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핵시험의 핵심① 실패와 성공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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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 강호제 박사의 새로운 연재 '과학기술로 북한 읽기'를 시작합니다.

국가적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북한의 과학기술 수준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북한 관련 뉴스가 대부분 그렇지만 관련 정보들이 '실제 그대로의 사실(fact)'인지 나름대로 '추론한 혹은 추정한 정보(estimated value, reasoning value)'인지 구분하기 매우 어렵다.

특히 북한 관련 정보를 직접 접하는 것조차 법으로 금지된 듯한 착각을 하게 하는 한국의 현실이 이런 구분을 더욱 어렵게 한다.

분명한 사실은 '추론한 혹은 추정한 정보'는 가공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오류를 유도할 수도 있다.

추론한 혹은 추정한 정보를 생각의 출발점으로 삼으면 이후 추론과정이 얼마나 합리적이었느냐에 상관없이 진실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 관련 문제는 오랫동안 정치, 외교, 군사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북한 문제는 경제 문제이기도 하고 과학기술의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핵시험 관련 사안에서는 과학기술적 문제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의미를 읽어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잘못된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다.

이 글에서 필자는 북한 과학기술정책사를 공부했던 경험을 토대로 핵시험에 대한 북한식 셈법을 추론하려 한다.

과학기술적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여 믿을만한 정보를 분석한 후, 그 의미를 다양한 정치, 외교, 군사 등 차원에서 살피고 최종적으로 북한의 경제발전전략과 연결시켜 보려 한다.

분석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전에, 활용한 자료나 정보는 전적으로 언론에 공개된 것에만 의존함을 밝힌다.

미국, 중국은 물론 어떤 누구도 북한이 공표하기 전에 시험 진행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언론에 공표된 정보만 활용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일이고 가장 기본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일반인이라도 '합리적'으로만 분석하여도 첩보 등 북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전문가나 전문기관과 같은 수준으로 추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리해본다. 실제 그대로의 사실만을.

실제 그대로의 사실

2016년 1월 6일 10시에 수소탄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조선중앙통신의 발표
2016년 1월 6일 10시 여러 관측소에서 인공지진 관측
2016년 1월 6일 12시 30분까지 최소 우리 정부는 핵시험 여부를 몰랐다.
이번 핵시험은 북한 정부가 인정한 4번째 핵시험이다.
대략 3년 주기로 핵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2006, 2009, 2013, 2016)
수소탄을 언급한 최초의 핵시험

아무도 몰랐다

드러난 사실 중에서 가장 우려할 만한 부분은 북한에서 밝히기 전까지 핵시험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아직은 명목상 전쟁 중인 국가 사이에서 상대방의 동향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은 군사, 안보적으로 심각한 문제이다.

특히나 핵무기라고 하는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지닌 무기시험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앞으로 두고두고 반성해야할 부분이다.

북한의 핵시험에 대해서는 그 의도와 성공/실패 등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나올 수 있지만 적어도 우리 정부의 사전 탐지 능력에 대한 평가는 하나뿐일 것이다.

북한이 발표하기 전까지 몰랐다는 점은 지난 1998년 8월 31일 '광명성 1호' 시험발사 당시와 유사하다.

북한 당국이 9월 4일 공식 발표하기 전까지 북한의 인공위성 시험발사(혹은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사실을 알고 있었던 곳은 없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예상치 못한 인공위성 시험발사 2년 만에 북미 사이의 최고 수준의 협약인 북미 코뮤니케가 발표되었다.

서로 상대방 체제를 존중하고 평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약이었다.

숫자 신비주의, 과학기술 신비주의

보통 사람들은 정확한 숫자를 기반으로 추론하는 것에 대해 어려워한다.

또한 어려운 과학기술 이론을 기반으로 한 추론에 대해서도 약간의 거부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방식의 추론에 대해서 과정은 무시한 채, 결론만 보려하는 경향이 있다.

결과만 보고 받아들이거나 그냥 무시하기 위함이다.

어렵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오면 좀 더 엄밀히 들여다보고 분석해야 하지만, 어렵고 복잡하다는 이유로 쉽게 결론주의에 빠지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과 관련한 정보나 분석들은 숫자나 과학기술 논리 뒤에 의도를 숨겨두는 경우가 많다.

일종의 숫자 신비주의 혹은 과학기술 신비주의라 할 수 있다.

이번 핵시험과 관련한 분석들도 이런 모습이 많이 관찰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핵시험의 규모에 대한 추산이다.

이번 핵시험과 관련하여 외부에서 유일하게 관측가능한 정보는 지진파와 관련한 정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국 180곳에 있는 지진관측망을 통해 이번 핵시험이 관측되었고 전세계 27개의 지진관측소(Seismic station)에서 지진파를 실시간으로 감지하였다고 한다.

관측된 지진파를 통해 1)관측시간과 2)지진파의 측정 강도를 알 수 있다.

여러 곳의 관측 시간을 분석하면 핵시험이 어디에서 진행되었는지 실험 장소를 추정할 수 있다.

이전의 3차례 핵시험 관측 경험까지 고려하면 꽤 정확한 위치를 추정할 수 있다.

그래도 추정이기 때문에 오차가 약간은 있을 수 있지만 그 오차범위는 1~2km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즉 골짜기 하나, 산 하나 정도의 오차 이내에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문제는 '측정한 지진 강도'를 가지고 '진원의 지진강도'를 추정하고 그것으로부터 '폭발력'을 추정하는 부분이다.

핵시험 이후 대부분의 언론에서 측정한 지진강도가 아니라 진원의 지진강도 추정치와 이를 통한 폭발력 추정치를 마치 확정된 값인양 소개하고 있다.

이 추정치는 정확한 값이 아니라 오차를 포함한 값이므로 숫자 하나로 규정하기 보다 대략적인 값만 확인하면 된다.

아무리 지진강도의 추정이 정확하다고 하더라도 그 인공지진을 일으킨 폭발력을 추정할 때에도 오차가 생긴다.

제일 중요한 핵무기의 성능인 폭발력은 이처럼 2번 이상의 추정치를 구한 다음에서야 알 수 있는 값이라 오차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즉 정확한 값을 추산하기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이번 4차 핵시험과 관련해서 흘러나오고 있는 지진강도 몇, 폭발력 몇 kt이라는 값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값이다.

공개된 정보를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지진강도가 4~5, 폭발력이 10여k 정도라고 하니 '매우 강력한 무기'가 시험을 통과하여 '생산' 되었다고 판단하면 된다.

지진 강도에서 3이상이면 일반 사람이 체감할 수 있고 5가량이 되면 건물에 금이 가기도 한다.

국내에 있는 측정장비에는 대략 2.7이상의 감도가 측정되면 자동으로 경고신호가 발송된다고 하니 매우 강력한 인공지진이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히로시마나 나카사키에 터트린 핵무기, 즉 실전에서 사용된 유일한 핵무기의 폭발력이 20kt정도 였으므로 이것보다 약간 작은, 하지만 역시 무시무시한 폭발력을 가진 핵무기 시험이 성공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추정치 이외에 핵무기의 종류, 즉 플루토늄, 우라늄, 수소(리튬) 중 어느 것이 얼마나 사용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핵시험 이후 발생하는 방사성 물질을 채집하여 분석해야만 알 수 있다.

하지만 핵시험장 근처가 아니라 그 곳으로부터 몇 백km나 떨어진 곳에서 이러한 방사성 물질을 채집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실제로 지난 2차, 3차 핵시험 당시에는 방사성 물질 채집에 실패했다.

어떤 종류의 핵물질을 얼마나 사용하였는지는 물론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 핵무기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를 두고 성공이냐 실패냐를 따지는 것은 완전히 무의미다.

북한에서 스스로 밝기기 이전에는 구체적인 내막을 전혀 알지 못하고 성공, 실패도 따지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최대치는 "막대한 폭발력을 지닌 핵무기가 4번에 걸쳐 시험되고 그로 인해 강력한 인공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조금 더 나아간다면 "작은 폭발력이 작은 규모의 핵무기를 뜻한다면 미사일에 탑재하여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 경량화된 것"이 시험에 사용되었다는 것까지일 것이다.

전국에 분포된 지진관측소.[출처: 기상청]

전국에 분포된 지진관측소.[출처: 기상청]

 

북한 4차 핵실험 직후 관측된 지진파.[출처: 기상청]

북한 4차 핵실험 직후 관측된 지진파.[출처: 기상청]

 

지진파로 측정한 북한 핵실험 위치.[출처: 기상청]

지진파로 측정한 북한 핵실험 위치.[출처: 기상청]

 

실패와 성공의 차이

북한의 핵시험과 인공위성 발사시험에 대해서는 항상 '실패'라는 말이 따라 붙는다.

정확한 정보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실패'라는 판단은 어떤 결론보다 빠르게 나온다.

이번 4차 핵시험도 마찬가지였다.

핵시험에 쓰인 원료는커녕 시험의 목표도 제대로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실패'라는 말이 먼저 붙었다.

이처럼 북한의 첨단 군사 기술에 대해 '실패'라는 말을 붙이는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고대 그리스 철학자 제논의 논리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그는 물체의 '운동'을 부정하기 위해 매우 이상한, 하지만 반박하기 쉽지 않은 논리를 제시하였다.

제논의 역설

먼저 출발한 거북이를 뒤늦게 출발한 아킬레스가 따라잡을 수 없다는 주장이 대표적인 제논의 역설이다.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따라 잡으려면 출발할 당시 거북이가 있던 곳까지 달려가야 한다.

그런데 그 동안 거북이는 원래 있던 지점을 떠나서 앞으로 나아갔기 때문에 그 자리에 없다.

첫번째 실패이다.

다시 그 다음 지점을 보고 아킬레스가 달려간다 하더라도 거북이는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간 이후이기 때문에 역시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

두번째 실패이다.

이런 과정이 무한히 반복되다 보면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출처: http://blog.daum.net/windada11/8762563]

[출처: http://blog.daum.net/windada11/8762563]

이것이 제논의 주장이다.

실패라는 결론을 무한 반복하게 하면서 운동의 존재를 부정하게 만드는 것이 제논의 목적이었다.

물체가 운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모두 우리 감각이 만든 착각이라는 것이다.

무한 개념

이러한 제논의 주장은 '무한' 개념이 정립되면서 해결되었다.

제논의 역설은 무한개의 토막의 합은 무한하다는 설정인데 무한개의 토막을 합해서 유한한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반박된다.

즉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순간이 무한번 반복되더라도 그 전체를 합한 시간은 유한하게 되어 그 유한한 시간이 지나기만 하면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 결국 발빠른 아킬레스가 느린 거북이를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결론이 합리적인 것이다.

제논의 주장이 오히려 모순이고.

북한의 시험 결과에 대한 평가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체나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면 항상 제논의 역설과 같은 논리가 등장하여 사실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

북한의 모든 시험들을 실패로 규정하여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매 순간의 시험들을 통해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였고 적당한 시간이 지난 다음에는 누가 봐도 성공이라는 결론으로 도달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인공위성 발사체(혹은 미사일) 발사시험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 처음에는 고도가 낮아서 실패라고 했다가 그 다음에는 1단, 2단 분리가 안 되어 실패, 그 다음에는 인공위성이 궤도에 제대로 올라가지 않아서 실패라는 식으로 계속 실패했다는 주장이 따라 붙는다.

시험 발사의 목표보다 높은 기준을 제시하면서 실패라는 평가를 내놓으면서 모든 시도가 실패한 것처럼 만드는 논리인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따라잡은 것처럼, 북한의 인공위서 발사체(혹은 미사일) 발사시험은 단 분리에 성공하여 대기권을 뚫은 수준의 고도에 있는 궤도에 인공위성(혹은 탄두)을 올리는 데 성공하였다.

계속 실패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사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시험은 계속 성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2012년 은하 3-2호에 대해서는 미국마저도 이례적으로 빨리 성공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더 이상 실패라고 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사한 광명성 4호도 마찬가지 절차를 밟았다.

실패라는 평가는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발사 후 10분 만에 궤도에 올라갔고 그 순간부터 구글을 비롯한 인공위성 추적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광명성 4호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이제는 성공, 실패라는 프레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니 이름 프레임을 걸렀다.

인공위성이냐 미사일이냐. (광명성 4호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겠다.)

핵시험에 대한 평가

북한의 핵시험도 마찬가지이다.

핵물질을 추출한 후, 무기화한다는 주장에 대해 충분한 핵물질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주장부터 고폭장치가 개발 안 되었다, 경량화가 안 되었다, 핵융합기술이 개발 안 되었다, 다단계 핵분열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었던 것이다.
이는 역시 매번 평가기준을 높이면서 실패했다는 이미지를 덧입히기 위한 논리였다.

이번 4차 핵시험 발표 이후 북한이 수소탄 시험이었다는 발표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아직 핵무기 기술의 최첨단에 해당하는 수소폭탄이 아니라 그 기술에 못미치는 증폭핵분열탄 수준이었다는 '실패'의 이미지를 띠고 있는 평가인 것이다.

북한이 어떤 물질과 기술을 사용하였는지는 물론, 무엇을 목표로 삼은 시험을 수행했는지도 불명확한 상태에서 '실패'라는 결론만 앞세웠던 것이다.

강호제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북한 과학기술사 및 과학기술정책 전공
2007년 박사학위 수여
현 극동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저서 '북한 과학기술 형성사1' (선인, 2007)

※통일뉴스 동시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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