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선을 지켜라] 서울을 본뜬 훈련장 건설, 그런데 서울 어딘지는 모른다?

[상식선을 지켜라] 서울을 본뜬 훈련장 건설, 그런데 서울 어딘지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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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상식선을 지켜라 시간입니다.

이 코너는 한국과 해외에서 보도되는 북한 소식들이 과연 ‘상식선’을 지키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북한 영변 근처에 서울 특정 지역을 본떠 만든 가상 훈련장을 포함한 대규모 군사훈련 시설을 건설했다는 보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은 문경환 기자, 내용은 이동훈 기자가 준비했습니다.

문경환(이하 문): 안녕하세요.

이동훈(이하 이): 안녕하세요.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와 그에 따른 한국의 개성공단가동 전면 중단, 이어진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 이후에 부쩍 북한을 비난하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 네, 예전에도 북한에서 핵실험을 하거나 인공위성 발사를 한 다음에 북한을 비난하는 보도가 많았지요.

최근에 눈에 띄는 것은 미국의 F-22 스텔스기나 B-52 폭격기를 한반도에 들여온다는 보도라든지 핵항공모함이 들어온다는 식의 보도가 많더라고요.

이렇게 미국의 무기를 동원한 군사훈련을 대대적으로 진행한다고 하면서 북한을 제재해야 한다, 강하게 응징해야 한다는 식으로 하는 보도가 많습니다.

: 네, 맞습니다. 분위기를 그렇게 잡다가 보니까 언론에서도 무분별하게 확인이 안 되는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는데요, 오늘 분석할 기사는 최근 한국과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나온 것 같은 기사입니다.

지난 2월 12일 연합뉴스가 자유아시아방송(RFA)을 인용해 북한이 영변 근처에 대규모 군사훈련장을 만들었는데 그 안에 서울 특정 지역을 본떠 만든 가상훈련장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 서울 특정 지역을 본뜬 훈련장이 만들어졌다?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끌었을 것 같은 내용이네요.

어떤 사람이 이런 주장을 한 것인가요?

: 이 주장을 한 사람은 미국의 존스홉킨스 대학 한미연구소 커티스 멜빈 연구원입니다.

멜빈 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에 출연해 미국 상업위성이 지난해 11월 촬영한 사진을 토대로 북한이 영변군 구산리에 대규모 군사시설을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멜빈 연구원은 이 시설이 2014년 9월과 10월 사이 한 달 만에 만들어졌는데 김정은 제1위원장 체제 이후 만든 군사훈련 시설을 최대 규모라고 주장했습니다.

: 멜빈 연구원이 사진을 봤다고 했는데요, 그 사진에는 어떤 시설들이 있었나요?

: 연합뉴스에 따르면 맬빈 연구원이 공개한 시설 사진에는 전투기, 탱크, 트럭, 각종 장애물, 방송수신 안테나 등이 보인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시설은 소규모 군사작전을 훈련하는 곳, 포병대를 위한 길이 400m의 사격 훈련장, 특정 장소를 염두에 두고 만든 가상 훈련장 등 3개 훈련구역으로 구성됐다고 합니다.

: 그럼 3개 훈련구역 중에 서울 일부 지역을 본뜬 훈련장이 있다는 거 겠군요.

: 그렇습니다. 3개 구역 중 여러 채의 건물이 있는 가상 훈련장이 서울의 일부 지역을 본떠 만든 것이라는 겁니다.

: 보니까 어떻습니까? 서울의 어느 지형인지 알 수 있던가요?

: 아니오, 사진만 봐서는 서울의 어떤 지형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 그럼 멜빈 연구원은 무엇을 근거로 그 시설이 서울의 특정 지역을 본뜬 것이라고 한 겁니까?

: 저도 그것이 궁금해서 기사를 살펴봤는데요. 정말 황당하게도 멜빈 연구원도 “아직 서울의 어떤 곳을 본떴는지는 분석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자기도 모른다고 한 거죠.

: 아니, 어디를 본떴는지 모르는데 거기가 서울인지 어떻게 안 것일까요?

: 그러게 말입니다. 그야말로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적이고 황당한 주장이 된 것이죠.

: 그냥 훈련장을 만들었다고 하면 될 것인데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굳이 서울의 특정 지역을 본떴다고 말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 최근에 북한에 대한 압박을 하려는 분위기를 만들다 보니까 이런 식의 무리수를 던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다른 언론들은 어떻게 보도했습니까?

: 이것도 황당한데요, 기사 안에 이렇게 모순적인 내용이 있었는데도 많은 언론들이 이 내용에 대해서 비판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보도했습니다.

처음 이 방송을 내보낸 자유아시아방송을 시작으로 해서 연합뉴스와 뉴시스가 거의 동시에 이 소식을 전했고요, 뒤이어 조선일보, 문화일보, 국민일보 그리고 KBS 등 방송사들도 이 소식을 보도했는데요, 그 어느 언론에서도 멜빈 연구원의 모순적인 주장에 대한 비판은 없었습니다.

: 참 안타깝습니다. 이건 누가 봐도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인데, 어떤 언론도 이것을 지적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이게 지금 우리 언론의 수준인가요?

: 모든 언론이 무비판적으로 이 내용을 보도한 것은 아닙니다.

미디어 비평 전문지인 미디어오늘에서는 이 기사에 대해 새로 만들어졌다는 훈련시설이 영변 근처에 있다고 하여 핵시설 인근임을 강조해 핵문제와 결부시킨 것도 문제이고, 다른 언론들이 모순되고 자극적인 주장을 그대로 받아 써 당장 핵전쟁에 이어 재래식무기를 통한 남침가능성까지 큰 것처럼 불안을 부추겼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 이 기사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 기사가 허술하다 보니까 누리꾼들도 바로 알아채고 기사를 비판하는 내용의 댓글을 많이 달았습니다.

: 어떤 내용의 비판이 있었나요?

: 내용이 모순적이라는 것이 주요 반응이었는데요, 대표적인 두 가지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기사가 좀 웃기네요 서울을 본뜬 군사훈련장이라고 하는데 사진만을 봐서는 당최 어딘지도 모르겠고 서울에 저런데가 있나도 싶고 또 기사 본문에서 서울의 일부지역을 본떠 만든것 같다는 미국 연구원이 서울의 어떤 곳을 본떴는지는 모르겠다고 한다. 음,,,,문맥상 전혀 앞뒤가 안맞네…너무 군사위기 고조하는 이런 쓰레기 같은 기사는 안나왔으면 한다.”

“진짜 역대급이다. 멜빈 연구원은 이들 3개 구역 중 여러 채의 건물이 위치한 가상 훈련장이 서울의 일부 지역을 본떠 만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정 지역에 대한 군사행동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아직 서울의 어떤 곳을 본떴는지는 분석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제 어디서 말 같지도 않은걸 주워다 북풍몰이 하는구나.”

: 누리꾼들의 분석이 기자들보다 더 날카로운 것 같습니다.

저희들도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 네, 앞으로도 정확한 보도를 하도록 더욱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습니다.

: 오늘 방송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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