁과업은 사회주의 강국건설 위업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나머지 4가지 내용은 모두 사회주의 강국건설을 위한 내용인데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만 더 높은 차원의 목표임을 알 수 있다.

참고로 '김일성-김정일주의'는 기존의 '김일성주의'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립한 여러 사상·이론을 통틀어 정리한 이념으로 2012년 4월 노동당 제4차 대표자회에서 당규약에 명시한 표현이다.

사업총화보고는 사회주의 강국건설을 위한 4가지 목표 각각의 위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과학기술강국건설'은 "선차적으로 점령하여야 할 중요한 목표"라고 하였다.

'경제강국건설'은 "총력을 집중하여야 할 기본전선"이라고 하였다.

소제목에 '인민경제발전전략'이 함께 있는 건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문명강국건설'은 "중요한 목표의 하나"라고 하였다.

'정치군사적 위력의 강화'는 "사회주의건설의 중심과업"이라고 하는데 과학기술·경제·문명강국 등과는 차이를 두고 있다.

북한은 자신들이 이미 '정치사상강국', '군사강국'이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분야와 달리 정치군사 분야는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강화하면 되는 과제다.

정치군사분야가 맨 마지막에 나온 이유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5가지 목표와 각각의 위상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NK투데이

ⓒNK투데이

사회주의 완성 과제 다음으로 남북관계에 대한 평가와 과제를 제시한 '3. 조국의 자주적통일을 위하여'와 대외 관계에 대한 평가와 과제를 제시한 '4. 세계의 자주화를 위하여'가 뒤를 잇는다.

다음은 노동당 내부에 대한 평가와 과제를 제시한 '5. 당의 강화발전을 위하여'가 나오고 마지막으로 결론을 맺는다.

이처럼 사업총화보고에는 북한 사회, 남북관계, 대외 관계, 당 내부에 대해 각각 평가와 목표, 과제가 종합 정리되어 담겨 있다.

 

문경환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

 

[기획연재]
①7차 당대회의 의의
②'개혁개방'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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