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여행]"음매 음매~쟁기질 해 봤어요?"-북한의 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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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여행]은 다양한 북한 사진들을 통해 독자분들과 직접 북한여행을 가듯이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봄이 왔습니다. 

며칠 전 북한산 둘레길을 걸어보니 알겠더군요.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보이는 건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의 봄, 옆을 보고 앞을 보니 움을 틔우며 봄단장에 여념이 없는 나무들의 봄, 아래를 보니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아 졸졸졸 흐르는 물줄기의 봄.

계절의 변화는 도시 속 앞 만 보는 우리에게 푸른 자연을 그리게 합니다. 

푸른 색이 유독 끌리는 요즘.

오늘은 윗동네의 시골마을에서 흘러넘치는 푸른 빛을 찾아가 보겠습니다. 

우리네 시골과 윗동네의 시골은 얼마나 다를까요? 

들녘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거나 쟁기질 하는 소가 보이는 것 말고는 우리네 시골 풍경과 그닥 달라보이지 않는 북한의 여느 시골마을로 보이는데, 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다르겠죠. 

DPRK360이 제공하는 북쪽 시골풍경에서 움트는 봄과 기운찬 여름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넉넉한 이웃의 웃음에서 계절의 초록빛 선물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DPRK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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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여느 농촌의 평범한 풍경입니다. 

규격화된 집들 사이로 자전거 탄 아저씨와 뒷짐 지고 걷는 아주머니가 눈에 띕니다. 

왼쪽 집 지붕위에 한참 피고 있는 호박넝굴이 정겹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니 빨래가 보이네요. 

빨래에서 향긋한 초록풀 냄새가 풍기는 듯 합니다.

ⓒDPRK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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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과 자전거, 그리고 아이들이라…. 

우둘투둘한 흙길을 자전거로 달리면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자전거를 잘 탄다는 우쭐한 마음에 빠질 수도 있겠죠?

자전거 타기에 흠뻑 빠진 8살 아들이 이 사진을 보면 냉큼 자전거를 몰고 나와 저 흙길 위에서 사진 속 아이들과 자전거 내기를 하겠다고 흥분할 것이 뻔해 보입니다. 

ⓒDPRK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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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가 보이는 시골입니다. 

아무리 봐도 우리네 시골 마을과 다르지 않습니다. 

쟁기질을 하든, 경운기를 몰든 우리는 한 땅에서 같은 곡식을 키우며 사는 한 민족인가 봅니다. 

ⓒDPRK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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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소가 보이네요. 

사실 이 사진을 보는 제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땀 흘리는 젊은 농부들의 고된 노동이 보여서 라구요? 아닙니다.

1992년 대학 1학년 때 농활을 갔더랬습니다.

어느날 남자 선배 세 명과 옥수수밭에 일하러 갔지요.

중년의 부부 두 분이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남자 선배들은 어린 여학생을 배려한답시고 저를 두 분과 일하게 해주었습니다.

제 앞에는 쟁기가 있었고 두시간 동안 이랑을 팰 일이 주어졌습니다.

과연 쟁기를 끈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답은 이따가 알려드리지요. 

ⓒDPRK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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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시골에서 시부모님 모시고 농사를 지으셨던 시어머니 말씀이 밭일은 정말 말 못할 정도로 힘든 일이라고 하시더군요. 

쭈그리고 앉아 허리 한 번 못펴고 하는 일이니 말해 뭐하겠습니까. 

이럴 때 위로가 되어 주는 건 함께 일하는 동료밖에 없겠지요.

어그적어그적 앞으로 나아가는 고통도, 이야기하면서 줄맞춰 가다보면 어느새 고랑 끝이니, 사람이 곁에 있어 다행입니다. 

ⓒDPRK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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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무척 낯선 모습입니다. 

사진을 보니, 아무래도 손으로 비료나 재, 석회가루를 뿌리는 것 같습니다. 

손으로 하든, 기계로 하든 땅이 튼튼해져 좋은 곡식이 여물기를 바라는 농부의 마음은 똑같겠지요. 

ⓒDPRK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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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랴 이랴"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네요. 

작물 심을 이랑을 만드느라 쟁기질에 여념이 없는 소와 농부가 보입니다. 

이제 질문에 답할 차례군요. 

저 소가 끄는 쟁기는 누가 끌었을까요? 

대학 1학년 여학생?

정답입니다. 

그래서 저는 쟁기끄는 소의 버거움을 알겠습니다. 

그리고 쟁기질 후 먹는 여물이 얼마나 달지 소의 마음을 알겠습니다. 

당신들의 밭이니 한 고랑이 끝나도 쉬지 않고 다음 고랑으로 매섭게 몰아치신 덕에, 한 순간도 멈추치 못하고 내가 걷고 있는 것인지 내가 밀려가고 있는 것인지 분간하지 못한 두 시간이 지난 후 먹던 감자 새참.  

쏟아지는 땀과 뒤섞인 그 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DPRK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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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서 잠시 쉬며 풀 뜯는 소가 대견합니다. 

ⓒDPRK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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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맞춰 사열하는 군인들 같습니다. 

밭 중간에 있는 구호판만 없다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우리네 시골마을이네요. 

ⓒDPRK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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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만큼은 아무 걱정 없이 풀 뜯는 염소 팔자, 소 팔자가 상팔자네요. 

ⓒDPRK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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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기질에 지친 소에게 주어진 한가로운 오후입니다. 

싱싱한 풀내음이 여기까지 묻어나는 듯하고 소의 되새김질이 눈으로 보이는 것 같네요. 

 

"소를 매질하지 마라, 소는 불쌍하니

하루아침에 소가 죽는다면 넌들 살 수 있겠느냐?

소 치는 아이야 넌 참 어리석다. 

소의 몸이 무쇠가 아닌데 어찌 배겨 내겠느냐?

 

이규보의 시 "소를 매질하지 마라"의 일부분입니다. (이규보의 멋진 시는 지난 사진여행에서 몇 편 소개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규보의 충고를 받은 걸까요?

외양간에 묶인 채 삼킬 죽은 풀 대신, 살아있는 풀을 뜯으라고 들녘에 소들을 풀어놓은 농민님네들의 마음이 읽혀지기도 합니다.

ⓒDPRK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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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지게를 진 아이들이 보이네요. 저 지게에 무엇을 담는지 궁금합니다. 

푹푹 빠지는 발을 꺼내려다가 되레 엉덩방아를 찧은 경험이 있는 분들은 이 사진을 보면 빙그레 웃음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DPRK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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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허리를 펴고 모내기가 끝난 정갈한 논을 바라보는 농부의 마음이 어떨까요? 

어린 자식 새끼손가락만한 저 모들이 쑥쑥 자라 풍만한 이삭을 뽐내며 고개숙일 황금들녘을 생각하면서 하루의 보람을 만끽할 것입니다. 

ⓒDPRK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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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농촌 마을에서 가장 흔한 싸움거리가 물길싸움이었다는데요. 

물길에 가까운 논의 벼이삭이 가장 여물었다고 하니 농부들의 물길싸움을 이해할만도 합니다. 

다행히 이 마을에서는 물길싸움은 없겠습니다. 

논을 따라 정갈하게 꾸려진 물길 덕에 농부들 싸움없이 모든 논의 벼들이 풍년을 향해 달음박질하고 있습니다. 

ⓒDPRK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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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들녘은 이렇게 탐스러운 초록 빛으로 농부들의 고된 노동에 보답합니다. 

ⓒDPRK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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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도 논에 질세라 부산을 떠는군요. 

옥수수들이 제 키를 자랑하듯 쉼없이 자라고 있습니다. 

ⓒDPRK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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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여름의 초록빛 들녘이 이제 석양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곧 가을의 황금들녘으로 탈바꿈하겠지요. 

다음 시간에는 북한 시골 마을의 황금들녘을 찾아가 보겠습니다. 

 

 

 

박준영 객원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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