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미사일인가 인공위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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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 명절 언론과 방송은 북한의 인공위성 '광명성4호' 발사 뉴스로 온통 도배가 되었다.

그런데 대다수 언론, 방송은 북한의 발사체를 '장거리 미사일'로 표현하여 논란을 빚고 있다.

북미사일 추진체 파편, 어떻게 찾았나 (헤럴드경제. 2월 11일)
새누리, 북미사일 발사 계기로 DJ정부 '햇볕정책' 맹공 (머니투데이. 2월 11일)
국방부, 북 장거리미사일 추진체 잔해 일부 수거 (KBS. 2월 11일)
북한 장거리 미사일, 지금은 어디에? (서울신문. 2월 10일)
북한,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4호' 발사 장면 공개 (MBN. 2월 11일)

포털 다음의 뉴스 이슈의 관련 카테고리 이름은 아예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되어 있다.

[출처: 포털 다음 캡처]

[출처: 포털 다음 캡처]

언론뿐 아니라 국회도 10일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규탄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북한의 발사체를 '장거리 미사일'로 규정하였다.

북한이 국제기구에 인공위성 발사 계획을 신고했고, 정부도 인공위성의 궤도 진입을 인정하고 있으며, 미국의 북미우주항공사령부 카탈로그에도 '광명성4호'가 등록되었음에도 '장거리 미사일'로 표현하는 것은 분명 비정상이다.

이를 두고 인터넷 상에서는 "인공위성을 인공위성이라 부를 수 없으니 홍길동보다 더 답답한 노릇", "북한이 우주 궤도를 도는 미사일을 개발했나", "인공위성인데 자꾸 미사일이라고 하면 뭐가 이득이냐?", "인공위성과 미사일도 구분 못하는 정부와 언론" 등 정부와 언론을 비꼬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정부와 언론은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했지만 발사체 기술이 장거리 미사일과 같기 때문에 '인공위성을 가장한 미사일'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공위성'을 '미사일'로 부르는 것은 분명한 사실 왜곡이다.

해외 언론들의 표현을 보자.

N.Korea successfully placed satellite into orbit: MND (NK NEWS. 2월 9일)
(북한이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국방부. 미국-NK뉴스)

Rocket Launch Boosts Push for New US Sanctions on North Korea (VOA. 2월 7일)
(로켓 발사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로 이어진다. 미국-미국의소리)

朝鲜宣布发射卫星引发国际社会关切 (人民网. 2월 8일)
(북한의 위성 발사가 국제 문제를 야기. 중국-인민망)

Japan Introduces Unilateral Sanctions Against N Korea Over Rocket Launch (Sputnik International. 2월 10일)
(일본이 로켓을 발사한 북한에 대해 일방적인 제재를 도입한다. 러시아-스푸트니크)

ロシア、北朝鮮ミサイル発射非難 北東アジアの緊張招く (共同通信. 2월 7일)
(러시아, 북한 미사일 발사 비난 동북아의 긴장 초래. 일본-교도통신)

일본을 제외한 해외 언론들은 대체로 '인공위성', '로켓'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로켓과 미사일은 분명히 다른 개념이다.

로켓은 연료와 산화제를 폭발시켜 뒤로 분출하면서 생기는 반동으로 날아가는 비행체를 통칭하는 것으로 인공위성을 탑재하면 우주로켓 혹은 우주발사체, 폭탄을 탑재하면 미사일이 된다.

미사일은 유도기능이 있는 비행 무기로 로켓엔진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제트엔진을 이용하는 순항미사일도 있다.

결국 북한의 발사체에 인공위성이 탑재되어 있다면 로켓으로 표현하는 게 정확하고, 폭탄이 탑재되어 있다면 미사일이라 표현하는 게 정확하다.

그런데 정부나 언론은 '인공위성이 탑재되어 있었지만 미사일이다'는 모순된 표현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무리 북한이 밉기로 사실(fact)을 왜곡해서는 안 되지요"라며 "크기가 크든 작든, 위성으로서 기능을 하든 못하든 인공위성이라는 사실은 변치 않습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북한이 쏘아올린 것을 두고 미사일이라고 하면 애국적이고 인공위성이라고 하면 종북적입니까?"라고 반문하며 정부와 언론의 비이성적인 표현을 지적했다.

한편 인공위성 발사체 기술과 장거리 미사일 기술이 유사하다고 해도 북한이 우주로켓을 미사일로 전용할 가능성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10일 마이클 엘레먼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선임연구원이 기고글을 통해 우주로켓 엔진을 미사일용으로 전용해서는 미사일의 성능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없다면서 과거 소련과 미국도 우주로켓을 미사일로 전용한 사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우주로켓을 통해 관련 기술을 축적해 나간다 하더라도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는 크게 도움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이번 인공위성 발사체를 위협적으로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고 하였다.

개성공단 폐쇄로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지금, 부정확한 정보와 표현이 잘못된 정책을 낳고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요즘은 많은 이들이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며, 제목을 훑어보다 관심 있는 기사를 골라서 자세히 읽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뉴스 제목을 어떻게 다느냐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었고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이 제목만 자극적으로 다는 이른바 '낚시 제목'도 흔하게 등장하고 있다.

특히 북한 관련 뉴스는 반론 요청을 받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더욱 심하다.

많은 이들이 뉴스 제목만 보고 북한에 대해 오해, 왜곡, 편향적 인식을 갖는 경우가 많다.

북한에 대한 보도를 할 때 적대감을 가지고 왜곡, 편파보도를 하면 그 결과 반북인식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북한 당국도 한국 정부를 불신하고, 그래서 남북대화 결렬되어 통일은 멀어지게 된다.

국내 언론사들이 2000년 8월 11일 합의한 '남북언론기관 공동합의문'만 준수하더라도 이런 문제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북한 관련 뉴스 제목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문경환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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