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길 오보 사건' 파장 전 세계로 확산… 북한 관련 보도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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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국가정보원이 종파, 세도, 부패혐의로 처형되었다고 했던 리영길 전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이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에서 정치국 후보위원,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이 되어 ‘부활’하자 국정원의 잘못된 정보 노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리영길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출처: YTN 캡쳐]

리영길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출처: YTN 캡쳐]

일단 국정원의 정보를 받아 대형오보를 내게 된 국내 언론사들의 비판이 거세다.

한겨레는 5월 11일자 보도에서 당시 국정원과 통일부가 '확인되지 않은 첩보를 정보로 부풀렸다'고 지적하고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한 이후 예상되는 여론 악화를 물타기 하기 위해 개성공단 폐쇄 발표가 있던 날 오후에 이 사실을 발표했을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한겨레 뿐 아니라 연합뉴스, 경향신문, YTN 등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당국이 '설익은 대북 정보를 공개해 혼선을 불러왔다'며 정보전 실패를 비판하는 보도를 냈고 심지어 조선일보마저도 11일 사설을 내어 국정원의 정보전 실패를 질책하며 '오류가 거듭되면 공신력 자체가 훼손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2월 리영길 처형설이 나왔을 때 언론보도 장면 [출처: SBS화면 캡쳐]

지난 2월 리영길 처형설이 나왔을 때 언론보도 장면 [출처: SBS화면 캡쳐]

국내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가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11일 오후 "리영길 총참모장이 처형됐다는 소식은 올 2월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을 통해 전해졌다. 최근 보도를 통해 정통한 대북 소식통의 실체가 국가정보원으로 확인됐다"며 국가정보원이 "리영길 처형설을 널리 알려 망신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에서도 강상구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이번 사태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정부 대북정책의 총체적 실패를 보여주는 증거"이며 "거짓 정보 공개 사태가 빙산의 일각이라면, 물밑의 빙산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자체"라며 대북정책기조 전환을 요구했다.

외신들도 유례없이 리영길 중앙군사위원회 위원과 관련한 상황을 비중있게 보도해 국제적인 망신 사례가 되는 상황이다.

영국 BBC는 10일자 리포트에서 "한국 정보기관이 연초에 그가 부패 혐의로 숙청돼 처형됐다고 밝혔다"는 점을 이유로 이번 노동당 인사 중 주목되는 인물로 리영길을 꼽았다.

미국 CNN도 지난 2월초에 한국 정부 당국자가 <CNN>에 리영길이 처형됐다고 밝혔지만 "북한이 공식적으로 리영길의 사진과 최근 상태를 공개했으므로, 우리는 그가 처형되지 않았음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AP통신은 "리영길 관련 소식은 한국 정보기관의 또다른 실책(blunder)"이라고 지적했으며 뉴욕타임스도 10일 서울발 기사에서 리영길의 정치국 후보위원 선출 소식이 '놀라움'을 안겨줬다고 보도했다. '리영길 처형 보도' 이후 이를 부정하거나 의심하는 보도가 잇따랐는데 결국 건재가 확인됐다고도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아예 '잦은 실수는 국정원이 엉망이라는 증거?'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거듭된 실수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한국 국정원이 엉망이 된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을 불러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를 번역한 뉴스프로에 따르면 워싱턴 포스트는 ‘정보원들의 뒤떨어진 정보 능력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일 뿐 아니라 ‘북한과 북한의 핵무기 탑재 미사일 추진에 대한 상세 정보를 얻기 위해 한국의 첩보원에게 부분적으로 의존하는 미국과 일본에도 이는 역시 중요하다’며 국정원의 능력부족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전직 정부 고위 인사는 "장성택·현영철·리영길 등 북한 군·당 고위 인사의 숙청 또는 처형을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과 붕괴 조짐으로 해석하고 싶어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편향된 인식이 문제"라며 "정부가 처형됐다고 사실상 발표한 리영길이 버젓이 살아 있음이 확인된 이번 사태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깊은 성찰의 필요성을 웅변하는 중대한 정보 실패·오용 사례"라고 말했다고 한다.

북한문제는 평화와 통일과 직결된 문제로 함부로 다루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

이번 정보참사를 계기로 정부와 국정원은 편향된 인식을 거두고 사실에 근거한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무분별하게 받아쓰고 자극적인 제목으로 조회수 높이기에 혈안이 되었던 국내 언론들도 북한 소식 보도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동훈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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